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복판에 들어선 하이엔드 주상복합 ‘보타니끄 논현’이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입주 직후 신발장 문이 닫히지 않는 등 부실시공 문제로 품질 논란을 겪은 이후 최근 200억원의 공사비 증액을 둘러싸고 시행사 라미드그룹과 시공사 두산건설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두산건설은 라미드그룹에 기존 공사비 439억원에서 45% 늘어난 200억원 증액분을 요구하며 유치권을 행사했고, 단지 곳곳에서는 출입문이 봉쇄되는 상황까지도 벌어졌다.
보타니끄 논현은 2021년 분양 당시 (3.3㎡) 1평당 9000만원, 최고 분양가 27억원에 공급하면서 주목받은 단지다. 전체 1개 동, 지하 7층~지상 18층 규모다. 3~9층은 전용 42~55㎡로 구성된 오피스텔 42실이고, 10~17층은 전용면적 61~121㎡ 아파트로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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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간 200억원 증액…’코스트앤피’ 계약 내용 해석이 쟁점
지난 3월 입주 과정에서 품질 문제가 드러난 데 이어, 이번에는 공사비 정산 방식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갈등의 중심에는 ‘코스트앤피(Cost&Fee)’ 방식이 있다. 최고 공사비만 정해놓고 착공한 뒤 실제 발생한 원가를 사후 정산하는 구조로, 빠르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산 해석에 대한 이견이 생기면 분쟁으로 이어지기 쉽다.
라미드그룹은 두산건설이 이 방식을 악용해 공사 수주 후 과도한 이윤을 붙여 증액을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라미드 측은 “두산건설이 총액 439억원 한도 내 공사비 절감을 강조하며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 계약했지만, 착공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총 634억원으로 재산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두산건설은 이는 코스트앤피 계약 구조에 따른 정당한 증액이라는 입장이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코스트앤피 방식은 양측 합의로 진행된 것이고, 공사비 절감을 위한 여러 대안을 시행사에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분쟁은 소송전으로 번진 상태다. 두산건설은 공사비 소송과 함께 라미드그룹 회장 개인 자산에 가압류를 신청했고, 라미드그룹은 재정 문제와 무관한 보복성 조치라고 반박한다. 라미드그룹이 호텔 4곳, 골프장 6곳을 보유한 자산 4조원 규모라는 점을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낮은데 개인재산까지 묶은 건 감정적 보복성 조치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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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출입구 ‘못질 봉쇄’에 수분양자 입주 중단 초유 사태도
현장에서는 갈등의 여파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두산건설의 유치권 행사로 단지 일부 출입문이 봉쇄되고 가구 현관에 ‘유치권 행사 중’ 안내문이 붙는 등 수분양자들이 직접적인 불편을 겪었다.
라미드그룹 측은 “두산건설이 미분양 가구 현관과 단지 내 출입구에 유치권 안내문을 붙이고 입주 시 열쇠 인도를 거부해 수분양자들이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두산건설은 “대주단 허가 없이 시행사가 임대한 일부 가구에 한해 출입을 제한한 것”이라며 “대주단의 채권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같은 봉쇄 조치는 해제됐고 분양 가구들에 한해서는 정상적 입주가 진행됐다.
코스트앤피 도급 계약 방식은 그간 갈등의 단초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해외에서는 회계감사기관이 실시간으로 원가를 검증해 남용을 사전에 차단하지만 국내에서는 사후 서류 검토에 의존하는 방식이어서 분쟁 발생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2019년 대우건설–에스오일 프로젝트에서도 같은 구조의 정산 충돌로 하도급 대금 미지급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핵심을 계약 구조에서 찾는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코스트앤피 방식은 정산 항목과 검증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시행사와 시공사가 서로 다른 해석을 해 갈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계약 단계에서 인정 항목을 세밀하게 규정하고 해외처럼 제3의 회계기관이 실시간 검증에 참여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유사 분쟁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