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한국인 몰려간 그 여행지…사람 습격하는 곰 등장에 유령마을 속출

뉴스 강시온 기자
입력 2025.11.15 06:00

곰 습격, 日사망자 올해 ‘역대 최다’
인육 섭식 곰 등장
곰 출몰 원인 ‘고령화’와 ‘지방소멸’

[땅집고] 지난달 일본 이와테현 기타카미시의 유명 온천시설 ‘세미온천(瀬美温泉)’에서 노천탕 청소를 하던 60대 남성 직원이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온천에서 약 10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시신 옆에는 반달가슴곰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구조대가 접근해 곰을 포획·사살했다. 곰이 하루가 지나도록 시신을 떠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요네다 일본반달가슴곰연구소 이사장은 “곰은 시신을 먹이로 인식하면 강한 집착을 보이는 습성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곰에 의한 인명 피해가 급증하면서 “곰이 인육맛을 본 뒤 사람을 먹잇감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공식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 야생동물을 넘어 ‘위험한 포식자’로 변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경매 초보도 돈버는 AI 퀀트 나왔다…땅집고옥션, 백발백중 투자법 제시

[땅집고] 일본 이와테현 기타카미시의 '세미온천'에서 노천탕 청소를 하던 60대 남성 직원이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곰 습격으로 사망한 그는 일본 레슬링계 전설적인 심판인 '사사자키 가츠미'로 알려졌다./IAT


◇곰 출몰 2만건, 사망자 13명 ‘역대 최다’

14일 일본 환경성에 따르면, 올 4월부터 9월까지 곰 출몰 건수는 약 2만건에 달한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곰에 의해 숨진 일본인은 13명으로 종전 최다였던 2023년(6명)의 두 배를 넘겼다. 특히 이와테현과 아키타현에선 곰 출몰이 각각 4000건 이상 신고가 접수됐을 정도 빈번했다.

일본 동북(도호쿠) 지방에 위치한 이 지역은 광범위한 산림 지대다. 최근엔 곰 서식지와 사람이 사는 마을 사이 경계가 모호해 지고 있다. 아키타현에선 지난달 JR아키타역 인근 아키타대학 주변까지 곰이 출몰해 인명 피해가 다수 발생했다. 아키타현 지사 관저 인근 공사 현장에서도 곰이 포착됐다. 스즈키 켄타 아키타현 지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도민의 일상생활을 위협하는 심각하고 긴급한 상황이다. 지자체 행정력 만으로 대응하기에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며 방위성에 자위대 파견을 공식 요청했다. 곰 출몰로 인한 피해가 잦은 산간마을의 경우, 아예 사람들이 이주하는 등 ‘유령마을’로 변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땅집고] 일본 자위대의 한 대원이 5일 일본 아키타현 가즈노에서 곰덫을 설치하는 연습을 하는 동안 군용 차량 옆에 서 있다./로이터연합뉴스


◇ 일본, 세계 최고 곰 개체 밀도…“인육맛 들린 곰”

일본 홋카이도엔 우수리불곰 약 1만 3000마리가 존재하고, 혼슈와 시코쿠엔 아시아흑곰 약 5만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일본의 곰 개체밀도는 북미의 몇 배에 달한다. 북미에서는 흑곰이 26㎢당 1마리가 서식하지만, 일본에서는 7㎢당 흑곰 1마리가 존재한다. 야마자키 코지 도쿄농업대 교수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곰 습격 사건 발생 건수가 많은 이유는 단위 면적당 가장 높은 개체 밀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등록·검색·입찰·EXIT까지 한번에 다 된다…NPLatform 실시간 AI 분석 리포트 제공

최근 곰의 공격은 단순한 방어 반응이 아니라 ‘연쇄적 포식 행위’라는 점도 확인되고 있다. 과거엔 곰의 공격을 두고 죽순을 빼앗으려는 인간에 대한 방어적 반응으로 여겨졌으나, 최근 사망 조사 결과 사망자 전원의 시신에서 ‘섭식 흔적’이 발견됐다. 아키타현에서 살해된 곰을 해부한 결과, 위(胃) 내용물 대부분이 인육이었던 사실이 밝혀졌다. 한 번 인간을 먹이로 인식한 곰이 방치될 경우 반복적 공격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일명 '인육맛’이 들린 곰들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땅집고] 이달 7일 일본 동부 군마현 누마타시(沼田市)의 한 슈퍼마켓 내부에서 걸어다니는 곰의 폐쇄회로 영상./AFP연합뉴스



