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국민연금이 수상하다" 특정업체 편들기 혹은 운용사에 갑질 의혹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5.12.12 15:05 수정 2025.12.17 16:05

[땅집고] 이지스자산운용의 경영권 인수전이 첩첩산중으로 빠져들고 있다. 외국계 사모펀드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 경쟁 입찰사였던 흥국생명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매각 과정에서 운용 중인 펀드 및 기관투자자(LP) 정보가 유출됐다며 출자 철회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사실상 매각에 개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만약 국민연금이 출자를 철회할 경우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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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이지스자산운용 사옥. / 이지스자산운용


업계에서는 민간 기업의 경영권을 외국계 사모펀드가 인수하는 일은 정상적인 매각 절차의 하나로 볼 수 있는데, 국민연금이 과도하게 개입을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한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업계 1위 타이틀을 보유한 부동산 자산운용사인데, 타 금융사와 달리 재벌이나 관치 금융에 휘둘리지 않은 독립계 운용사로 평가받는다. 국민연금의 과도한 개입이 특정 업체 봐주기, 관치 금융 거부에 대한 보복설 등 각종 억측을 낳고 있다.

◇ 국민연금, 민간 기업에 과민반응 한단 지적도 나와

전문가들은 출자금 회수 엄포를 놓은 국민연금의 반응이 다소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국민연금은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과정에서 이지스가 인수 후보자들에 국민연금 위탁 자산 관련 보고서를 사전 동의 없이 제공했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이러한 행위가 국가기밀을 유출한 수준의 중대한 범법행위라면서 출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지스의 부동산 펀드 출자금은 총 26조원으로 이중 국민연금이 출자한 금액은 2조1000억원 규모, 현재 시장 가치는 7조~8조원 수준에 육박한다. 하지만 업계에선 기업 투자를 위한 실사를 할 때는 각종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고, 이지스의 펀드 평가액이나 정보 제공 등은 정상적인 절차로 볼 수도 있는데, 이를 국가기밀 유출 수준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과도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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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금 회수 조치는 운용사가 무엇을 잘못했을 때 기관 투자자가 할 수 있는 최후의 패널티라고 볼 수 있는데, 현재 매각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이 그럴만한 사안인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물론 국민연금의 문제제기가 실제 출자 철회 집행 가능성보다는, 정보 제공 방식과 소통에 대한 문제 제기 차원일 수 있다는 해석도 업계에서 나온다.

외국계 자본이 이지스 경영권을 인수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다소 과장됐단 지적이다.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는 2005년 설립된 글로벌 사모투자회사로, 창업자는 중국 출신 장 레이다. 그는 중국 허난성 출신으로 싱가포르 국적을 보유했다. 통상 창업자 개인의 국적·출신·정체성은 사모펀드 규약에 따라 투자 의사결정(경영권)과 거의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이다.

장 레이는 중국 인민대에서 국제금융을 공부하고 미국 예일대 경영대학원(MBA) 과정을 거쳐 예일대 기금으로 힐하우스의 초기 자본을 확보했다. 이후 아시아 사모펀드 시장에서는 상당한 규모를 가진 회사로 성장했다. 주요 출자자(LP)들은 90% 이상이 미국, 캐나다연기금 등 전세계 기관 투자자로 구성됐다.

그간 사모펀드가 단기 차익만 노리고 빠지는 투기성 행위를 일삼아 이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단 이야기도 있지만, 한편에선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곪아터진 상황에서 풍부한 유동성을 제공할 우량한 기업은 글로벌 자본이란 점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 관치 금융으로 길들여지지 않았던 이지스…이대로 외국 자본에 넘기기 불편했나

업계에서는 이번 이지스 경영권 매각이 난항을 겪는 데는 또다른 배경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이지스자산운용은 2010년 설립된 금융사로 금융지주 등 계열사나 재벌 소속이 아닌 독립계 부동산 대체투자 자산운용사로 자리매김 했다. 즉, 창업자를 필두로 전문 운용인력이 중심이 되어 관치로부터 독립한 국내 유일 운용사란 의미다.

통상 한국의 대형 금융사는 상당수가 금융당국 출신 고위 공무원을 영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지스는 국민연금이나 공제회 등 공적 자금이 대량 들어왔지만, 임원진에 전직 고위 공무원 출신을 거의 앉히지 않았다.

이지스의 초대 회장은 건설교통부 차관 출신의 고 김대영 전 회장이다. 그는 건교부 출신이긴 하지만 그는 낙하산형 관료가 아닌 정책과 금융 구조에 밝은 전문가로 평가됐다. 2012년 영국 런던에서 첫 해외 자산을 매입해 사명을 피에스자산운용에서 현 이지스자산운용으로 변경하고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손꼽히는 부동산 금융 전문가 조갑주 전 이지스자산운용 단장이 2014년 국내부문 공동 대표로 합류하면서 이지스는 10년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의 공식 직함은 신사업추진단장이었지만 실제 영향력은 이지스 내부에서 CEO급에 준하는 실세로 알려진다. 국내 대형 오피스 개발, 복합단지, 물류센터, 해외투자까지 딜을 성사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현재 이지스의 위상을 만든 엔진이란 평가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조 전 단장의 영향력이 너무 커 내부통제를 상실했다고 보고, 2023년부터 조갑주 전 단장의 가족회사와의 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중심으로 검사를 진행했다.

현재까지 금감원이 조 단장에게 제기한 의혹 중 사실로 밝혀진 것은 없고, 회사·임직원 차원 과태료 수준의 처분이 전부였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 운용 부서에서 이지스에 대한 추가 출자 자제령이 내려지는 등 예의주시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알려진다.

이지스는 관치 금융에서 벗어나 있고, 금융당국이 압박해도 길들여지지 않는, 국내 최대 규모 부동산 자산운용사였던 것. 이러한 상황에서 이지스의 지분이 외국계로 넘어가는 것에 대해 당국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혹이 떠돈다.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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