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미국판 허경영이냐" 실리콘밸리 주택 싹쓸이, 왕국 만든 재벌 정체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5.11.16 06:00

‘금쪽이’ 된 저커버그, 美부촌 주택 11채 매입…총 1500억 규모
소음 항의 주민에 도넛, 와인, 노이즈캔슬링 헤드폰 보내 분노에 기름
국내 유사 사례는 허경영? 경기 1.3만평에 ‘사유지왕국’ 하늘궁 조성

[땅집고] 미국 메타(Meta) CEO 마크 저커버그가 실리콘밸리 부촌 한복판에 11채의 주택을 사들여 사적 왕국을 구축해 이웃 주민들과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그는 이 부지에 자신과 가족을 위한 게스트하우스, 사립학교, 조각상 등을 조성하면서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그를 ‘동네 최악의 빌런’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땅집고]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 플랫폼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 CNP 연합뉴스


미국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2011년 캘리포니아 팰로앨토 엣지우드 드라이브에 있는 주택 한 채 매입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인근 주택 10채를 줄줄이 매입했다. 이 지역은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기업 본사가 인접한 미국 내 최고가 단독주택 밀집지역이다.

매입가는 대부분 시세의 2~3배 수준으로, 기존 소유주들은 이를 받고 지역을 떠났다. 현재까지 알려진 총 투자액은 약 1억1000만 달러(한화 약 1527억원)에 달한다. 그는 이 부지에 가족용 게스트하우스, 수영장, 사립학교, 그리고 아내 프리실라 챈의 2m짜리 동상까지 세웠다. 자신의 주거 부지에 사립학교 형태의 공간도 조성했다. 해당 건축은 시의 조례와 심의에 어긋났지만, 그는 4채 분할 철거라는 법의 허점을 이용해 공사를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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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사는 8년 넘게 이어졌고, 이웃 주민들은 소음, 통행 차단, 차량 파손 등 반복되는 피해를 호소했다. 저커버그의 사적 파티가 열릴 때도 갈등이 일었다. 진입로가 막히고 밤늦게까지 음악 소음이 이어지며 주민 피해가 커진 것. 주민들은 소음 신고를 해도 경찰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경찰은 각종 행사 때 자택 주변에 경찰을 배치해 행사 진행을 도운 것으로 나타나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저커버그 측은 소음 차단 헤드폰, 와인·도넛 등을 나눠주며 주민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민원에 대해 저커버그 측은 “저커버그는 상당한 위협에 노출된 인물이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보안이 필요하다”며 “저커버그 부부는 이웃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해명했다.

[땅집고]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 겸 초종교하늘궁 대표가 경기 양주시 장흥면 덕현리 일대 하늘궁에서 트레이드마크인 발차기를 보여주고 있다. 허 후보는 이 발차기를 할 때 공중부양을 한다고 주장한다. /김종연 기자


◇국내에도 있다? ‘사적 부동산 왕국’ 대표 사례는 허경영의 하늘궁

초고액 자산가가 복수의 필지를 매입해 단일 주거지로 조성하는 ‘사적 왕국’을 만드는 방식은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발견된다. 국내를 예로 들면 대표적인 예로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가 있다.

그는 경기 양주시 약 1만3300평의 부지에 하늘궁을 조성, 본인 저택, 지지자 숙소, 종교·문화시설을 한 부지에 통합 조성해 사실상 ‘사적 마을’을 만들었다. 강연장, 기도실, 태극기 정원, 영성센터 등 허 명예대표 관련 복합시설이 들어서있다. 하늘궁은 현재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68곳에 지역 센터를 둘 정도로 확장했으며, 관련 법인 연 매출은 수십억 원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관련기사 : "싹 다 허경영 땅" 3만 5000평 하늘궁 '실버타운' 조성에 사기논란도

실제로 지난해 기준으로 허 명예대표가 보유한 하늘궁 일대 전·임야·도로와 하천 등이 총 182억5098만1000원인 것으로 신고됐다. 이어 본인 소유의 경기도 양주 단독주택이 2억6000만원 상당이었다. 예금은 본인 명의로 약 25억5040만원이었고, 사인과의 채무는 269억9228만원으로 집계됐다. 현재는 신도 성추행,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저커버그와 허경영 사례는 단일 필지가 아닌 다수 공간의 병합, 법적 회색지대 활용, 상징 공간의 집중 배치 등 여러 면에서 닮은 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례가 단순한 거주지를 넘어 자아 확장과 이미지 구축의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고 본다. 부동산 공간이 정체성과 권위, 종교성까지 담는 플랫폼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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