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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부터 접는다" 26년 지킨 롯데百 최후…정현석式 구조조정에 폐점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5.12.30 06:00

롯데百 26년 만에 폐점
수익성 떨어지면 수도권 점포도 폐점
롯데 유통사업 체질 개선

[땅집고] 1975년생인 정현석 신임 롯데백화점 대표의 취임 후 첫 ‘구조조정 칼날’은 수도권 요지로 향했다. 26년간 분당 상권을 지켜온 분당점이 내년 3월 문을 닫는다. 정 대표 특유의 수익성 중심 경영이 본격화하면서 롯데백화점 사업 전반에 대대적인 재편 폭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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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경기도 성남 분당신도시에 있는 롯데백화점 분당점 전경. /롯데백화점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분당점은 내년 3월 말 영업을 종료한다. 1999년 개점 이후 26년 만이다. 롯데백화점은 분당점 폐점을 알리면서 “분당점 임대인과 상호 발전을 위한 방향이라는 공감대 아래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쳐 영업 종료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분당점 건물의 임대인인 이지스자산운용이 사업 방향 전환을 추진하는 가운데 롯데백화점 역시 핵심 점포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이 맞아떨어졌다는 설명이다.

분당점은 온라인 소비 확산과 내수 침체 속에서 경쟁력을 잃으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했다. 지난해 분당점 매출은 1623억원으로 국내 5대 백화점 68개 점포 가운데 58위에 그쳤다. 수도권 점포임에도 하위권에 머물렀다.

주변 상권 환경도 분당점에는 불리하게 작용했다. 2006년 신세계가 죽전점(현 신세계 사우스시티·경기점)을 열었고, 현대백화점은 2013년 판교점을 개점하며 수도권 남부 상권 경쟁이 본격화됐다. 판교점은 개점 초기부터 수도권 최대 규모의 영업면적과 대형 식품관, 해외 명품 브랜드를 앞세워 연매출 2조원을 앞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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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정현석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 부사장. /제공=롯데


올해 대표이사에 오른 정현석 대표의 경영 색깔이 본격적으로 반영된 첫 사례로 평가된다. 지난해 마산점 철수 등 지방 중소형 점포 정리에 이어, 수도권에서도 상권 경쟁력과 수익성을 기준으로 점포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1975년생인 정 대표는 롯데백화점 역사상 최연소 CEO로 이번 인사에서 인적 쇄신을 상징하는 인물로 꼽힌다. 25년간 롯데에 몸담아 온 ‘롯데맨’이지만, 성과 중심의 강한 구조조정으로 ‘칼잡이’라는 평가도 함께 받는다.

정 대표는 롯데백화점 점장을 거쳐 2020년 6월 유니클로 대표로 선임됐다. 당시 반일 운동 여파로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수익성이 낮은 매장을 과감히 정리하고, 온라인 채널과 경쟁력 있는 점포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했다. 유니클로 국내 매장 수는 2020년 180여 개에서 130여 개 수준으로 줄었지만,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 관리에 집중하는 전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롯데백화점 분당점 철수설은 2020년 이후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롯데백화점은 그동안 이를 부인해 왔다. 그러나 정 대표 취임 이후 수익성 중심 경영 기조가 분명해지면서, 분당점은 결국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롯데쇼핑의 매출은 최근 5년간 지속적인 감소세를 나타냈다. 지난해엔 13조9866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쇼핑의 유동비율(유동자산 대비 유동부채)은 50%대에 머물고 있다. 유동비율은 단기 채무 상환 능력을 가늠하는 안정성 지표로, 비율이 낮을수록 유동부채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롯데쇼핑의 유동비율은 2021년 말 77.8%에서 2022년 58.2%, 2023년 51.0%로 급락했다. 올해 3분기 기준 55.5%에 그친다.

업계 관계자는 “불리한 시장 환경에서 전략적으로 대응한다는 기조는 결국 돈 안 되는 사업은 접겠다는 의미다”며 “당분간 롯데 유통사업 내에서 효율성이 낮은 점포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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