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기상도] 호반그룹, 2세 경영 삼각편대 기틀 마련?…장남 김대헌 사장 지배력이 압도적
호반그룹, 건설·산업·프라퍼티 ‘승계 3대축’ 완성
차남이 이끄는 호반산업 실적 눈에 띄지만
장남 김대헌 사장의 그룹 지배력 압도적
[땅집고] 이달 호반그룹이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김상열 창업주의 차남인 김민성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킨 것. 1994년생으로 올해 만 31세인 그가 호반그룹에 입사한지 단 7년 만에 부사장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업계에선 이번 인사를 통해 호반그룹이 본격 ‘삼각편대’로 구성하는 2세 경영 체제에 돌입하게 됐다고 해석한다. 장남인 김대헌 사장이 호반건설을, 장녀인 김윤혜 사장이 호반프라퍼티를, 차남인 김민성 부사장이 호반산업을 각각 이끌게 되면서 삼남매가 호반그룹의 중심 계열사 3개축 수장을 맡는 구조가 비로소 완성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초고속 승진 김민성 부사장…앞으로 ‘HB호반지주’ 물적분할 작업 이끌듯
김민성 부사장은 호반산업의 지분 41.9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미국 UCLA와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을 졸업한 뒤 2018년 호반산업에 상무로 입사하면서 그룹 업무에 발을 들였다. 2024년부터는 기획 담당 전무로서, 호반그룹이 2019년 삼성금거래소와 2021년 대한전선을 인수한 뒤 통합하는 작업을 주도하고 신사업 발굴에도 관여했다.
호반그룹은 이번 김민성 부사장 승진에 대해 “명확한 성과주의 인사”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재계에선 호반그룹이 본격 2세 승계 구도 밑작업을 마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상열 창업주가 올해 만 64세인 점을 고려하면 다른 기업에 비해 비교적 빨리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평가다.
앞서 1988년생으로 장남인 김대헌 사장은 호반그룹의 뿌리격인 호반건설의 지분 53.7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만 30세던 2018년 호반그룹 부사장 자리에 올랐고, 이후 2년 만에 다시 사장으로 승진했다. 1991년생 장녀 김윤혜 사장은 부동산·리조트·임대 사업을 담당하는 호반프라퍼티의 지분 31%를 가진다.
내년부터 김민성 부사장은 호반산업 물적분할 작업을 담당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호반그룹이 10월 31일까지 호반산업 물적분할을 거쳐 HB호반지주를 새로 만들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공시했다가, 연말 주요 분양사업부터 마무리하기 위해 해당 작업을 미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호반산업이 물적분할을 마치면 HB호반지주가 비건설·신사업 부문을 담당하는 지주사 역할을 담당하고, 호반산업 계열사는 그대로 HB호반지주의 계열사로 편입된다. 대한전선, 티에스리빙, 티에스자산개발, 호반티비엠, 호반써밋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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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그룹, 완벽한 적자승계 구도…호반건설 실적 부진이 김대헌 사장 흠집 못내
일각에선 호반그룹 사업 포트폴리오가 변화하면서 장남에게 다소 불리한 구도가 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장남인 김대헌 사장이 최대주주인 호반건설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반면, 호반산업에 편입돼있는 대한전선 등 비(非)건설 부문 계열사 매출은 성장세를 보이기 때문이라는 것.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최근 3년 동안 실적이 하락세다. 매출은 ▲2022년 3조2071억원 ▲2023년 2조6910억원 ▲2024년 2조3706억원으로 매년 낮아지고 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022년 2조505억원 ▲2023년 1조5820억원 ▲2024년 1조1476억원 순으로 하락하고 있다. 2022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기 시작하고 공사비·인건비·원자재값 상승 등 악재가 겹치면서 영업이익이 3년 만에 거의 45% 하락한 것이다.
반면 김민성 부사장을 수장으로 둔 호반산업은 대한전선의 호실적 영향으로 매년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중이다. 호반그룹이 대한전선을 인수한 2021년까지만 해도 매출이 1조9977억원에 영업이익이 395억원이었는데, 3년 만인 2024년에는 매출 3조2913억원에 영업이익 1152억원으로 각각 세 배 가까이 뛴 것. 대한전선이 기술력과 글로벌 전력망 시장 호황을 바탕으로 국내외 초고압 전력망 및 해저케이블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영향이다.
장녀인 김윤혜 사장이 이끄는 호반프라퍼티가 지분 50.82%를 보유한 삼성금거래소 역시 지난해 매출 1조7135억원에 영업이익 52억1488만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올해 금값 폭등 국면이 펼쳐졌던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대비 실적이 크게 뛰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내부 관계자들은 장남인 김대헌 사장이 단순히 호반건설만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그룹사 전체 사장직을 맡고 있는 만큼 경영 구도에서 불리한 상황은 절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더군다나 호반건설이 차남 김민성 부사장이 이끄는 호반산업의 지분 11.36%를 보유하고 있는 등 지배력이 강하기도 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호반그룹 지배 구조를 보면 전통적인 적자승계 원칙을 따르고 있다”면서 “아직 삼남매 지분정리나 계열분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김대헌 사장이 그룹사 전반적인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고, 모든 계열사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