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한남동 땅 서울시와 10년 소송 패소한 부영, 계열사에 5800억에 넘겨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6.01.02 06:00

[땅집고] 부영주택이 서울시와 10년간 소송전을 벌였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알짜 땅을 5800억원대에 매각했다. 다만 제 3자와의 거래가 아닌 계열사 동광주택에 넘긴 것이라 사실상 자전거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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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부영주택은 지난달 4일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동산 매도 사실을 공시했다. 이 공시에 따르면 부영주택은 지난해 11월 2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670-4번지 등 26필지 총 2만8061.7㎡ 땅을 계열사 동광주택에 5879억5800만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땅집고] 부영주택이 2014년 국방부로부터 1200억원에 사들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근린공원' 부지. /강태민 기자


◇‘나인원한남’ 옆 알짜 입지지만…개발 막힌 한남동 땅

이번에 부영주택이 매도한 부지는 용산구 한남동 대표 고가주택인 ‘나인원한남’과 맞붙어있는 알짜 입지 땅으로 평가받는다.

부영주택은 2014년 국방부로부터 이 땅을 약 1200억원에 사들였다. 당초 1979년부터 도시계획상 공원으로 지정돼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땅이지만, 일몰 규정에 따라 향후 공원에서 벗어나면 개발에 따른 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부영주택이 매수를 결정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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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울시가 이런 부영주택의 청사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일몰을 한 달 정도 앞둔 2015년 9월, 서울시가 이 부지에 돌연 ‘한남근린공원’을 조성할 것이란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원 해제가 무기한 연기된 것. 부영주택은 서울시가 재산권을 침해했다며 서울시를 상대로 한남근린공원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인가 무효를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2018년 대법원으로부터 패소 판결을 받았고, 2020년 8월 같은 내용으로 행정소송까지 제기했으나, 2025년 4월 끝내 패소한 것으로 결론났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부영주택)는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했을 때부터 재산권 행사에 제한이 있으리라는 사정을 충분히 알았다”면서 “재산권 행사에 제한이 있던 사정을 반영한 가격으로 부동산을 매수한 점, 2015년~2018년 국가로부터 매년 35억~39억원의 사용료를 지급받고 세금감면을 받아온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입은 재산권 제한이 사회적 제약의 범위를 넘은 과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약 10년 동안 이어진 소송전은 서울시 승리로 끝났지만, 업계에선 사실상 부영주택의 승리라고 보고 있다. 장기간 소송을 거치는 동안 한남동이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핵심 입지를 굳히면서 땅값이 대폭 상승했기 떄문이다. 승소한 서울시가 부영주택으로부터 부지를 되찾으려면 보상금을 지불해야 하는데 이 금액이 현재 기준 5000억원대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당장 개발 어렵자…계열사에 5800억에 팔아 적자 불끄기 용도로

지난해 12월 부영주택은 한남동 땅을 매출액 100억원대 계열사인 동광주택에 약 5800억원에 매각했다. 공원계획인가가 완전히 해제되어야만 개발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데 아직 서울시 규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일단 부지 매각 대금으로 자금난을 해결하기로 결정한 것.

실제로 공시에서도 이번 거래의 목적이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기재돼있다. 부영주택은 같은날 한남동 땅과 함께 서울 금천구 시흥동 땅 4만7500.8㎡도 동광주택에 4652억2700만원에 넘기기도 했다.

2024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부영주택은 연속으로 3년째 1000억원대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다. ▲2022년 -1615억원 ▲2023년 -1637억원 ▲2024년 -1314억 등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5564억원, 4675억원, 5330억원을 각각 기록했지만 매년 매출액과 맞먹는 돈을 급여·복리후생비를 포함한 판매관리비로 쓰고 있는 탓이다.

무엇보다 부영주택 사업 포트폴리오상 일단 땅을 사들인 뒤 최소 수년에서 최장 수십년 기다렸다가 적기에 개발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출이자가 만만치 않다. 실제로 부영주택 단기차입금 규모가 2023년 9061억원에서 지난해 1조5271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중 부영태평빌딩·부영명동빌딩·한남동 땅을 담보로 하나은행에서 빌린 1조5200억원에 대한 연 이자율이 5.11~5.84%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 금리를 적용한다고 해도 한 달에 64억원, 1년이면 776억원에 달하는 이자를 내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선 이번에 부영주택이 동광주택에 넘긴 한남동 땅이 향후 고가 주택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한남동이 갖는 상징성과 인근에 ‘나인원한남’을 낀 입지 등을 고려한 예측이다. 다만 현재 기업 재무 사정상 대규모 개발에 착수하기는 어려운데다, 서울시의 개발 제한 제동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부지가 언제 탈바꿈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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