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AK플라자 끝없는 적자…AK홀딩스 자금수혈로도 못 살리나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5.12.04 06:00

[땅집고] 한때 애경그룹 신사업으로 꼽히던 백화점이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했다. 롯데·신세계·현대 ‘백화점 빅3’가 고급화를 택한 것과 달리, 친숙함을 내세운 결과, 업계 내 영향력 감소·매출 부진이라는 처참한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결국 수년째 그룹의 자금 수혈을 면치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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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경기도 성남시 서현역에 위치한 'AK플라자 분당점' 전경. 지하철 수인분당선 서현역과 이어져 있어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다. /강태민 기자


◇ 그룹 지원 등에 업어도 수년째 적자기업

수년 전부터 AK홀딩스는 계열사 AK플라자를 살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AK홀딩스는 지난달 11일 KB국민은행에 보유 중인 애경케미칼 보통주 219만 주를 담보로 맡기고, AK플라자의 122억원 차입에 대한 담보를 제공했다. AK플라자는 이미 담보한도가 583억원 규모로 쌓여 있어, 그룹 차원의 유동성 지원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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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그룹의 AK플라자 자금 수혈은 처음이 아니다. AK플라자는 올해 8월에도 계열사 애경스페셜티로부터 10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차입하는 등 지금까지 총 150억원을 대여했다. 모두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상환을 위해서다. 지난해 말 기준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 역시 2557억원으로 2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땅집고] 2021~2025년 AK플라자 매출 실적 요약. /정리=김서경 기자


그룹 지원에도 불구 AK플라자의 회복은 요원하다. 올 상반기 AK홀딩스가 보고한 자회사 AK플라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한 1255억원이다. 순손실 196억원을 기록해 적자를 지속했다. AK홀딩스 관계자는 “매출이 줄어든 이유는 온라인몰 AK몰 매각에 따라 일시적으로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 결과, 그룹 내 아픈 손가락이 됐다. AK홀딩스 올해 상반기 매출 중 AK플라자의 비중은 5%남짓하다. AK홀딩스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1% 감소한 2조2037억원이다. 화학 부문(애경케미칼 등)이 상반기 매출 1조원 이상을 기록해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 것과 대조된다.

[땅집고] 2025년 3분기 기준, AK플라자의 시장점유율 변화. 2020년 3.9%에서 2025년 3분기 2.5%로 1% 넘게 하락했다. /AK홀딩스 사업보고서


◇ ‘NO명품’ 선언했다가 침몰 위기 놓인 백화점

애경그룹의 백화점 사업은 30년 역사를 자랑한다. 1993년 그룹을 상징하던 애경유지공업 공장 터 자리에 AK플라자 1호점 구로점을 지으면서 백화점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듬해 배우 차인표를 일약 스타덤에 올린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 주요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개점과 동시에 대성공을 거뒀다.

기세를 몰아 1999년에는 AK플라자 법인을 세우면서 백화점 사업 확장을 선언, 2007년 분당 삼성플라자를 인수해 AK플라자 분당점, AK몰 사업으로 확장했다. 현재 백화점 4개점(수원·분당·평택·원주), NSC(Neighborhood Shopping Center) 쇼핑몰 6개점(홍대·기흥·세종·성수·광명·금정)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등장 이후 소비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서서히 타격을 받았다. 이후에는 고급 브랜드 유치로 전략을 튼 타 백화점과 달리, 지역 밀착형 백화점을 표방하면서 이른바 ‘빅3’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시장점유율은 이런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AK플라자는 당사의 시장점유율이 2020년 3.9%에서 2025년 상반기, 2.5%로 하락했다고 보고 있다.

2015년 주력 매장인 AK플라자 분당점 1.8㎞ 거리에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생긴 게 대표적이다. 대규모 재단장에 나섰지만, 매머드급 규모·명품으로 무장한 판교점 벽에 무너졌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지하7층~지상 13층, 연면적 23만㎡에 영업면적 9만2562㎡로, 당시 수도권 최대 복합 쇼핑몰이었다. 스타필드 하남(연면적 46만㎡) 개점 전까지 1위를 차지했다.

2018년에는 실적 개선을 위해 AK플라자 상징이던 1호점 구로점 폐점을 결정했으나,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문제는 상황을 역전시킬 뾰족한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매장 대부분이 매출을 결정하는 가구 당 소득 수준 등 전반적인 소비 여력이 분당보다 낮은 지역에 있다.

원주점의 경우 강원도 유일의 백화점이라는 타이틀이 있지만, AK플라자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임차비를 포함해 판관비 부담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AK홀딩스 입장에서 AK플라자는 ‘돈 먹는 하마’인 셈”이라며 “복합쇼핑몰 전환을 비롯해 소비자를 끌어들일 유인책이 절실하다”고 했다.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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