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고금리 무서워…프리미엄 고시원行
강남·성수 100만원대 고시원 등장
[땅집고] “프리미엄 고시원이라고 해서 월세가 100만원이나 해요. 그래도 고시원인데 너무해요.”
고시원이 학습 공간에서 벗어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서울 주요 대학가와 업무지구를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진 ‘프리미엄 고시원’이 점점 진화하고 있다. 밥, 라면 등 기본 음식을 제공하는가 하면, 개별 욕실, 호텔식 인테리어, 공용 라운지와 헬스장까지 갖춘 곳도 등장했다. 운영사들은 “원룸보다 저렴한 거주”를 내세우지만, 실제 거주자와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에 따르면 고시원은 구획된 실 안에 학습자가 공부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숙박 또는 숙식을 제공하는 공간을 말한다. 최근 이 같은 고시원이 20~3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전세사기를 피해 갈 수 있는 대안 주거 형태로 주목받고 있다.
◇ 고시원 100만원 시대…주거로도 어려워
문제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격이다. 전세사기 위험 부담을 감안하면 이 정도 비용쯤은 낼 수 있다는 입장도 있지만, 프리미엄 고시원도 결국 고시원인데 비싸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서울 강남·마포·성수 일대 프리미엄 고시원의 월 이용료는 관리비를 포함해 월 70만~100만원 선까지 올랐다. 인근 원룸이나 소형 오피스텔과 비교해도 체감 차이가 크지 않다.
이처럼 대안 주거 형태로 수요가 집중되다보니, 일부 프리미엄 고시원은 전입신고가 가능하다는 점을 내건다. 그러나 이는 행정 편의상 허용된 사례에 가까울 뿐, 건축법과 주택법상 고시원은 여전히 ‘주택’이 아니다. 청약 무주택 요건이나 주거 관련 제도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고, 임대차 보호 역시 일반 주택만큼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다.
또한 고시원별 운영 형태에 따라 관리 편차가 크고, 장기 거주 시 프라이버시와 소음 문제, 공용시설 이용 갈등 등은 고시원의 구조적 특성상 완전히 해결되기에는 어렵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부각된다. 이와 동시에 화재·안전 문제 역시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에도 어렵다. 고시원도 최근들어 안전에 관한 규제가 한층 강화됐다고는 하나, 긴 복도 구조와 작은 실면적이라는 고시원 특성은 그대로 남아 있다. 겉모습은 고급화됐지만, 근본적인 공간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안전에 대해 불안감을 해소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 프리미엄 가격 구조 지속될까…여전히 미지수
프리미엄 고시원 시장을 둘러싼 전망은 엇갈린다. 프리미엄 고시원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배경에는 전세 사기 여파와 고금리 기조 속에서 원룸과 오피스텔에 대한 부담과 불신이 커진 시장 상황이 있지만, 오갈데 없는 단기 체류자들의 수요 자체는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지금과 같은 ‘프리미엄 가격 구조’가 지속될 지는 미지수다. 인근 원룸과의 가격 차이가 줄어들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가진 수요층은 다시 주택형 임대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공급 측면에서의 변수도 적지 않다. 규제 강화로 신규 고시원 인허가가 쉽지 않은 데다, 소방·환기·면적 기준이 추가로 강화될 경우 운영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이는 다시 이용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가격 경쟁력을 스스로 갉아먹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고시원협회 황규석 회장은 “고시원 가격이 물가가 오르거나, 목이 좋아서 오른게 아니라, 고시원에 대해 규정이 미비하다보니 운영자들이 자율적으로 손보고 월세를 많이 올리는 형태”라며, “요즘의 프리미엄이 붙은 고시원들은 가격을 보면 거의 다 원룸이나 오피스텔 수준인데, 주거 안정성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기형적인 상황”이라고 했다. /ks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