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월세 5000만원, 통임대 고집" 명품 쇼핑 1번지, 청담동의 몰락

뉴스 강시온 기자
입력 2025.11.24 09:46 수정 2025.11.24 11:21

청담동 상가 공실률 23%
공실률 7배 폭증 진짜 원인은?

[땅집고] 지하철 수인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2번 출구를 올라서자, 거리 곳곳에서 노란색 ‘임대(lease)’ 현수막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명품 브랜드 디올(Dior) 매장 바로 뒤편 6층 건물의 1층도 공실 상태였다. 청담초등학교 주변 이면상권으로 들어가자 상황은 더 심각했다. 1층이 통째로 비어 있거나, 아예 건물이 비워진 곳도 눈에 띄었다. 신축 공사장도 눈에 띄었다. 한 공사장 관계자는 “임차가 너무 안 되니까 건물을 허물고 다시 짓는 사례가 지난해부터 늘기 시작했다”고 했다. 상권 자체가 변했는데 건물만 다시 짓는다고 해결될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땅집고] 청담동 명품거리 건물이 최근 높은 공실률을 보이고 있다. 곳곳에 '임대'문의가 걸려있는 모습./강시온 기자


◇4곳 중 1곳이 공실

수년 전만 해도 ‘국내 명품 쇼핑 1번지’로 불리던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명품거리가 급격히 쇠락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청담동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3.6%를 기록했다. 상가 4곳 중 1곳이 비어 있는 셈이다. 작년 같은 기간 공실률(12.1%)과 비교하면 2배, 2023년 3분기(3.4%)와 비교하면 7배나 급증했다.

[땅집고] 2023년 3분기부터 2025년 3분기까지 청담 상권 상가 공실률 추이./강시온 기자



코로나 시기에는 외국인이 끊긴 명동이 침체하고, 청담동은 ‘내수 명품 소비’로 오히려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뒤집혔다. 강북 명동은 다시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는 반면, 청담동은 소비 구조 변화의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상권으로 전락했다.

청담동 쇠락의 가장 큰 이유는 ‘명품 브랜드 홍보 효과의 변화’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청담동에 매장을 냈다는 사실 자체가 브랜드의 위상을 상징했다. 그러나 현재 명품 브랜드들은 플래그십 매장과 팝업 스토어를 성수동, 한남동, 연남동 등 다양한 지역에서 전개하고 있다.

새로운 소비 트렌드는 ‘동네의 특색·문화·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한다. 젊은 소비층은 일부러 청담까지 가지 않아도 성수·한남 등 더 감각적인 상권에서 고급 브랜드·파인다이닝·편집숍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다변화된 소비 패턴으로 청담동이 점점 선택지에서 밀려난 셈이다.

[땅집고] 청담동 명품거리 건물이 최근 높은 공실률을 보이고 있다. 곳곳에 '임대'문의가 걸려있는 모습./강시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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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 뚫은 임대료…구조적 쇠퇴 단계

상권 침체의 또 다른 핵심 원인은 ‘높은 임대료’ 고집’이다. 청담 일대 중대형 상가 평균 임대료는 2020년 3분기 1㎡당 4만7100원에서 올해 3분기 6만3000원까지 상승했다. 실제 명품거리 대로변 1층(전용 200㎡) 상가는 보증금 4억5000만원, 월세 약 5000만원에 나와있다. 상당수 건물주가 “명품 브랜드·병원·고급 카페 아니면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청담동 한 공인중개사는 “과거에는 연예기획사와 그 주변 미용실·스튜디오가 크게 들어와 상권이 잘 돌아갔다”며 “지금은 기획사들도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고, 공실이 길어져도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잘 낮추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청담동 상가는 통임대(건물 전체 또는 대면적 단위 임대) 조건이 많아, 자본력이 풍부한 임차인만 입점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수요가 줄어드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청담동이 단순 침체를 넘어 ‘구조적 쇠퇴’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한다. 소비 트렌드가 변화한 가운데 청담동이 과거처럼 명품 브랜드의 상징성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패션·뷰티 업종의 전문화, 의료·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업종의 재편, 건물주의 임대료 현실화 등이 맞물리면 재정비된 고급 상권으로 재탄생할 가능성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최근 백화점 마케팅 전략이 바뀌어 VIP회원을 대상으로 고품격 서비스를 제공하고 구매가 이뤄지면서, 명품거리로 굳이 찾아가질 않는다”며 “인근 압구정로데오 상권이 임대료를 낮춰서 상권이 살아난 것처럼 높은 임대료 재조정이 필요해보인다”고 했다. /ks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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