땅집고

'아크로' 안준다고 시공사 바꾼다…성남 상대원2구역, DL이앤씨 해지 시동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5.12.31 14:22 수정 2025.12.31 16:14

[땅집고] 약 5000여가구 규모로 경기 성남시 일대에서 핵심 재개발 현장으로 꼽히는 상대원2구역 조합이 10년 만에 시공사 교체에 나선다. 이 구역 시공을 맡은 DL이앤씨가 단지에 하이엔드 브랜드인 ‘아크로’를 적용해달라는 조합 요청을 거부하자 시공사를 갈아치우기로 결정한 것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달 29일 상대원2구역 재개발 조합은 대의원회에서 DL이앤씨와의 시공 계약을 해지하는 안건을 가결하고, 새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문을 냈다. 상대원2구역이 2015년 10월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정한지 약 10년 만에 변경을 결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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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원2구역 재개발 사업은 경기 성남시 원도심인 중원구 상대원동 3910번지 일대에 지상 최고 29층, 43개동, 총 4885가구 아파트를 짓는 프로젝트다. 서울 송파·강동구와 직결되는 지하철 8호선 신흥역을 이용할 수 있는 입지면서 대규모 단지로 개발해 수도권 정비업계에서 주목받았다. 시공은 DL이앤씨가 맡기로 했으며 2021년 주거 브랜드 ‘e편한세상’으로 도급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조합이 단지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DL이앤씨 측에 ‘e편한세상’ 대신 상위 브랜드인 ‘아크로’를 적용해달라고 요구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아크로’는 그동안 DL이앤씨가 주로 서울 핵심 입지에 들어서는 고층 아파트에 한정해 적용해왔다. 한강뷰로 유명한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서울숲을 끼고 있는 성동구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등이다. 이런 가운데 DL이앤씨가 정비사업 수주를 위해 경기 안양시 호계온천지구를 재개발한 ‘아크로베스티뉴’에도 하이엔드 브랜드를 허용하자, 상대원2구역 조합도 동일한 브랜드 적용을 요청했다.

 


하지만 DL이앤씨는 이 같은 조합 요구에 선을 그었다. 지난 29일 DL이앤씨 도시정비관리2팀은 조합 측에 공문을 통해 “당사가 제안하는 리미티드 에디션 브랜드는 상대원2구역만을 위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기존 브랜드 대비 차별화된 고급감과 희소성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서도 “드레브·포제스·그란츠 등 기존 단지에서 사용한 네이밍이 아닌, 새로운 명칭으로 제안할 것”이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상대원2구역 조합은 곧바로 시공사 교체에 나섰다. 조합이 공개한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에 따르면 입찰은 일반경쟁·제안서방식으로 받으며 2026년 1월 6일 현장설명회 및 접수를 시작한다. 입찰보증금으로는 300억원을 책정했다.

일부 조합원 사이에선 조합 관계자들의 ‘아크로’ 고집으로 재개발 사업 기간과 비용만 대폭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시공사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잡음,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등 리스크를 고려하면 아파트 완공까지 최소 3년 이상 미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비용 측면에선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가 반면교사로 꼽힌다. 당초 2022년 3.3㎡(1평)당 650만원 공사비를 제안한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해 ‘자이’ 브랜드를 적용할 예정이었는데, 조합이 올해 한화건설로 시공사를 변경하면서 브랜드가 ‘포레나’로 바뀌었다. 그 결과 공사비는 770만원으로 기존 대비 15% 뛰었으며, 기존보다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더 낮은 건설사 및 선호도가 떨어지는 주거 브랜드를 적용하게 됐다.

한편 업계에선 과거 건설사가 차별화를 위해 내놓은 프리미엄·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가 정비사업 수주시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반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로 나눈 이원화 전략 때문에, 상위 브랜드를 적용받지 못한 현장에서 불만이 쏟아지면서 불필요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반면 삼성물산의 ‘래미안’, GS건설의 ‘자이’처럼 브랜드를 단일화한 건설사에선 이 같은 브랜드 차별 갈등을 찾아볼 수 없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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