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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그룹 박 부회장 초고속 승진의 그늘…인력 500명 빠지고 수주 줄어

뉴스 박영규 기자
입력 2025.12.15 06:00

[건설사 기상도] 초고속 승진한 박상신 DL이앤씨 부회장의 딜레마
선별 수주로 실적 개선…이해욱 회장 경영 기조에 부합
수주 감소·구조조정으로 몸집 줄어…미래 성장동력 우려

[땅집고] 박상신 DL이앤씨 대표이사가 이달 1일 DL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DL그룹 안팎에서는 대표이사가 된 지 1년 4개월 만의 초고속 승진이라며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건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이해욱 그룹 회장이 추구하는 수익성 위주 경영으로 재무구조를 빠르게 개선한 점을 인정받은 것 아니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다만 박 부회장 취임 이후 성과 위주 경영 기조 속에 대규모 구조조정과 수주 축소를 진행해 결국 건설사 본연의 색채가 옅어지고 미래 성장 동력이 약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박 부회장은 1962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5년 삼호(현 DL건설)에 입사한 뒤 주택사업에만 30년 이상 몸담은 주택 전문가다. 2016년 고려개발 대표, 대림산업(현 DL이앤씨) 2017년 주택사업본부장, 2018년 대림산업 대표를 거쳐 지난해 8월 DL이앤씨 대표이사에 올랐다.

[땅집고] DL 사옥 디타워 돈의문./DL이앤씨


◇실적 추락에 박 부회장 긴급 투입…원가율 정상화로 실적 반등

일각에서는 박 부회장의 초고속 승진에 대해 세대교체 신호탄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이준용 DL그룹 명예회장 시절부터 중용했던 LG그룹 출신 인사들이 최근 경영 일선에서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DL그룹 안팎에서는 출신과 상관없이 성과 중심 인사 기조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는 반응이 많다. DL그룹 관계자는 “DL그룹은 과거부터 성과를 잘 내면 출신이나 연령대에 상관없이 승진시키는 분위기”라면서 “박 부회장도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 속에서 수익성 위주로 재무 안정성을 구축한 성과를 인정받은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박 부회장이 등판하기 이전까지 DL이앤씨는 심각한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지난해에만 대표이사가 2번이나 교체된 이유이기도 하다. DL이앤씨 영업이익은 2021년 9573억원에서 2022년 4970억원으로 반토막 났고 2023년 3307억원까지 떨어졌다. 결국 실적 악화 위기 속에 이 회장은 구원투수로 박 부회장을 지난해 8월 대표직에 앉혔다.

박 부회장은 수익 개선을 위한 최대 과제로 원가율 안정화에 집중했다. 원가율은 건설사 수익성 개선의 핵심 지표로 꼽힌다. DL이앤씨의 올 3분기 기준 누적 원가율은 87.5%다. 전년 동기(89.1%)보다 1.6%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주택부문 원가율은 2023년 91.9%, 2024년 90.7%, 올해 86.6%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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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영향으로 DL이앤씨는 올 들어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연결기준)은 3239억원으로 박 부회장이 취임 전인 지난해 3분기(1768억원) 대비 83.2%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2709억원을 넘어선 수치다. 부채비율(연결기준)도 크게 낮췄다. 올 3분기 말 98.4%로, 업계에서 200~300%를 적정한 수준으로 보는 것과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박 부회장이 소방수 역할을 제대로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DL그룹 측에서도 “박 부회장이 최근 건설업 불황 속에서도 탁월한 경영 관리 능력을 발휘하며 실적 정상화, 신사업 발굴 등 성과를 거뒀다”고 했다.

[땅집고] 박상신 DL이앤씨 대표이사 부회장./DL이앤씨


◇수주 축소에 직원 500명 구조조정…미래 성장동력 괜찮나?

DL이앤씨가 수익성 개선이란 ‘현재 경영’에는 성공했지만 ‘미래 경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 부회장 취임 이후 주택사업 선별 수주로 수익성은 좋아졌다. 하지만 수주 잔고가 계속 줄고 직원 감축과 이탈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 일각에선 박 부회장이 건설업 비중을 줄이고 수익성 중심의 몸집 축소 전략으로 이 회장의 경영 기조에 부합한 행보라는 해석도 제기한다.

실제로 DL이앤씨의 올 3분기 누적 수주액은 5조5058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9718억원) 대비 7.8% 감소했다.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연간 수주 목표도 기존 13조2000억원에서 9조700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변경된 목표치(9조7000억원)는 지난해 수주 실적(9조4807억원)보다 적다. 2023년(14조8894억원)과 비교하면 5조원이나 감소한 수치다.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수주 잔고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3분기 29조2312억원에서 올 3분기 27조5463억원으로 약 1조7000억원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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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을 줄이고, 임대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옥을 서울 외곽으로 옮긴 점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DL이앤씨 직원 수는 박 부회장 취임 이전인 2024년 상반기 5772명에서 올 상반기 5165명으로, 500명 이상 감소했다.

DL이앤씨는 최근 기존 사옥인 서대문 ‘디타워 돈의문’을 떠나, 임대료가 낮은 마곡지구로 이전했다. 비용 절감을 위한 전략적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디타워 돈의문’ 임대료는 3.3㎡(1평)당 30만원이었지만 새 둥지가 된 마곡지구 ‘원그로브’는 평당 10만원 후반대로 거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땅집고] DL이앤씨 2025년 3분기 수주./DL이앤씨


업계에선 DL이앤씨가 주택 사업 축소 기조를 밟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올해 수주한 서울 용산구 한남5구역(1조7584억원) 같이 서울에서도 노른자 사업지는 뛰어들지만, 나머지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분위기다. 전체 매출에서 주택사업 비중도 자연스럽게 줄고 있다. 2022년 70%, 2023년 66%, 2024년 59%, 올 3분기까지 52.2%로 감소했다.

DL이앤씨는 선별수주를 이어가며 선택과 집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오랜 기간 수주에 공들인 성동구 ‘성수2전략정비지구’ 재개발을 비롯해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14개 재건축 단지 중 가장 규모가 큰 ‘목동14단지’ 등을 들여다본다는 입장이다. /ye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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