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엔비디아를 창업한 젠슨 황 CEO가 과거 용산전자상가를 자주 찾았던 일화가 화제가 되는 가운데, 이 일대가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 등 미래 신사업 혁신거점으로 탈바꿈한다. 서울시가 용산 지구단위계획구역을 재편하고 용산전자상가 일대에 특별계획구역을 지정하면서 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제18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개최하고 용산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계획 결정 변경안을 수정 가결했다. 이번 결정의 핵심은 용산 지구단위계획구역을 기존 1개에서 6개로 세분화하는 것이다. 구역별 개발 전략을 명확히 한다. 분할된 구역은 서울역 일대(71만㎡), 남영역 일대(36만㎡). 삼각지역 일대(73만㎡), 한강로 동측(40만㎡). 용산역 일대(105만㎡), 용산전자상가(12만㎡) 등이다. 구역별 특성에 맞춘 정비가 가능해지면서 행정 절차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용산전자상가 일대 개발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시는 “용산전자상가 일대는 AI·ICT 등 미래 신산업의 혁신거점으로 개발한다”고 밝혔다. 용산전자상가 일대에는 총 11개의 특별계획구역이 지정됐다. 이중 8개 구역은 이미 세부개발계획 수립 등 사업이 추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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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성지’ 호황기에서 쇠락까지…AI 시대 맞아 재도약 시동
용산전자상가는 1985년 정부의 전기·전자 업종 육성 정책에 따라 조성됐다. PC 보급이 확산된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국내 최대 전자제품 유통 중심지로 호황기를 맞았다. 당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던 젠슨 황 CEO도 직접 방문해 마케팅을 하기도 했다. 황 CEO는 1993년 엔비디아를 창업한 이후 2000년대까지 한국을 찾을 때마다 용산전자상가를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경주에서 황 CEO와 만난 자리에서 “옛날 용산 전자상가에 가시는 마음으로 대한민국 전역을 다녀달라”며 과거 방문 경험을 언급했다.
그러나 용산전자상가는 2000년대 들어 모바일 기기 확산과 온라인 쇼핑 성장, 대형 가전 양판점 증가로 상권이 빠르게 쇠락했다. 소비자들이 굳이 상가를 찾지 않아도 제품 가격을 비교 후 주문할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용산전자상가는 도시계획시설인 유통업무 설비 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다른 용도로 개발하지 못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용산전자상가 연계전략 마련
이에 서울시는 용산전자상가 일대를 유통업무설비에서 해제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지난 2023년 6월 ‘용산국제업무지구-용산전자상가 일대 연계전략’을 발표했다. 용산전자상가 일대를 11개 특별계획구역으로 재편하고, 유통 업무 설비를 해제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용산전자상가 일대에 조성될 특별계획구역은 엔비디아 사례처럼 세계적 기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근 용산전자상가지구 나진상가 19·20동(특별계획구역10) 세부개발계획이 확정됐다. 이번 계획 결정으로 용산전자상가 동측에 있는 대상지에는 지상 28층, 연면적 9만6708m² 규모(용적률 1000%)의 AI, ICT 등 신산업용도 업무시설과 함께 전시·갤러리 등 문화·집회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사업시행자가 공공기여로 부담하는 공공시설 설치비 약 724억원은 서울시 균형발전사업 재원으로 투입된다. 시는 내년 상반기 중 건축 인허가 절차가 본격 추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결정으로 6개 사업구역의 개발계획이 구체화 됐다. 개발계획이 확정된 구역에는 업무시설 7개 동과 오피스텔 1개 동이 연면적 44만㎡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시는 용산전자상가 일대를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연계한 신산업 업무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최근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 사업도 탄력을 받고 있다. 이 사업은 2007년 추진 후 중단됐다가 2021년 서울시 개발구상 발표 후 다시 추진력을 얻었다. 용산 국제업무지구는 3개 구역으로 나뉘어 개발된다. 이 중 용산역과 가까운 국제업무존에선 용적률을 최대 1700%까지 풀어 100층 규모의 초고층 빌딩을 지을 계획이다. 시는 올해 말 착공해 2028년 기반시설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달 27일에는 기공식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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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향후 용산전자상가가 AI·데이터 등 신사업이 결합된 지역으로 재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세부개발계획 결정을 비롯해 용산전자상가 일대의 개발 청사진이 순차적으로 완성돼 가고 있다”며 “앞으로 이 지역이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강화하는 신산업 혁신거점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yeo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