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 5개월 만에 가보니
정치권 선거 때만 이용하고 외면
[땅집고] 경기 시흥시 거북섬 상업지구가 대선 이후 오히려 더 빠르게 ‘침몰’하고 있다. 일부 건물은 1층 공실률이 97%에 달하며, 대규모 상가들이 통째로 비어 있는 ‘유령도시’로 방치되고 있다. 정치권의 공약 경쟁으로 주목받던 거북섬 상권은 여전히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수분양자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거북섬 앞에 위치한 한 상가 건물 1층에는 총 90개 호실 중 입점한 곳이 단 3곳에 불과하다. 편의점과 식당 정도만 운영될 뿐, 사실상 ‘불 꺼진 건물’이 됐다. 이 건물은 2022년 준공된 ‘거북섬 메가스퀘어’로, 연면적 1만9976㎡ 규모의 거북섬 대표 상가로 기대를 모았지만 현재는 절반 이상이 빈 호실로 남아 있다. 일부 수분양자들은 장기간 공실을 견디지 못해 여러 호실을 합쳐 직접 가게를 창업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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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다른 상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 총 31개 호실 규모의 ‘서프베이’는 분양 당시 유명 프랜차이즈 입점을 내세워 홍보했지만 입점된 업체가 단 한곳도 없다. 또 다른 상가는 6층 건물 전체가 비어 있는 모습도 보인다. 시흥시정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거북섬 내 46개 상가 건물 중 공실은 3190곳(공실률 84%)에 달한다.
거리는 인적이 드물다. 인근 건설현장 근로자 외에는 지나는 사람을 보기 어렵고, 날씨가 추워지며 웨이브파크 운영도 멈춰 방문객이 없는 상태다.
문제는 계속되는 공실에도 공급이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북섬 곳곳에 생활숙박시설이 들어서며 지상층 상가가 대량 공급됐고, 대부분 공실로 남았다. 대표적으로 ‘어반스테이 시흥거북섬’ 상가는 사실상 비어있는 상태다.
게다가 위락상업1·2지구 등 7300㎡ 규모의 미개발 상업용지가 여전히 빈 땅으로 남아 있어, 향후 상가 공급이 더 늘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거북섬 일대 상업시설 전용면적 비중은 전체의 약 40%, 반면 업무시설 비중은 9.7%에 불과하다. 상주·유동 인구보다 상업시설 공급이 압도적으로 많아 공실이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거북섬은 원래 시흥시·경기도·한국수자원공사가 2017년 해양레저복합단지 조성을 선언하며 주목받았다. 두바이 ‘팜주메이라’를 벤치마킹한 한국형 인공도시로 홍보됐지만, 대관람차·마리나 시설 등 핵심 프로젝트가 계속 늦어지며 관광객을 끌어올 동력이 사라졌다. 시흥시는 TF팀까지 꾸려 현재 상황을 대응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체감할 변화가 없다는 반응이다.
수분양자와 상인들은 대선 이후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토로한다.지난 대선 당시 거북섬 공실 문제는 정치권 공방의 한가운데 있었다.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가 웨이브파크 유치를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우자 야권이 “실제 거북섬은 유령도시”라고 비판하며 전국적인 이슈로 번졌다. 거북섬 인근 상인 이모씨는 "대선 전엔 난리였는데, 대통령 당선 후에 변한 게 없다"며 "선거 때만 와서 이용만 당하는 것 같아 불만이 많다"고 했다.
대선 당시 시흥시는 이재명 후보에게 57.1% 득표율을 몰아주며 경기도 31개 시·군 중 1위를 기록했다. 지역 발전을 기대하는 표심이었다. /chujinzer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