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에 자족용지 대거 배정
지산 대출중단 후폭풍
[땅집고] 수도권 신도시 곳곳에 대규모로 조성한 ‘자족용지’가 지식산업센터(옛 아파트형공장)의 신용위기를 촉발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족용지는 도시 기능을 스스로 유지하기 위한 업무·산업 용도로 배정되는 토지인데, 최근 공급이 과도하게 늘면서 가치 하락과 금융 경색을 불러왔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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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한국산업단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올 4월 말 기준 전국 지식산업센터 1547곳 가운데 77%(1191곳)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경기도가 715곳(60%)으로 가장 많고, 서울(395곳), 인천(81곳) 순이다.
2009년 입주를 시작한 판교테크노밸리의 성공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수도권에서 시행한 도시개발사업에서 자족용지 비중을 대폭 확대하면서 지식산업센터 공급은 급증했다. 실제로 경기 고양시 덕은지구는 전체 면적 64만㎡ 중 지식산업센터를 지을 수 있는 업무용지 비중이 7만9000여㎡에 달한다. 공동주택용지(25만8000㎡)의 30% 수준이다.
경기도에 지식산업센터가 가장 많은 곳은 시흥시다. 배곧·장현·정왕 등 주요 개발지구에 자족용지가 대거 배치되며 현재 119곳의 지식산업센터가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중소벤처기업부 출범 후 지식산업센터가 ‘공장 총량 규제’에서 예외를 받으면서 건축 허가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산업단지관리공단 집계에 따르면 지식산업센터 연평균 인허가 건수는 2010~2017년 56건에서 2018~2023년 108건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지식산업센터 센터 유치 경쟁에 나섰고, 취득세·재산세 감면 혜택까지 더해지며 공급은 더욱 가속했다.
문제는 금리 상승 이후 나타났다. 미국이 2022년 3월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자 국내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하면서 지식산업센터 입주율이 떨어지고 가치가 하락했다. 이에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잔금대출을 사실상 중단했으며, 분양가의 70~80%까지 나왔던 대출 비율은 크게 축소됐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수분양자들은 잔금을 치르지 못해 입주 자체가 막히고, 잔금 회수가 끊긴 시행사는 경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책적으로 공급을 늘린 뒤 금융 리스크가 커지자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구조”라며 “실수요자에 한해선 잔금대출 비율을 상향하는 등 긴급한 금융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