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재건축 단지가 2억 대?" 성북구 '오각형 아파트'의 정체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5.12.07 06:00

[땅집고] “서울 재건축 아파트면 무조건 비쌀 줄 알았는데… 2억원대면 살 수 있는 곳이 있다고요?”

서울 지하철 6호선 안암역. 4번 출구로 나온 뒤 고려대를 지나 숨이 찰 정도로 경사가 제법 있는 언덕길을 걷다 보면 성북구 안암동 ‘대광아파트’에 도착한다. 아파트 출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아파트 2개동이 일렬로 서있다. 나머지 5개동을 보려면 경비실 건물 옆으로 나있는 마치 지하 동굴같은 진입로로 들어서야 한다. 깜깜한 통로를 지나면 아파트 5개동이 서로 마주보면서 오각형 요새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배치로 생겨난 중정(中庭)같은 부지는 입주민들이 지상 주차장으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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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서울 성북구 안암동 ‘대광아파트’ 총 7개동 중 2개동이 오각형으로 배치돼있다. /카카오지도


대광아파트는 1971년 준공한 최고 7층, 7개동, 총 346가구 규모 단지다. 최근 대부분 아파트가 부지 평탄화 작업을 거치는 것과 달리 높은 지대에서 들어선 점도 독특하지만, 단지를 오각형으로 배치한 모습이 특히 눈길을 끌면서 유명세를 탔다. 업계에선 건축 당시 좁은 언덕 부지에 최대한 많은 아파트를 짓기 위해 이런 배치를 결정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금이라면 일조권 등 문제로 사업 승인을 받지 못했을테지만 관련법이 구체화되기 전인 약 55년 전 지어진 단지라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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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런 대광아파트가 재조명받고 있는 분위기다. 서울 집값이 날로 오르면서 올해 9월 기준 평균 매매가격이 12억4000만원에 달하는 가운데, 이 아파트에선 2억원대에 나와 있는 매물이 수두룩한 것. 대광아파트가 현재 재건축 사업까지 추진 중인 점을 고려하면 꽤 싸게 느껴진다는 수요자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온라인 부동산 중개사이트에선 거실에 침실 2개, 화장실 1개로 구성한 전용 47㎡가 2억1000만원에, 구조가 비슷한 44㎡가 2억4000만원에 각각 매물로 등록돼있다. 초급매로 1억7000만원에 나온 45㎡짜리 매물도 있다.

[땅집고] 서울 성북구 안암동 ‘대광아파트’ 내부로 통하는 진입로가 보인다. /네이버 거리뷰


[땅집고] 서울 성북구 안암동 ‘대광아파트’에서 중정처럼 생긴 공간을 지상 주차장으로 쓰고 있는 모습. /네이버 거리뷰


대광아파트가 이렇게 저렴한 이유가 뭘까. 먼저 입지 측면에서 뒤떨어진 탓이 크다. 지하철 6호선 보문역과 안암역까지 걸어서 20분 넘게 걸리는데도 평지가 아닌 언덕길을 올라야 해 실거주하기에는 불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건축 사업도 지지부진한 편이다. 1998년 조합을 설립했지만 지금까지 27년 동안 사업 가시화가 안되고 있는 상태다. 당초 고지대라 고도제한이 걸려있는 가운데 제 2종주거지역이라 7층 이하로 재건축해야 해 사업성이 크게 떨어졌다. 더군다나 일대일 재건축 형태라 임대주택을 제외하면 전부 조합원 물량으로, 분양수익이 없는 점도 사업 발목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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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들어 대광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나름 속도를 내고 있는 분위기다. 2023년 서울시가 이 아파트를 인근 단독주택들과 묶어 안암1구역으로 지정한 뒤 용적률을 일부 완화해주고,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해주면서 평균 13층, 최고 15층, 총 436가구 규모로 재건축할 수 있게 된 것.

[땅집고] 서울 성북구 안암동 ‘대광아파트’가 속해있는 안암1구역 위치. /서울시


서울시는 올해 9월 열린 제 9차 정비사업 통합심의위원회에서 안암1구역 재건축 사업안에 대해 보류 판정을 내렸다. 안암1구역이 특별건축구역에 속하는 만큼 공공건축가를 선임해 높이, 경관성, 정주여건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한 재건축 계획을 다시 제출하면 심의를 재차 진행해준다는 방침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조합은 앞으로 서울시 요청대로 재건축 계획안을 보완해 건축 심의를 재접수하고, 2026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아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대광아파트는 올해 들어 2억원대에 주로 거래되고 있다. 지난 6월 전용 59㎡ 7층 주택이 2억1500만원에, 9월 전용 43㎡ 2층 주택이 2억300만원에 팔리는 등이다. 현재 대광아파트로부터 남쪽으로 직선 250m 정도 떨어져 있는 ‘래미안 엘리니티’(2022년·1048가구) 51㎡가 올해 10월 13억원에, 북쪽으로 200m 정도 거리인 ‘해링턴 플레이스 안암’(2024년·199가구) 49㎡가 6월 6억9800만원에 거래됐다. 앞으로 대광아파트가 재건축을 마치고 새아파트로 탈바꿈하면 비슷한 가격 수준을 형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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