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8년 동안 월세 꼬박꼬박 내고 살았는데, 이제와서 나가야 한다니….”
국내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1호 사업장인 경기 성남 수정구 ‘e편한세상 테라스 위례’. 2017년 11월 지상 4층 15개 동, 전용면적 84㎡ 360가구로 준공했다. 보증금은 4억원 초반~5억원 후반대, 월세 44만원이었다. 그런데 최근 8년 임대의무기간이 끝나면서 분양전환 조건을 두고 시행사와 입주민간 다툼으로 시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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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사인 위례뉴스테이리츠가 최근 임대기간을 2년 더 늘리면서 제시한 분양전환 조건이 갈등에 불을 붙였다. 2년 뒤 무주택 임차인에겐 분양전환권을 무조건 주는 반면, 유주택 임차인은 보유 주택을 처분하도록 한 것. 입주민 A씨는 “처음 임대 분양 당시 유주택자도 입주 가능했다”며 “지금와서 무주택을 분양 조건으로 내거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현재 임차인의 약 60%가 유주택자인데, 8년 살던 집에서 나가라는 것이냐”고 했다.
입주민들로 이뤄진 분양위원회 관계자는 “시행사는 총 사업비 2732억원 중 2037억원을 임대 보증금으로 조달했다”며 “임차인은 단순 입주자가 아니라, 8년간 사업을 지탱한 실질적 대주주”라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단지와 달리 사업비 기여도가 높아 추후 차익 역시 사업비를 댄 임차인이 가져가는 게 맞다”고 했다.
시행사 대주주인 주택도시기금을 관리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임차인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업비로 들어간 보증금 규모가 10%에 불과하고, 어차피 반환할 돈이어서 사업비로 보기 어렵다는 것.
업계에서는 이번 갈등을 예견된 일이었다고 본다. 2016년 뉴스테이 등장 당시부터 분양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지만 10년 넘도록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행 법상 뉴스테이는 의무 임대가 끝나면 임차인에게 우선 분양권을 주지 않는다. 임대 만료 후 입주자에게 우선 분양하는 공공임대와는 달라 처음부터 분쟁 가능성이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2030년까지 전국에서 임대 기간이 끝나는 뉴스테이 사업장만 4만여 가구에 달한다”면서 “‘e편한세상 테라스 위례’가 첫 임대 만료 단지인데 빨리 명확한 지침과 기준을 마련하지 않으면 갈등이 전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