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구룡마을, 백사마을, 창신·숭인 지구재개발과 은마아파트 재건축은 도시계획 전문가들 사이에서 서울의 4대 장기표류 사업으로 불린다. 수십 년째 개발을 추진했지만 사업성과 주민의 이해관계, 행정 편의주의 등으로 해결을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사업이 장기표류했다. 서울의 흉물이랄 정도로 주거환경이 낙후됐지만, 그런데 서울시의 적극적인 규제완화 등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1년 다시 취임한후 주택 공급 정책,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장기표류하던 주요 재개발‧재건축 사업 추진 동력을 불어넣었다. 서울 주택 공급의 사실상 유일한 해답으로 꼽히는 정비사업에 가속도가 붙은 것은 신통기획의 영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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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은 2021년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을 발표해 정비구역 지정 기간을 5년에서 2년으로 줄였다. 정비지수제 폐지, 사업성 보정계수 적용 등 규제 완화로 사업 기간을 총 5.5년 단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2025년 들어서는 ‘신통기획 2.0’을 발표했다. 규제철폐, 불필요한 인허가‧절차 감소 등을 통해 평균 18.5년 걸리던 정비사업 기간을 12년으로 단축할 수 있게 했다. 2031년까지 31만 가구를 착공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 최고 29층 3739가구 변신
강남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은 2029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에 전면 돌입했다. 1970~1980년대 서울올림픽 개최 등을 위해 강남권 개발이 본격화되며 철거민이 이주하며 형성한 무허가 판자촌이다. 2012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됐지만, 복잡한 소유권 문제와 개발 방식에 대한 의견차 등으로 정비구역 취소‧재지정 등을 반복했다.
서울시는 공공주도의 수용방식을 재추진하면서 구룡마을 재개발은 본궤도에 올랐다. 도시개발구역 재지정, 사업시행자 선정, 토지주, 무허가 판자촌 거주민과 보상 협의 등을 거쳤다. 지난해 5월 개발계획 변경안이 시·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내년 하반기 착공 예정인 구룡마을은 최고 29층, 3739가구(임대 1707가구 포함) 규모 아파트 단지로 변신한다. 공동주택용지 용도지역을 2종에서 3종으로 상향해 규모를 키워 사업성을 개선했다. 신혼부부를 위한 장기전세주택2 ‘미리내집’ 600여가구를 추가 공급한다.
서울형 건축비 적용를 적용하고 단지 내 도로 확장, 편익시설 확충 등 토지이용계획을 변경했다. 일반차량·대중교통·보행자 등을 위한 교통개선대책을 추가로 마련해 종상향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했다.
◇ 창신·숭인 일대 재개발, 49층 6400가구 규모로 변신
서울의 대표 낙후지역인 종로구 창신·숭인동 일대 재개발도 속도를 낸다. 지난해 12월 창신동 23-606(옛 창신9구역)과 629(옛 창신10구역) 일대에 대한 신통기획 자문을 완료했다. 창신동 23-2, 숭인동 56-4 2곳을 포함해 총 4곳, 약 34만㎡에 대한 통합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최고 29층, 6400가구 규모 단지가 건립된다. 낙산 한양도성과 숭인공원을 잇는 입체 보행로, 공원 등을 조성해 랜드마크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주변 문화재 양각 규정 등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유연한 개발계획을 수립했다.
일명 ‘달동네’로 불리는 창신‧숭인동 일대는 2007년 뉴타운’으로 지정돼 재개발 예정이었다. 2013년 박원순 전 시장 재임 당시 보존으로 방향을 틀어 뉴타운 지정을 해제히고 ‘도시재생사업 1호’ 지역으로 지정됐다.
◇ 백사마을, 마지막 판자촌에서 서울 대표 ‘소셜믹스’ 단지로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노원구 중계본동 30-3번지 일대 백사마을 재개발도 탄력 받았다.
백사마을은 1960년대 도심 개발로 발생한 철거민 1100여명이 정착해 형성됐다. 2009년 재개발정비구역으로 지정 후 2012년 국내 최초 주거보전사업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분양주택과 임대주택 분리 이슈와 낮은 사업성, 사업자 변경 등을 겪으며 16년간 지체됐다.
서울시는 주거보전용지를 공공주택용지로 변경하고 보정계수를 적용했다. 용도지역 상향 등을 통해 사업성을 대폭 개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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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이를 주요 내용으로 정비계획 변경해 기존 2437가구에서 741가구를 추가 확보했다. 최고 35층, 3178가구(임대 565가구 포함) 규모로 건립된다. 분양주택과 임대주택 획지를 구분하지 않고 통합개발해 ‘소셜믹스’ 단지로 조성된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백사마을’을 직접 방문해 ‘사회통합의 상징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5월부터 본격 철거가 시작했다. 현재 전체 1150동 중 611동의 철거가 완료됐다. 12월 해체공사를 완료 후 착공에 들어가 2029년 입주가 목표다.
◇ 은마도 달리게 하는 ‘신통기획 시즌2’
강남권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신통기획 시즌2’ 첫 적용 사업지로 주목받고 있다. 1979년 준공한 14층, 4424가구 규모인 이 단지는 그간 층수 규제, GTX-C 지하 관통, 조합 내부 갈등 등으로 사업이 지연됐다.
오 시장 부임 이후인 2023년 높이 제한이 폐지돼 고층 개발 길이 열렸고, 올해 1월 신통기획 자문을 신청했다. 8개월 만인 9월 초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최고 49층 5893가구로 재건축한다.
최근 신통기획 시즌2 적용까지 확정돼 은마 재건축은 2030년 착공, 2034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 추진중이다. 역세권 특례를 적용해 늘어난 655가구 중 195가구는 정비사업 최초로 다자녀 중산층 등을 위한 ‘공공분양주택’으로 공급한다.
여기에 오 시장이 최근 “재건축과 재개발에서 사업성을 저해하는 임대주택을 줄이는 방안 등을 융통성있게 조정하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것도 은마 재건축 가능성을 높였다. 서울시 조례 개정 등을 통해 재건축 임대 물량은 용적률 증가분의 30%까지 줄인다면 일반분양 물량이 현재 400여가구에서 272가구(전용 59㎡)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일반분양 수익 증대를 통한 조합원들의 추가분담금 부담을 낮출 수 있다.
그 외에도 오 시장은 지난 9월 재정비재정비촉진사업 규제철폐(36호)를 최초로 적용하는 강북구 미아 2구역을 직접 방문하는 등 강북 지역 정비사업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미아2구역은 최고 45층, 4004가구 규모로 재건축 예정이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