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53억 오를 때 도봉은 2.5억 상승
강남·비강남 집값 상승액 격차 ‘21배’
[땅집고]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강남과 비강남의 집값 격차가 역대급 수준으로 벌어지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도봉구 대표 대단지 아파트는 하루 평균 7만원 오르는 데 그친 반면, 강남구 압구정동 주요 단지는 하루 상승액이 146만원에 달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두 단지의 10년 누적 상승액만 비교해도 약 21배 차이다. KB부동산이 두 아파트의 매매가격(전용 30평대 기준)을 2015년 11월과 2025년 11월로 비교한 결과다.
도봉구 방학동 신동아1단지는 2015년 약 3억원에서 올해 5억5500만원으로 올랐다. 10년 동안 2억5500만원 상승한 셈이다. 기간(약 3650일)으로 나누면 하루 평균 7만원 오른 꼴이다. 서울 외곽 아파트값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점을 감안해도 상승폭이 매우 작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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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는 같은 기간 14억3500만원에서 67억5000만원으로 뛰었다. 10년 새 무려 53억1500만원이 올랐다. 하루 평균 상승액으로 계산하면 146만원이다. 강남 핵심 입지에 더해 학군·인프라·브랜드·재건축 기대감이 결합된 압구정은 최근 몇 년간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와 고가 아파트 시장 회복세가 겹치며 가격이 크게 뛰었다. 특히 ‘똘똘한 한 채’를 마련하려는 이들의 최선호 지역 쏠림 양상이 강해지면서 서울 내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강남권 주요 단지도 수십억 원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같은 기간 18억7500만원에서 52억원으로 올라 33억2500만원,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는 10억원에서 33억원으로 23억원 상승했다. 서울 내 같은 면적대 아파트라도 입지에 따라 상승폭이 극명하게 갈린 셈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10월 서울 5분위(상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33억4409만원으로, 1분위(하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4억9536만원으로 집계했다. 5분위 배율(상위 20%를 하위 20%로 나눈 값)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인 6.8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입지 경쟁력과 생활 인프라 차이, 정비사업 규제 완화 기대감 등이 강남권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고 분석한다. 중저가 아파트 비중이 높은 도봉구는 기반시설 확충 속도가 느리고 재건축·재개발 사업성도 제한적이어서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울 내부에서도 자산 격차가 불평등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대출·세제 규제로 분산 투자가 어려워지자 수요가 교육·교통·정비사업이 확실한 핵심지로만 몰리고 있다”며 “입주 물량 부족과 정비사업 지연, 구조적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상급지 중심의 상승, 중하위권의 정체라는 양극화 흐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