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상업시설 개발 전문가 CEO가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설 불식시킬까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5.12.02 06:00

[건설사기상도] 롯데건설 CEO, 박현철→오일근 급 교체

[땅집고] 롯데그룹이 2026년도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그룹사 CEO 20명을 갈아치웠다. 그런데 이번 용퇴 대상자에 롯데건설을 이끌어온 박현철 부회장이 포함돼 건설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그가 지난 3년 동안 이른바 ‘롯데건설 위기설’을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점을 고려하면 CEO 교체 시기가 다소 이르게 느껴진다는 것. 새 CEO 자리에는 롯데자산개발 대표직을 맡고 있는 오일근 부사장이 내정됐다. 이처럼 롯데그룹이 갑작스럽게 건설부문 수장을 변경한 이유에 주목이 쏠린다.

[땅집고] 서울 서초구 잠원동 롯데건설 본사 사옥. /연합뉴스


◇롯데건설, ‘재무통’ 박현철 투입해도 영업이익률 줄하락

지난 11월 26일 롯데그룹이 발표한 2026년 정기 임원 인사는 초고강도 인적 쇄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그룹 지주사와 주요 계열사를 이끌던 부회장단을 모두 교체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전체 CEO 중 3분의 1에 달하는 20명이 교체됐다. 지난해 롯데그룹이 CEO 21명을 교체하고 임원 22%에 대한 퇴임을 통보한 데 이어 2년 연속으로 인사에 칼을 빼든 셈이다.

이번 인사 조치로 롯데건설도 3년 만에 CEO를 교체하게 됐다. 롯데건설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부실 등 문제로 인한 재무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2022년 그룹사에서 ‘재무통’으로 통하던 박현철 부회장을 CEO로 선임했다. 박 부회장은 지난 3년 동안 롯데건설 현금 흐름을 확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다만 건설 경기가 다른 산업군 대비 특히 침체한 상황이라 단기간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기는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땅집고] 최근 3년간 롯데건설 매출 및 영업이익 추이 정리. /이지은 기자


실제로 최근 3년 동안 롯데건설의 매출은 꾸준히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하락세를 보이면서 실질적인 수익은 줄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매출의 경우 ▲2022년 5조9443억원 ▲2023년 6조8111억원 ▲2024년 약 7조8632억원으로 상승세를,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22년 3608억원 ▲2023년 2595억원 ▲2024년 1695억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률이 2.02%에 그친다.

더불어 부채비율도 올해 3분기 기준 214.3%로 비교적 높은 편인 점도 지적된다. 박 부회장이 CEO로 투입된 해인 2022년 말 부채비율이 264.8%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200%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부채비율이란 기업 전체 자본 대비 총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통상 업계에서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가면 우려, 400%를 초과하는 경우 기업이 존립 위기를 맞았다고 진단한다.

◇개발사업 특화된 오일근 부사장…신동빈 회장의 금리 하락기 대비 카드?

이런 상황에서 박 부회장이 물러나는 대신 새 CEO로 오일근 부사장이 내정되자 롯데그룹이 건설 부문 체질 개선 방향을 선회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오 부사장의 이력이 부동산 개발에 집중돼있는 점을 고려하면, 박 부회장의 강점이 재무 측면에 쏠려있는 것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설명이다.

[땅집고] 롯데그룹 2026년도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롯데건설 CEO 자리에서 물어나게 된 박현철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오일근 부사장.


오 부사장은 1993년 롯데월드에 입사한 뒤 30년 넘도록 롯데그룹에서 개발 및 전략 업무를 담당해온 인물이다. 롯데마트에서는 점포개발과 부지개발, 롯데자산개발에선 주거·상업시설 개발 및 국내외 복합개발과 자산 유동화 등이다. 오 부사장은 이 같은 부동산 개발 사업 전문성과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 역량을 인정받아 승진을 거머쥐기도 했다.

이런 오 부사장의 경력을 참고하면 앞으로 롯데건설은 지난 3년 동안 집중했던 재무 건전성 회복에서 더 나아가 개발 사업 수익성 증대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의견이 나온다. 더불어 부동산 침체기라 사업을 확장하는데 몸을 사려온 롯데건설이 앞으로 단순 시공을 넘어 자체 개발이나 그룹사 보유 부동산 자산을 활용한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언급된다. 현재 롯데건설은 약 5000억원으로 추정되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본사 사옥 매각을 비롯해 4조원에 달하는 서초구 서초동 롯데칠성부지 개발 사업 절차를 앞두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 3년 동안 현금 흐름을 어느 정도 확보한 롯데건설이 개발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배치하는 체질 개선을 통해 재도약 기반을 다지려는 시도로 해석된다”면서 “앞으로 금리가 본격 하락하는 시기를 지금부터 대비해야 적기에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신동빈 회장의 선제적 판단으로 보인다”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






화제의 뉴스

"시세 3억대, 분양가는 6억?" 미분양 이천, 아파트 입지도 허허벌판ㅣ이천 증포5지구 칸타빌 에듀파크
모임공간 '상연재 서울역점', 확장 이전 100일 맞아 이벤트 연다
[인사] 한미글로벌
"반도체 팔아 부동산 쇼핑" 한미반도체, 강남 이어 한남동 건물 매입
분상제·비규제지역 '서수원 에피트 센트럴마크', 9일 1순위 청약

오늘의 땅집GO

감정가보다 4억 웃돈에도 "역대급 승자" 송파 아파트서 무슨 일
공사비 못 건진 '현대·반도·한신', 미분양 단지 통째로 임대 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