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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도 사돈이 원수네" 롯데 vs 태광 20년 홈쇼핑 전쟁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5.12.12 06:00

[땅집고] 사돈 관계인 태광그룹과 롯데그룹이 롯데홈쇼핑 사옥을 둘러싸고 벌인 이른바 ‘홈쇼핑 전쟁’이 24년 만에 종지부를 찍을지 관심이 쏠린다. 태광의 신고로 롯데의 양평동 사옥 부당 거래 의혹을 조사하던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최근 해당 논란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양 측은 2001년 당시 공동으로 홈쇼핑 사업 진출을 시도했으나 불발되자 10여년 간 지분 다툼을 벌여왔다. 양측의 갈등은 2년 전, 사옥 매각을 둘러싸고 심화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올해 9월 태광산업이 제기한 ‘롯데홈쇼핑-롯데지주 부당지원 의혹’ 관련,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공정위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해당 사안이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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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공정위는 올해 3월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홈쇼핑(법인명 우리홈쇼핑), 롯데지주, 롯데웰푸드 간 ‘부당지원’ 혐의가 있다고 보고, 조사관을 파견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등 고강도 조사를 이어왔다.

이는 2023년 태광산업이 공정위에 롯데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롯데홈쇼핑 2대 주주인 태광산업은 롯데홈쇼핑이 롯데지주·롯데웰푸드로부터 사옥을 시세보다 비싼 2039억원에 매입해 그룹에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땅집고]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5가에 위치한 19층 규모 롯데홈쇼핑 사옥. /네이버지도 로드뷰


해당 사옥은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5가에 위치한 19층짜리 건물이다. 영등포 롯데 물류센터 부지에 2010년 준공한 건물로, 그룹 모태인 롯데제과 본사로 잘 알려진 곳이다. 맞은편에는 롯데제과 영등포공장이 크게 들어서 있다.

2017년 롯데지주 출범 당시 인적 분할을 추진하면서 롯데지주와 롯데웰푸드가 각각 64.6%, 35.4%의 지분을 보유했다. 2023년 거래로 롯데홈쇼핑이 100% 지분을 보유한 건물이 됐다. 당시 롯데 측은 롯데홈쇼핑 사용 비중이 높다며 관리 차원의 매각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웰푸드가 13~19층을, 롯데홈쇼핑이 나머지 공간을 쓴다는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해당 사안을 놓고 사돈 관계인 롯데와 태광의 수십 년 묵은 갈등이 표면화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그룹 회장의 장녀 신유나씨와 결혼하면서 두 기업은 사돈 관계가 됐다. 이후 두 기업은 함께 신사업 진출을 모색할 정도로 사이가 돈독했다. 백화점 사업에 주력하던 롯데쇼핑은 2001년 태광산업과 컨소시엄을 이뤄 홈쇼핑 사업자 선정에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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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홈쇼핑 컨소시엄(경방, 아이즈비전, KCC정보통신, 대아건설, 행남자기 등)에 밀려 고배를 마신 이후 거리가 멀어졌다. 2005년 태광이 우리홈쇼핑 지분 45%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된 상황에서 불과 한 달 뒤 롯데쇼핑이 우리홈쇼핑 지분 53%를 인수해 태광을 누르고 최대주주로 올라선 것이다. 이후 태광산업이 롯데의 우리홈쇼핑 인수 승인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지분 구조를 둘러싼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롯데홈쇼핑의 법인명이 여태 ‘우리홈쇼핑’인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태광의 동의 없이는 우리홈쇼핑을 롯데홈쇼핑으로 바꿀 수 없다.

이런 가운데, 롯데홈쇼핑의 매출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내림세를 보인다. 2021년 1조1027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1조778억원, 2023년 941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9249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도 2021년 1020억원에서 2022년 780억원, 2024년 498억원으로 감소하고 있다. 2023년에는 새벽 방송 중지 여파로 83억원에 그쳤다.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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