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73억 땅이 7900억 빌딩으로 둔갑…두산의 기묘한 부동산 투자 전략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5.12.17 16:40 수정 2025.12.17 17:41

두산, 73억원에 땅 사서 6200억원 빌딩으로 탈바꿈
성남시 용적률 특혜 의혹 받았던 ‘분당두산타워’
셰어딜로 새 리츠 운용사에 7900억원에 넘겨 또 차익

[땅집고] 코람코자산운용이 경기 성남시 분당 랜드마크 오피스 ‘분당두산타워’ 리츠의 새 주인이 됐다. 리츠의 새 자산관리회사(AMC)로 지정되면서 7900억원 규모 딜을 마무리했다. 이번 거래는 코람코자산운용이 직접 건물을 매수한 것이 아니라 셰어딜(지분양수도 및 자본 재조정) 형태로 진행됐다.

[땅집고] 분당두산타워 전경. /코람코자산운용


두산그룹 핵심 계열사들이 사옥으로 임차한 분당두산타워는 분당에서는 연면적 약 3만9000평 규모 프라임급 오피스로, 분당·판교 권역에서 상징성이 높은 자산으로 꼽힌다. 거래 규모만 놓고 보면 올해 수도권 오피스 매각 사례 중에서도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대형 딜로 평가받는다.

업계에선 분당두산타워의 초기 개발 주체인 두산그룹이 건물 부지를 단돈 73억원에 매입해 7900억원 가치를 갖는 빌딩으로 탈바꿈시켜 수천억 차익을 누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분당두산타워는 대기업이 사옥을 개발한 후 리츠로 자산을 유동화한 사례 중에선 교과서급에 속한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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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그룹, ‘73억→6200억’ 수천억 차익 보고도…리츠 지분 투자해 마르지 않는 수익 거둬

두산그룹은 1996년 의료시설 용지로 된 현 분당두산타워 부지(300평·9936㎡)를 73억원에 사들였다. 이후 2003년 두산건설에 소유권을 넘기긴 했지만 약 9년 동안 땅을 방치하다시피 했다.

사옥 개발이 본격화한 것은 이재명 대통령, 당시 성남시장이 2015년 이 부지를 상업용지로 바꿔주고 용적률을 기존 250%에서 670%(건축시 허용 용적률 900% 이상)으로 대폭 상향하면서다. 성남시는 두산그룹 계열사 5개 본사가 성남시로 이전한다는 협약을 맺고 부지의 용도 변경을 허용해줬다. 이후 두산건설은 이재명 시장이 구단주로 있던 프로축구단 성남FC에 후원금 및 광고비로 42억원을 후원했다. 이 때문에 특혜 의혹도 불거졌다.

건물이 현재와 같은 사옥의 모습으로 완공되기 직전인 2021년 두산그룹은 이 건물 매각을 결정했다. 자회사인 디비씨(현 두산에너빌리티)가 출자하고 코람코자산신탁이 운용하는 리츠 ‘분당두산타워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에 6200억원이란 가격으로 건물을 넘기는 유동화 형태였다. 두산은 매각 대금에서 4000억원 규모 건축비를 회수했고, 2000억원 가량의 순수익을 거뒀다.

시장에선 두산그룹이 리츠에 건물을 매각할 때, 성남시와의 약속을 어겼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과거 용도 변경 혜택을 받을 때 성남시와 ‘처분 금지’를 약속했고, 사옥을 지어 직접 그룹 계열사들이 입주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산은 성남시에 매각에 대한 서면 동의 등을 구하지 않았다고 알려진다.

◇ 6200억원에 사들인 건물, 7900억원에 넘겨 또 한 번 몸값 상승

이뿐만이 아니다. 매각 조건은 그룹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가 리츠 일부 지분인 18.6%를 보유하고, 자회사들이 임차인으로 건물을 계속 쓰는 세일앤리스백 방식이었다. 임차인으로 두산그룹이 임대료를 내긴 하지만, 리츠에 지분이 있기 때문에 배당 형태로 수익을 되돌려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계열사가 입주해 공실을 방지하면서 건물의 가치는 계속 올라 리츠에도 득이었다.

즉, 두산그룹은 빌딩의 몸값이 가장 치솟을 시기인 ‘준공 직전’ 매각을 진행해 현금을 확보하고 건축비를 회수했으며, 일부 지분을 유지한 채 임차인으로 계속 건물을 사용함으로써 해당 부동산 가치 상승에 지속적으로 올라탈 수 있었다. 여기에 올해 코람코자산운용으로 리츠 운용사를 바꾸면서 지분 가치를 다시 한번 재평가 받게 됐다.

2015년 이후 약 10년간 분당두산타워를 둘러싼 거래들은 단순한 사옥 개발과 매각이 아닌, 두산이 부동산 개발 주체에서 투자자로 변신하는 과정으로도 해석된다. 건물을 팔아 재무를 개선하면서도 리츠 지분을 통해 배당과 자산 가치 상승에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옥을 팔고도 수익의 끈을 놓지 않은 보기 드문 사례”라며 “두산은 사실상 매도자이자 투자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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