◇한국인 관광객도 피해 입어..행동요령 미리 숙지해야

곰들이 산간마을 뿐만 아니라 도쿄 23구(도쿄의 주거지역)에도 출몰하기 시작했다.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도 피해를 입고 있다. NHK, 아사히 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일본 가미코치를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39)이 곰의 습격으로 머리와 얼굴 등에 경상을 입었다. 사건 장소는 주부산악국립공원의 ‘일본의 알프스’로 불리는 인기 관광지다. 국립공원 관리소 측은 “가미코치에서 최근 몇년 사이 곰의 출몰이 늘고 있다.”며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주의를 요했다.

일본에 관광을 갔다가 곰과 마주쳤을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멈춰 서서 곰이 먼저 가도록 기다리고, 절대 뛰지 않아야 한다. 자칫하면 곰을 자극해 공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곰을 만나면 큰 소리를 내지 않고, 갑작스럽게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곰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등을 보이지 않고 천천히 뒷걸음질로 뒤로 물러서야 한다. 특히 새끼 곰을 만날 때 조심해야 한다. 새끼 곰이라고 만만하게 생각하고 접근했다가는 큰일 날 수 있다. 새끼 곰이 있으면 주변에서 어미곰이 조용히 지켜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령화·지방소멸이 만든 ‘곰의 역습’

곰 출몰이 폭증한 배경에는 일본의 구조적 인구 문제와 환경 변화가 자리한다.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이 꼽힌다. 농촌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사토야마’라 불리던 인간과 자연 사이의 완충 지대가 사라졌다. 버려진 농경지는 곰의 활동지로 바뀌었고, 사람이 살던 지역이 야생동물이 내려오기 쉬운 환경으로 변했다.

과거 일본에는 ‘사토야마’라는 완충 지대가 존재했으나 농촌 지역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인해 곰들의 서식지로 탈바꿈 되었고, 산촌이나 중산간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도시로 나가며 버려진 경작지가 장기간 방치되면서 야산으로 변하게 됐다는 점도 원인으로 주목된다. 곰을 포함한 야생동물이 내려오게 되어 사람들이 살던 생활권이 곰 활동에 적합한 환경으로 점차 바뀐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사상자의 66%가 산림권이 아닌 실제 생활 공간에서 피해를 봤다고 보도했다.

이와 동시에 ‘천적’ 구실을 했던 사냥꾼 감소도 핵심 원인이다. 전문 엽사인 하시모토 야스시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령으로 청력이 떨어져 곰의 움직임 등을 소리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고령화로 인한 사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외에도 기후변화로 인한 겨울잠 시기 단축, 가을철 곰의 주식인 도토리 흉작 등도 곰 출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피해가 가장 심한 아키타현은 현재 보유 중인 곰 포획용 덫을 활용하는 등 사냥협회와 연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다만 자위대가 곰 퇴치를 위해 총기 등 무기류를 사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현행 자위대법은 동물 퇴치 목적의 무기 사용을 허용하지 않고, 자위대원 역시 사냥용 무기 훈련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키타현은 “출몰이 끊이지 않는데다 담당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한계를 호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일본 경찰청은 최근 마을 인근에서 출몰한 곰을 소총으로 사살할 수 있도록 국가공안위원회 규칙을 개정했다. 경찰은 이달 13일부터 현장에서 소총을 활용한 곰 퇴치에 나설 예정이다. /kso@chosun.com



화제의 뉴스

"시세 3억대, 분양가는 6억?" 미분양 이천, 아파트 입지도 허허벌판ㅣ이천 증포5지구 칸타빌 에듀파크
모임공간 '상연재 서울역점', 확장 이전 100일 맞아 이벤트 연다
[인사] 한미글로벌
"반도체 팔아 부동산 쇼핑" 한미반도체, 강남 이어 한남동 건물 매입
분상제·비규제지역 '서수원 에피트 센트럴마크', 9일 1순위 청약

오늘의 땅집GO

감정가보다 4억 웃돈에도 "역대급 승자" 송파 아파트서 무슨 일
공사비 못 건진 '현대·반도·한신', 미분양 단지 통째로 임대 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