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위기 일본 지방 구세주 역할 했던 중국 관광객
총리 돌발 발언으로 9년만에 한국으로 유턴 가능성
일본처럼 ‘내수 불황’ 극복 수단될 수 있을까
[땅집고] “일본이 누리던 중국 특수 한국이 누릴 수 있을까?”
중국이 일본 여행·유학 자제 권고 및 한일령(限日令·일본 콘텐츠 금지령)을 내리면서 중국 관광객 특수를 한국이 누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10월까지 일본을 찾은 중국인은 820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0.7%나 늘어났다. 일본은 중국 관광객의 폭증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10월까지 3554만명을 돌파하는 등 역대 최고의 관광객 유치 실적을 자랑했다.
일본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은 최근까지 폭발적으로 증가세였다. 2023년 240만명에서 2024년 698만명으로 230% 늘어났고, 올해는 1000만명 돌파도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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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특수에 폭탄을 던진 것은 일본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해상 봉쇄를 풀기 위해 미군이 오면 이를 막기 위해 (중국이) 무언가 무력을 행사하는 사태도 가정할 수 있다”며 “전함을 사용해 무력 행사를 수반한다면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가 될 수 있는 경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이 발언의 의미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자위권을 행사해서 참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반발한 중국 정부는 지난 14일부터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등 사실상 ‘한일령(限日令)’ 수준의 조치를 취했다. 이에 중국 여행사들은 일본 여행 취소 시 전액 환불 방침 등을 안내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 특수 조짐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상하이에 있는 한 여행사 관계자는 “일본 단체 관광 취소율이 60%를 넘었고, 항공권 취소도 많다”고 밝혔다. 베이징에 있는 여행사 관계자는 “주말까지만 해도 취소가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취소가 상당히 늘었다”고 말했다.
중국 여행 플랫폼 ‘취날(去兒)’에 따르면 지난 주말(15~16일)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외 여행지는 한국으로 집계됐다. 그간 1위를 지켜온 일본을 제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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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국 찾던 중국인 관광객 400만명 한한령으로 일본행
한때 관광객 유치에서 일본을 월등하게 앞섰던 한국이지만 올해 외국인 관광객은(1~9월)까지 일본의 절반도 되지 않는 1400만명에 불과하다. 이중 중국인 관광객은 이중 420만명에 그쳤다.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일본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것은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탓이다. 중국은 외교적 갈등이 발생하면 여행객 통제를 통해 상대방 국가에 괴롭히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2017년 주한미군 THAAD 배치와 관련, 중국 정부는 중국인들에게 대한민국에서 제작한 콘텐츠 또는 한국인 연예인이 출연하는 광고 등의 송출을 금지하도록 한 이른바 한한령을 내렸다. 한국 상품에 대한 불매 운동을 유도하거나 한국 단체 관광을 규제했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2016년 800만명을 돌파했으나 2017년 사드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한한령으로 417만명으로 거의 반토막났다. 작년 한국 방문객도 463만명에 그치는 등 여전히 한한령 여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 누렸던 중국인 관광객특수도 한한령의 반사이익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 일본을 찾는 중국인 방문객은 2015년 499만명에서 2016년 637만명, 2017년 735만명, 2018년 838만명으로 급증한다. 한한령으로 한국을 찾던 중국인이 일본으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한 전문가는 “중국이 한국에 내린 한한령은 풀고 일본만 집중적으로 타격하는 것이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일본 규제가 본격화되면 일본을 찾는 연간 1000만명(올해 추정치)의 중국인들이 과거 한국처럼 절반까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중국 관광객 덕분에 배짱 장사하던 일본
보수성향의 일본 다카이치 총리가 중국이 요구하는 발언 철회와 사과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한일령 사태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문제는 여행 호텔뿐만 아니라 내수, 지방 경제 등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일본은 관광객 특수로 지방 경제는 물론 내수까지 되살아 났다. 지난해 일본의 땅값은 버블붕괴이후 최고치인 2.7%가 올랐는데, ‘소멸위기’라던 지방 부동산 가격도 급등하는 지역이 속출했다. 나가노현 하쿠바무라(白馬村)등 지방 관광도시의 땅값이 폭등하고 호텔, 쇼핑몰 등 관광객 특수를 누렸다. ‘호텔 예약’ 대란이 벌어지고 가격이 폭등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숙박세를 걷는 지자체도 급증하고 있다. 2023년 숙박세를 징수하는 일본 지자체는 9곳이었으나, 올해는 25곳으로 늘었다. 일본의 일부 업체들은 외국인에게 더 비싼 요금을 받는 '이중가격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호텔 객실을 외국인들에게 단체로 판매할 때 내국인보다 비싼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명한 희메지성은 내년 3월부터 시민은 1000엔, 시민이외에는 2500엔으로 입장료를 이원화한다. 당초 외국인입장료만 올리려 했으나 시의회 반대로 무산됐다.
◇한일 재역전 가능할까
일본에서 중국인들의 대량구매를 뜻하는 ‘爆買い(바쿠가이)’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폭탄구매 덕분에 일본에서 사양산업 취급을 당하던 화장품, 과자 등 내수산업 주가도 급등했다. 도쿄 등 대도시에 한정됐던 중국인들의 관광패턴이 지방 체험 중심으로 바뀌면서 소멸위기라던 지방도시들도 되살아 났다. 한일령으로 다시 일본과 한국의 관광산업의 운명이 바톤터치할 가능성이 높다. 극심한 내수 불황과 소멸위기의 지방도시들도 중국인 특수를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한때 일본정부는 한국의 관광정책을 벤치마킹할 정도로 관광객 유치에서는 한국이 월등한 경쟁력을 갖고 있었다. . 2012년 방한 관광객이 1114만명, 방일 관광객이 836만명이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타도 한국’을 내걸고 무비자 정책 등 관광 활성화 정책을 펼쳤다. 한국이 1000만명대를 못 벗어나고 있는 사이 일본은 3000만명을 넘어 2030년 6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내걸었다. /hbch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