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주가 CJ 집중 탐구] ① 급등하던 주가 발목 누가 잡았나
매출·순이익 역대급 성장에도 주가는 부진
목표주가 괴리율 최대 -27% ‘굴욕’
[땅집고]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CJ그룹 주주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실적 전망만 놓고 보면 주가가 힘을 받을 만한 여건임에도 시장의 평가는 좀처럼 따라오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숫자는 좋은데 오너가 문제”, “산타랠리에서 조차 소외됐다”는 등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실적 개선 기대에도 불구하고 총수 일가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되면서 기업의 본질적 가치보다 오너 리스크가 먼저 거론되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불신이 CJ 주가를 짓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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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은 최대인데 주가는 급락 후 횡보
CJ그룹의 재무제표를 보면 외형 성장과 수익성 회복 흐름은 뚜렷하다. 2021년 34조원 수준이던 매출은 2024년 43조원을 넘어섰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조8000억원에서 2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2024년 영업이익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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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적 개선에도 주가는 기대만큼 반응하지 않고 있다. 증권사 리포트 흐름을 봐도 이 같은 괴리는 반복된다. 하나증권이 발간한 CJ 기업 분석 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CJ에 대한 투자 의견은 줄곧 ‘매수(BUY)’로 유지됐고 목표주가는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됐다. 2023년 10월 12만원이던 목표주가는 2024년과 2025년을 거치며 21만원까지 올라섰다. KB·흥국 등 다른 증권가에서 발표한 CJ 목표주가도 20만원을 훌쩍 넘는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CJ 목표주가를 23만원으로 제시하면서 “CJ제일제당과 CJ올리브영을 중심으로 수익성 증가가 예상되고, 해외 비중 확대 지속으로 성장 동력도 추가적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현재 CJ 주가는 17만원(30일 기준)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 목표주가가 높아지는 동안 실제 주가는 한 번도 이를 따라붙지 못했다. 목표주가 대비 주가 괴리율은 평균적으로 두 자릿수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시기에 따라서는 -20% 후반까지 벌어졌다. 실적 전망이 개선될 때마다 증권사 평가는 상향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번번이 제한적이었다는 의미다. 이는 투자자들이 실적 외적인 요소를 함께 고려하고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실적 개선 기대가 반복적으로 제시됐음에도 주가가 이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CJ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일정 부분 고착화됐다는 분석이다.
◇사생활 리스크후 주가 급락세로 전환
시장에서는 그 배경으로 오너 리스크를 지목한다. 올해 9월 한 언론 보도를 통해 불거진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사생활 논란은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이 회장의 사적 파티 의혹은 ‘K-컬처’를 앞세워온 CJ 브랜드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줬다는 평가다. 논란이 공개적으로 확산되는 과정 자체가 기업 이미지와 경영 책임에 대한 의문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이 본격화될 당시 CJ 주가는 연초 이후 실적 개선 기대를 반영하며 상승세를 이어가던 상황이었다. 9월 18일에는 20만8500원까지 오르며 연중 고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 회장의 사생활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주가는 급락세로 돌아섰고, 이후로도 뚜렷한 반등 모멘텀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기업 가치가 아니라 기업 리스크가 먼저 언급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오너 4세인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 미래기획그룹장을 둘러싼 시선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이 그룹장은 2019년 변종 대마 밀반입·투약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1년 4개월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해 글로벌 비즈니스와 미래전략, 신사업을 맡으며 빠른 승진을 거듭했다. 이선호 CJ 미래기획실장은 최근 조직 개편에 따라 미래기획그룹장을 겸임한다. 지주자 핵심 보직을 맡아 그룹의 미래 설계를 진두지휘한다. 시장에서는 “상장 그룹의 후계자가 마약 전력을 안고 비교적 이른 시점에 복귀한 사례는 드물다”며 지배구조 리스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회장이 설치면 주가는 꼬라박는다”는 웃지 못할 말도 돌고 있다. 특히 한 장기 투자자는 “CJ는 나를 포기하게 만들었다”며, CJ를 믿고 거르는 종목으로 분류하기 시작하는 댓글도 달렸다. 이 같은 논란들은 개별 사건으로 보면 일회성 이슈에 그칠 수 있지만, 반복되면서 시장 인식에는 누적 효과를 남긴다. 기업의 성장 전략이나 신사업보다 총수 일가를 둘러싼 리스크가 먼저 거론되는 구조가 형성되면, 투자 판단 역시 보수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ks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