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일본 도쿄 최고급 주거지로 꼽히는 미나토구 아자부다이힐스의 주택 가격이 평당 5억~6억원까지 폭등했다. 서울 강남 최고가 아파트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일본 집값은 싸다’는 인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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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부다이힐스 레지던스 28평 145억원
15일 일본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아자부다이힐스 내 전용면적 95㎡(약 28평) 레지던스 매물은 14억5000만엔(약 138억원)에 나와 있다. 방 2개와 발코니를 갖춘 매물로 평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5억원 수준이다. 최상층 펜트하우스의 가격은 더욱 가파르다. 펜트하우스는 최소 2000억원이 넘는다. 특히 최상층에 배치된 3가구는 전용면적이 1500㎡(약 453평)에 달하는데, 가격은 3000억원이다. 평당 가격만 6억6000만원에 이른다.
아자부다이힐스는 롯폰기 힐스로 유명한 일본 대표 디벨로퍼 모리빌딩이 34년 만에 선보인 초대형 도심 재개발 프로젝트다. 2023년 11월 완공했으며, 3개의 고층 빌딩 가운데 중심에는 높이 330m, 64층 규모의 ‘모리 JP 타워’가 자리 잡고 있다. 단지는 주거시설뿐 아니라 호텔과 상업시설, 국제학교가 결합된 초고급 복합 단지로 조성됐다. 전체 레지던스 가구 수는 1414가구다.
JP 타워 저층부에는 브리티시 스쿨 인 도쿄(British School in Tokyo) 캠퍼스가 새로 들어섰다. 700명 이상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이 국제학교는 단지 내에서 교육이 가능한 구조로 설계돼 외국인 가족들의 수요를 끌어들이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국제학교와 함께 조성된 중앙 녹지와 어린이 놀이터는 도심 속 생활 인프라를 중시하는 글로벌 수요층의 선호를 반영했다. 여기에 게이오대 예방의학센터가 JP 타워 5~6층에 입주해 개인 맞춤형 건강검진 프로그램과 회원 전용 메디컬 스파를 운영하는 등 의료 인프라도 단지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건축 디자인은 세계적인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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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고급주택 가격 상승률 세계 압도적 1위
이 같은 초고가 주택 등장은 최근 도쿄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가격 상승 흐름과 맞닿아 있다. 영국 부동산 정보업체 나이트프랭크가 발표한 ‘프라임 글로벌 도시 지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도쿄 고급주택 가격은 1년 전보다 55.9% 상승해 조사 대상 46개 주요 도시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서울의 고급주택 가격 상승률은 25.2%로 세계 2위였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엔저와 장기 침체 이미지로 ‘일본 집값은 싸다’는 인식이 퍼졌지만, 도쿄 중심부에 핵심 고급 주거지는 전혀 다른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 특히 중국인 등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입이 급증하면서 가격 상승폭을 키웠다.
일본 수도권 신축 아파트 시장은 이미 ‘잃어버린 30년’을 넘어선 지 오래다.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가 1973년부터 2022년까지 50년간의 주택 시장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수도권 신축 아파트 평균 가격은 2021년 6260만엔을 기록하며, 버블 붕괴 직전이던 1990년의 최고치(6123만엔)를 31년 만에 넘어섰다. 특히 도쿄 23구의 상승 속도는 수도권 평균보다 훨씬 가파르다. 올해 4~9월 도쿄 23구 신축 아파트 평균 가격은 1억3309만엔으로 1년 전보다 20.4%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도쿄 도심 고급 주거지의 가격 급등 배경으로 ‘대체 불가능한 입지’를 꼽는다. 글로벌 기업 임원과 외국인 고소득층, 자산가 수요가 집중되는 도심 핵심 지역은 공급 자체가 극히 제한적이어서 가격이 쉽게 꺾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