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의 새 주인 후보로 외국계 사모펀드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가 선정되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대규모 개발 사업이 외국 자본에 넘어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가 하면, 한 입찰 참여사는 절차가 불공정했다며 소송까지 냈다. 국민연금도 2조원 위탁 자금을 회수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지스 내부에서는 힐하우스 선정을 반기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당초 업계는 이번 인수전이 흥국생명과 한화생명의 2파전으로 전개될 것으로 봤고, 외국계 후보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막판에 힐하우스가 높은 인수 가격을 제시하면서 판세가 뒤집혔다.
문제는 인수 과정에서 두 보험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이지스운용 임직원 250명을 구조조정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는 것. 운용 인력이 약 330명인 점을 고려하면 핵심 인력을 포함한 조직 대부분이 정리되는 것과 다름없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업계의 관계자는 “이지스 직원 입장에서는 구조조정을 할 확률이 높은 국내 재벌보다는 외국계인 힐하우스를 더 선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힐하우스는 작년에 ‘일본의 이지스’와 같은 일본 종합 부동산 자산운용사 샘티홀딩스를 인수한 경험이 있는데 그 당시에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경영권 및 고용을 유지했다고 알려진다”고 했다.
이번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부동산 운용 역량을 확장해온 글로벌 투자 플랫폼이다. 설립자는 중국 출신 장 레이로 중국 인민대에서 국제금융을 공부하고 미국 예일대 경영대학원(MBA) 과정을 거쳐 예일대 기금으로 초기 자본을 확보했다.
설립자는 중국계이지만, 홍콩, 베이징, 상하이와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등 전 세계에 지사를 두고 있다. 주요 출자자(LP) 역시 93%가 미주와 유럽, 중동 등의 국부펀드와 대학기금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힐하우스는 지난해 말 일본에서 단행한 샘티홀딩스 인수합병에서 기존 경영진의 유임을 지지했다고 전해진다. 샘티홀딩스의 기존 대주주였던 다이와증권과도 손 잡고 재투자하는 형태로 파트너십을 이어나갔다는 것.
이번 이지스 인수전은 힐하우스의 부동산 투자 전문 플랫폼 라바파트너스와 샘티홀딩스 자산운용사 샘티AMC가 주도했는데, 핵심 설계자 조 개그넌 라바파트너스 공동대표가 이끌었다. 그는 글로벌 사모펀드 워버그 핀커스에서 재직했으며 GE리얼에스테이트 도쿄에서 한국 상업용부동산 시장 투자 경험을 쌓았다. 2020년 라바파트너스에 합류한 후 힐하우스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실물자산·부동산 투자 역량 구축에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데이터센터, 리빙(주거시설), 뉴이코노미 등 신규 섹터로의 분야 확장도 이끌고 있다.
힐하우스가 최종적으로 인수자로 선정되는 경우 이지스자산운용의 기본적인 운영은 기존 경영진이 독립적으로 수행하며, 샘티AMC·라바파트너스·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는 플랫폼 차원에서 필요한 자원과 네트워크를 제공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관계자는 “지배구조가 바뀌더라도 경영이 분리가 되어있어 외국 자본에 모든 것이 넘어가는 형태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