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내 갚아야 할 빚 4.9조원
불안한 재무구조가 걸림돌
[땅집고]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가 내년 상반기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가운데, 6조원 넘는 막대한 차입금이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지난 10월 김영식 SK하이닉스 양산총괄이 신임 대표로 취임한 후 사업 구조 재편을 마무리하고, 코스피 상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주관사 NH투자증권 등과 상장 준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SK에코플랜트가 IPO를 서두르는 이유는 재무적 투자자(FI)들과 맺은 계약 때문이다. 2022년 FI들로부터 약 1조원을 투자받으면서 2026년 7월까지 반드시 상장한다는 조건을 걸었던 것. 상장이 늦어지면 2년 연장이 가능한데 투자자들에게 우선 배당률 5%를 지급하고 매년 3%씩 높여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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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에코플랜트는 지난 2년여간 상장 준비 차원에서 ‘탈(脫) 건설’을 외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성장성 높은 반도체 중심으로 바꿨다. 환경·에너지, 폐기물 처리, 친환경 플랜트 둥에서 반도체 종합서비스 분야로 전환했다. 특히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증설 수요에 맞춰 SK트리켐·SK레조낙·SK머티리얼즈제이엔씨·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등 4개 회사를 자회사로 편입한다. 4개사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소재를 만든다. SK에코플랜트가 SK하이닉스 연관 계열사로 재편된 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전체의 80%였던 건설·플랜트 매출 비중도 절반 이하로 확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큰 걸림돌이 있다. 재무구조가 불안하다는 것. 올 6월 말 기준 차입금 6조여원, 부채비율이 218%다. 1년 안에 갚아야 할 빚만 4조9000억원이다. 올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누적 영업이익률은 4.85%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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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 안정화를 위해 자회사 SK오션플랜트(삼강엠앤티)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지역 사회 반발이 거세다. 사모펀드에 넘어가면 고용 승계 등이 불투명해져 지역 경제를 위협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엔 회계 문제도 불거졌다. 금융감독원은 SK에코플랜트가 미국 연료전지 자회사의 매출을 부풀려 잡은 혐의로 감리를 벌였고,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과징금 54억여원을 부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는 분명 반도체·AI(인공지능) 투자 확대라는 큰 시장 트렌드를 타고 있지만 기업공개는 결국 숫자 싸움”이라며 “차입금을 어떻게 경감시키느냐가 투자자 신뢰를 가를 최대 변수”라고 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반도체 소재 전문 자회사 편입 등 반도체 종합 서비스 포트폴리오 강화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 및 재무건전성을 지속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