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교통 불모지 양재대로에 반드시 지하철 역사를 설치하라!”
이달 국민평형인 전용 84㎡(34평)이 42억7000만원에 팔리면서 신고가를 경신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최근 이 아파트 외벽에 새빨간 현수막이 걸려 이 일대를 지나는 차량과 보행자 눈길을 잡아 끈다. 현수막이 왕복 6차선 규모 양재대로를 끼고 있으면서 교통량이 많은 사거리 앞 402동 건물에 설치된터라 유독 눈에 띈다.
현장에 따르면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입주민들은 위례과천선 노선 중 양재대로를 지나는 신설역을 아파트와 가까운 곳에 설치해달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최근 10여년 동안 강남구 개포동 일대 낡은 아파트가 줄줄이 재건축을 마치고 신축으로 탈바꿈하면서 인구가 유입되고 있는데, 개포동을 가로지르는 양재대로 라인에 설치된 지하철역이 한 곳도 없어 신설역 개통 요청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위례과천선은 2008년 정부가 수도권 2기 신도시인 위례신도시를 조성하면서 발표한 광역교통대책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노선이다. 지난해 11월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KDI PIMAC) 주관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했다. 사실상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셈이다. 노선을 크게 3개 라인으로 이루며 ‘Y자’ 형태로 건설하는 안이 채택됐다. ▲A라인(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역~서울 양재시민의숲역) ▲B라인(양재시민의숲역~압구정역) ▲C라인(양재시민의숲역~법조타운역) 등으로 구성한다.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입주민들은 위례과천선 중 C라인에 개통하는 신설역 한 곳은 양재대로변을 낀 개포동에 개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7월 기준으로 개포1~4동 인구가 10만명을 돌파했을 정도로 급증한 상황을 고려하면 강남 한복판으로 환승 없이 이동할 수 있는 지하철역 하나쯤은 꼭 필요하다는 것. 구체적으로는 C라인 개통 예상역으로 지목돼왔던 ‘삼성병원역’을 서쪽으로 이동시켜 개포동 일대에 ‘개포공원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개포자이프레지더스’ 입주자 카페에선 “현재 압구정으로 가려면 개포·세곡·자곡동 등 강남구 남쪽 변두리 주민들은 양재시민의숲에서 갈아타야 한다, 개포공원역을 신설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이 지역의 미래는 없다”면서 “지금 계획상으로는 C라인 중 (강남구에 설치되는 역이) 구룡역 하나 뿐이라 ‘강남 왕따 계획’이다, 왜 과천 주민들을 위해 강남이 희생해야 하나”란 게시글을 남기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선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개포 래미안 포레스트’, ‘디에이치 아너힐스’ 등 개포동 일대 신축 아파트마다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지하철역이 아예 없는 상황이 아닌 점을 지적한다. 개포동 일대에 지하철 수인분당선과 3호선이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수막을 내건 걸린 ‘개포자이프레지던스’의 경우, 수인분당선 개포동역이나 대모산입구역까지 걸어서 10분 내외 걸리는 역세권인 점을 고려하면 위례과천선 신설역 추가 개통 요구는 전형적인 지역 이기주의로 느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편 과천시 지역 사회에선 위례과천선이 과천시민들의 편의를 높이는 방식으로 신설역을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빗발치고 있다. 과천시가 노선 건설을 위해 총 4000억원에 달하는 광역교통개선대책 분담금을 납부하고, 기피시설인 차량기지까지 수용한 만큼 과천시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위례과천선 중 기존 정부과천청사역에서 시작하는 A라인에 과천대로(문원)역, 과천지구역, 주암역, 양재IC(장군마을)역 등의 개통 필요성이 거론된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