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 기업은행 집중탐구] ① 김성태 행장, 연체율 1%·882억 부당대출이 연임 족쇄
[땅집고] 대출 연체율 1%를 넘긴 IBK기업은행이 내년 상반기까지 1조원 규모의 부실채권(NPL)을 매각할 예정인 가운데, 무거운 과제를 떠안을 차기 기업은행장 자리에 누가 앉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882억원 규모 부당대출 사고와 금융당국의 ‘심각’ 규정, 내부통제 실패 논란까지 겹치며 김성태 행장의 리더십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김 행장의 연임 가능성보다는 후임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240억 → 882억’…초대형 부당대출, 조직적 축소 은폐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행장의 임기는 오는 1월3일 종료 예정으로,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차기 행장에 대한 윤곽은 조만간 드러날 것으로 보이지만, 내부 인사 승진 가능성 외에는 뚜렷한 후임 후보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기 때문에 타 시중은행과 달리 임원추천위원회 없이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직접 행장을 임명한다.
2023년 1월 취임한 김 행장은 사실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 당시 기업은행의 순이익은 2조6752억원으로, 기업은행 사상 최대 실적이다. 작년에도 이와 비슷한 2조6738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그러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1961년 설립 이래 두 차례에 불과한 점, 그리고 대형 부실사고와 금융당국 조사라는 리스크가 겹친 점 등을 고려할 때, 연임은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여기에 초대형 부당대출 사고가 김 행장의 연임 불발에 결정타가 됐다. 당초 사고 금액을 240억원으로 공시했으나,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최종 피해액은 88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기업은행이 사고 규모를 축소·은폐하려 했다고 보면서 금융권과 정치권으로부터 강도 높은 비난을 받았다.
문제의 사건은 기업은행 퇴직 직원이 현직 직원들과 결탁해 부동산 담보가치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과대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무려 2년 반 이상 조직적으로 이뤄진 정황이 드러났다. 여기에 임직원의 친인척 연루, 향응 수수 의혹까지 겹쳤다. 금감원은 검사 기간에 기업은행 직원이 271개 파일과 사내 메신저 기록을 삭제하는 등 조직적인 검사 방해가 있었으며 이는 “굉장히 심각한 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김 행장은 취임 이후 “반듯한 금융, 튼튼한 은행”을 경영철학으로 내세우며 내부통제 체계 고도화를 강조해왔지만, 10년 만에 발생한 100억 원 이상 금융사고가 임기 중 터지면서 리더십에 큰 흠결을 남기게 됐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 기관증인으로 출석한 김 행장은 야당과 여당의 금융사고에 대한 강한 질타를 받았다. 특히 금감원이 “책임을 크게 묻겠다” 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행장 연임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연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김 행장이 재임 동안 동유럽 네트워크 확대를 통해 정책금융기관으로서 글로벌 입지를 다졌고, 실적 면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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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살펴보니… 내부 승진 가능성 vs 노조 반발
김 행장 외에는 현재 기업은행 내부에서는 김형일 전무이사,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 등을 유력 후보로 보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입행 이후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친 ‘IBK맨’이다. 그러나 기업은행 노조는 ‘낙하산 인사’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이 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노조는 지난 18일 성명서를 통해 “모든 것을 다해줄 것 같던 내부 출신 행장은 특유의 복지부동 자세로 임금 체계 혁신을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만약 내부 행장이 지명된다면 전 직원이 나와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책은행 전반에 내부 승진 인사 기조가 강해지고 있지만, 기업은행은 노사 관계와 정치적 민감도가 다른 만큼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지금 ‘건전성 악화’, ‘신뢰 저하’, ‘리더십 공백’이라는 3중 위기를 맞고 있다”며 “차기 행장은 내부 결속과 외부 신뢰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기 행장이 처리해야 할 숙제는 많을 전망이다. 우선 첫번째로 떠오른 것은 최근 1%를 넘긴 기업은행의 연체율이 될 전망이다. 이는 통상적인 은행 수익 구조에서 예대마진(약 1%)과 맞물려 사실상 수익을 상쇄하는 위험지점으로 평가된다.
기업은행은 내년 상반기까지 약 1조원 규모의 부실채권 매각을 계획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각한 부실채권 규모인 약 1조1000억원과 유사한 수치로, 부실 자산이 빠르게 쌓이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