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강서구 화곡동 신축 아파트 ‘화곡더리브스카이’가 서울의 대표적 악성 미분양 단지로 전락했다. 이 단지는 18차례에 걸친 무순위 청약에도 분양에 실패했다. 결국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이 공매로 넘어갔지만 모두 유찰됐다.
밤이면 불이 꺼진 세대가 많아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빌라촌에 유령 아파트가 들어섰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 아파트는 화곡중앙시장 정비사업과 함께 조성된 주상복합 아파트다. 지하 3층~지상 13층, 총 140가구로 구성됐다. 2022년 11월 첫 분양 이후 여전히 절반 가량이 공실로 남아 있다. 분양가는 최고 5억6325만원(전용 59㎡ 기준)으로 최대 8000만원 할인 분양까지 했지만 결국 수분양자를 찾지 못했다.
대형마트 입점이 예상됐던 단지 내 상가는 텅 비어 있었다. 단지 외벽에 걸린 ‘서울 최저가 분양’ 현수막이 빛 바랜 상태였다. 이 단지는 신축 아파트의 장점으로 꼽히는 커뮤니티 시설도 찾아보기 어렵다. 소규모 나홀로 아파트 구조에다, 평면 역시 아파트보다 오피스텔에 가까운 점도 실수요자 외면의 원인으로 꼽힌다. 상품성이 떨어지면서 “팔고 싶을 때 제때 팔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상인 박모씨는 “아파트와 시장이 가까운 건 장점이자 단점이 됐다”며 “이 근방은 빌라촌으로 이뤄져 있어 신축 아파트 수요가 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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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진행된 공매에서는 3억~5억원대였던 최저 입찰 가격이 9차례 유찰을 거듭하며 1억원 이상 낮아졌다. 지난 8월 두 번째 공매를 진행했지만 역시 관심을 끌지 못했다. 현지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팔아 보려고 했지만 문의가 없다”며 “할인 분양을 진행했을 때 전화 몇 통이 왔지만 매수로 이어지진 않았다”고 전했다.
입지적 한계도 뚜렷하다. 지하철 5호선 화곡역과 까치산역은 모두 도보 15분 거리로 비역세권이며, 빌라촌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단지 담벼락이 전통시장과 맞닿아 있어 상시 소음과 차량 불편도 지적된다. 여기에 김포공항 항공기 소음까지 더해지지만 화곡1동은 소음대책지역에 포함되지 않아 정부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서울은 만성적인 공급 부족을 겪고 있지만, 상품성이 떨어지는 신규 아파트는 미분양 해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강동구(379가구), 강서구(145가구), 구로구(134가구) 등에서 미분양이 집중됐으며, 대부분 전용 60㎡ 이하 소형·나홀로 아파트가 차지했다. 인근 시세 대비 경쟁력이 낮거나 입지·상품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chujinzer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