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13년 방치된 상암 롯데몰 부지, 착공 또 밀린다고? 속사정 보니…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5.11.27 06:00

[땅집고] 디지털미디어시티역 2번 출구 앞. 버스 정류장 뒤로 성인 키보다 배로 큰 흰색 펜스가 길게 쳐져 있다. 상암택지개발지구 내 유일한 역세권 입지라서 하루에 수천 명이 지나는 DMC의 관문이다. 그러나 인허가권자인 서울시와 땅 주인인 롯데쇼핑이 갈등을 벌여 13년간 개발되지 못한 땅이다. 업무지구 초역세권 부지가 공영주차장으로 전락한 배경이다.

[땅집고] 서울 마포구 상암동 1624·1625·1626 일대. 공영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네이버지도 로드뷰


◇ “아파트도 연결하는데” 초역세권 쇼핑몰 ‘직결 통로’ 없다

그런데 최근 서울시가 세부개발계획 결정안을 공개하면서 착공 기대감이 돌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14일 서울 마포구는 상암택지지구 지구단위 및 특별계획구역(I3·I4·I5) 세부개발계획 결정안을 변경·고시했다. 3개 특별계획구역은 상암동 1624·1625·1626 일대로, ‘롯데 상암몰’(가칭)이 예정된 곳이다. 대지면적 2만644㎡다.

[땅집고] 서울 마포구청이 이달 20일 공고한 상암택지개발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 결정(변경)(안) 중 일부. /마포구청


지하철 출입구 신설을 위해 3개 부지를 상업업무지구 용지로 통합하는 게 골자다. 동시에 DMC역 2, 3번 출구와 맞붙은 1624번지 일부 면적을 철도시설용지로 편입하면서 당초 지상·지하 입체연결통로를 계획 및 설치한다는 계획을 폐지했다.

이는 역세권 부지에 건물을 지을 때 접근성 제고를 위해 지하보도 등 직결 통로를 만드는 것과 반대 행보다.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5, 9호선)을 비롯해 잠실 롯데월드몰·롯데백화점 잠실점(2, 8호선) 등 대부분 쇼핑몰의 경우 지하철 출입구에서 바로 이어지는 형태다.

최근에는 아파트 같은 주거시설에서도 지하철 직결 통로를 만드는 추세다. 강동구 천호동 ‘래미안 팰리스’, 동탄신도시 ‘동탄역 롯데캐슬’, 미사신도시 ‘힐스테이트 그랑파사쥬’ 등은 지하철 출구와 연결돼 있다.

롯데쇼핑 측은 “아직 설계 단계로 정확한 건축 규모를 공개하기 어렵다”면서도 내년 하반기 착공해 2029년 완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땅집고] 마포구 상암동 '상암 롯데몰'이 들어설 부지 위치. /네이버지도


◇ ‘상암 롯데몰’ 내년 착공? “글쎄”

다만, 일각에서는 새 계획안이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지하철 연결 통로 확보 후 다시 심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마포구 한 주민은 “지하철 직결 통로를 폐지한 계획안으로 갈 리가 없다”며 “내년 착공도 물 건너간 것 같다”고 했다.

내년 착공이 어려워 보이는 이유는 또 있다. 현재 롯데쇼핑은 서울시의 건물 특화 디자인 제안을 받아들여 새로운 설계안을 준비 중이다. 시는 서울 서북권 최대 쇼핑몰 정체성에 맞게 미래형 쇼핑몰 디자인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 도시건축위원회 심의 절차 후 1년 이후 착공이 가능한 것을 고려하면 해당 사업의 경우 내년 착공이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 서울 초역세권 알짜 부지, 13년 개발 밀린 이유

서울시는 복합쇼핑몰 유치를 목적으로 일대를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한 후 2013년 롯데쇼핑 측에 매각했다. 매각가는 1971억7400만원이었다. 이후 일대에선 ‘서부권 최대 쇼핑몰’ 기대감이 감돌았다.

☞ 관련 기사 : "속터져 죽겠네"…'9년째 텅텅' 상암 롯데몰 첫삽은 언제?

그러나 이후 서울시가 인근 전통시장과의 상생을 내세워 인허가를 불허하면서 사업이 표류했다. 2017년에는 롯데쇼핑이 제시한 상생협력 방안에 대해 17개 전통시장 중 1곳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서울시가 반려하면서 갈등이 극에 달했다. 결국 롯데쇼핑은 서울시를 상대로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감사원이 “서울시가 심의 절차를 부당하게 지연했다”며 롯데 손을 들어줬으나, 착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쇼핑몰 판매시설 비율을 80%에서 30%로 낮추는 등 설계 변경이 불가피했다.

2021년에는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가 해당 사업 심의를 가결하면서 다시 물꼬를 트는 듯했다. 이르면 2021년 착공해 2025년 완공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2025년 연말이 다가오도록 이곳은 주차장 부지로 활용되고 있다.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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