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전체 승객 단 3명, 황제 여객기…알고보니 공정위 규제 때문이라고?

뉴스 강시온 기자
입력 2025.11.29 06:00

탑승률 10%인데 강제 운항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조건 후폭풍

[땅집고] 부산~괌 노선에서 승객보다 직원이 더 많아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항공편은 탑승률이 10%대로 추락해, ‘눕코노미’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좌석이 남아돌아 누워서 갈 정도라는 뜻이다. 유류비·인건비·공항 이용료 등을 고려하면 비행기를 띄울수록 손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럼에도 항공편수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원인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 조치 때문이다. 공정위는 독과점 우려를 이유로 대한항공·아시아나를 비롯해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5개 항공사의 일부 국제선 좌석을 2019년 대비 90% 이상 유지하도록 의무화했다. 10년간 유지되는 이 규제로 인해 수요가 급감한 노선도 공급을 줄일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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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연합뉴스


◇승객 3명, 직원 6명…눕코노미 노선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이달 7일 괌에서 출발해 김해공항에 도착한 대한항공 KE2260편에는 승객이 단 3명 탑승했다. 180석 규모 여객기에 기장·부기장과 객실 승무원 4명 등 최소 6명의 직원이 탑승하는 점을 감안하면 승객보다 직원이 더 많은 역전 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1일 부산발 괌행 항공편 승객 수는 4명, 2일 대한항공 부산~괌 왕복 총 승객은 19명에 그쳤다. 진에어·에어부산 역시 해당 노선 평균 탑승률이 10~20% 수준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괌은 과거 대표적 신혼여행, 가족 휴양지였다. 4시간 남짓한 짧은 비행 시간에 쇼핑, 액티비티 등을 즐길 수 있어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숙박시설 노후화와 가격 경쟁력 약화로 동남아 휴양지가 대체재로 떠올랐다. 여기에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70원까지 오르면서 괌 여행 경비 부담이 커진 것도 직격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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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가 만든 역설

문제는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항공사들이 괌 노선을 줄일 수 없다는 점이다. 공정위 조건에 따라 괌·세부 등 비인기 노선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공급을 유지해야 한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을 승인하면서 괌 노선을 포함한 40개 노선의 공급석을 2019년 대비 90% 수준으로 유지할 것을 조치했다. 항공업계에선 “공정위 규제가 소비자 보호라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지역별·노선별 수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일률적 기준이 지방 공항 운영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김해공항은 대한항공, 에어부산, 진에어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이들은 모두 합병을 앞두고 있다.

아이러니한 건 김해공항의 상황이다.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김해공항은 개항 이래 처음으로 국제선 이용객 10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공항은 북적이는데 괌행 비행기만 텅텅 빈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측은 “공급좌석 유지 등 시정조치 내용은 대한항공 측도 동의를 했다”며 “급격한 수요 변화나 중대한 사정변경이 생길 경우, 대한항공이 시정명령 변경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성 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개선 가능한 부분에 대해 공정위와 지속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고 했다./ks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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