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뉴온시티 기공식
KTX 울산역 복합환승센터 사업 좌초
자족기능 갖춘 신도시 개발 가능할까
[땅집고] 총 사업비 1조원이 투입되는 울산 뉴온시티 사업이 첫 삽을 떴지만, 지역 안팎에서는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KTX 울산역 개통 이후 15년간 입지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번번이 좌초된 역세권 개발의 전례가 있어서다. 대규모 주거·산업 복합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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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 3일 울주군 삼남읍 신화리 일원에서 ‘울산 KTX 역세권 복합특화단지’ 이른바 뉴온시티 기공식을 열었다. 사업 부지는 153만㎡로 이 가운데 약 28%를 수소·이차전지·미래차 등 첨단산업단지로 조성하고, 주거시설 1만1000가구와 연구개발(R&D)센터, 전시·컨벤션(MICE)시설, 상업시설을 함께 조성하는 대규모 계획이다. 시행은 한화솔루션이 45%, 울산도시공사가 39%, 울주군이 16%를 각각 맡았다. 이들이 공동 출자한 ‘울산복합도시개발’은 올해 10월 55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약정을 체결해 토지 조성과 기반시설 설치 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했다.
◇입지 한계로 개발사업 좌초
문제는 ‘입지’다. KTX 울산역은 울산 도심이 아닌 언양에 위치해 있다. 대구와 부산을 빠르게 잇기 위한 KTX 노선 설계 과정에서 울산 서쪽 끝에 자리 잡은 결과다. 철도 접근성만 놓고 보면 의미가 있지만, 일상적인 생활권과는 거리가 멀다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 때문에 역 개통 이후 15년이 지났음에도 역세권은 울산의 관문 역할을 하지 못했고, 오히려 불편의 상징으로 인식돼 왔다.
실제 KTX 울산역 주변에서는 굵직한 개발 사업들이 줄줄이 좌초됐다. 울산의 관문이자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으로 기대를 모았던 복합환승센터 사업은 결국 무산됐다. 롯데에서 대형 쇼핑몰과 버스터미널, 문화시설, 오피스텔을 한데 묶는 2820억원 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수익성 악화와 유통시장 침체를 넘지 못했다. 롯데는 결국 손을 떼며 울산도시공사에 부지를 반환했고, 공공은 막대한 비용을 다시 떠안았다. 이런 전례는 뉴온시티를 바라보는 시선에 불신을 더한다.
KTX 울산역 주변은 개통 이후에도 별다른 생활 인프라가 형성되지 못했다. KTX라는 단일 교통수단만으로는 도시를 키우기 어렵다는 사실이 지난 15년 동안 반복해서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울산의 철도·도로망은 이미 도심을 중심으로 부산 등 인접 지역과 연결돼 있다. 도심에 위치한 태화강역은 서울 청량리역, 부산 기장, 해운대, 센텀 등을 잇는다. 실제 울산 철도 기능이 '태화강역'으로 역할 분담이 이뤄지면서 KTX 인근 뉴온시티 사업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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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산 자족도시 개발 가능할까
뉴온시티 전체에서 시장에 공급될 예정인 금액은 약 8230억원이다. 이 가운데 핵심은 주거용지 약 4168억원과 상업용지 약 3067억원이다. 산업용지는 약 893억원 규모만 시장에 나온다. 지방 부동산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물량을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거 수요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고, 산업·상업·준주거 수요가 동시에 맞물려야 자족도시가 가능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특히 전체 부지의 약 30%에 달하는 산업단지 조성이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수소와 이차전지, 미래차라는 이름은 화려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많은 기업이 입주할지, 그리고 이들이 지속적인 고용과 상주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기업 입주가 지연되거나 규모가 축소될 경우, 뉴온시티는 또 하나의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뉴온시티 공동주택용지 가운데 처음으로 공급된 A1블록은 이달 11일 최종 낙찰자를 확정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우미건설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으며, 매입 가격은 약 1100억원으로 알려졌다. 3.3㎡당 약 625만원 수준이다. 사업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인근 아파트 시세가 평당 1200만원 안팎에 형성돼 있는 상황에서 토지 매입 가격에 최근 급등한 공사비를 더하면 분양 수익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평당 공사비만 최소 700만~800만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어 분양가 인상 압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A2, A5블록도 추가로 토지 공급이 예정돼 있으며, A4블록은 한화솔루션이 직접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