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빌라 거래량 90% 증발했는데…'썩빌'만 폭등했다, 왜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5.11.15 06:00

[땅집고] “내놔도 1년 넘게 안 팔리는 집이 수두룩해요. 재개발 물건은 잘 나간다지만, 가시화한 게 없는 지역은 10·15 대책 이후에 수요가 더 줄었습니다.” (서울 중구 신당동 A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

[땅집고] 서울 강북구 한 재개발사업 구역 내 모습. 언덕을 따라 빨간 벽돌로 지어진 연립 주택이 즐비하다. /김서경 기자


◇ 대책 이후 1일 빌라 거래량 124건→15.3건으로 추락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빌라 시장이 아파트 시장처럼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1억원 미만 소형 주택부터 수십억원을 넘나드는 고급 주택까지 서울 전역에서 빌라 거래가 뚝 끊겼다. 이런 가운데 재개발을 확정한 지역의 매물은 가격이 나날이 치솟고 있다.

정부의 역대급 대책 발표 한 달 만에 서울 연립 주택 시장은 살얼음판이 됐다. 1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대책 발표 직후인 지난달 16일부터 31일까지 약 2주간 서울에서 이뤄진 연립·다세대 매매 계약 건수는 868건으로, 같은 달 1~15일 1869건보다 53% 줄었다. 이달 1일부터 12일까지 이뤄진 거래 건수는 184건으로 더욱 적다.

기간별 거래 건수를 1일 거래량으로 환산하면 차이가 더욱 극명하다. 11월(12일 기준) 1일 거래 건수는 15.3건이다. 대책 직전(10월1일~15일) 거래 건수 124.6건과 비교하면 약 10%로 쪼그라들었다.

부동산 거래 비성수기를 감안하더라도, 거래 건수가 확 줄었다. 지난해 11월 한달간 거래량은 2121건으로, 일 평균 70.7건이었다. 2년 전인 2023년 11월 거래량은 총 1981건을 기록했다. 하루에 약 66건의 거래가 성사됐다.

이러한 빌라 거래 절벽 현상은 서울 전역에서 나타난다. 수십억원 빌라가 포진한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빌라는 아파트와 달리 가격·규모가 제각각이라서 회전율이 낮다”면서도 “대책 이후 분위기가 더욱 침체됐다”고 했다.

이제 막 재개발 기재개를 켜려던 지역은 그야말로 직격타를 맞았다. 약수역 인근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고도제한 완화로 매수세를 기대했으나, 강력한 대책으로 온기를 느끼지도 못했다”며 “신당9구역 등 속도를 낸 곳은 몰라도 여기는 찾는 이가 전무하다”고 했다.

[땅집고] 서울 중구 신당9구역 일대.2023년 초 당시 모습. /김서경 기자


◇ 재개발 속도 빠른 지역 ‘썩빌’은 몸값 상승 중

반면 재개발 구역 내 매물은 매섭게 가격이 오르는 추세다. 조만간 신축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매입 수요가 늘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중구 5·6호선 환승역인 청구역 인근 대지면적 66㎡ 단독다가구 매물은 15억500만원에 팔렸다. 2023년 7월 실거래가격 9억5000만원과 비교하면 58% 올랐다. 내년 초 착공하는 신당9구역 조합원 매물이다. 이 곳은 2029년 총 1159가구 규모 ‘오티에르 어반더스 321’로 탈바꿈한다.

서울 주요 재개발 사업지 중 하나인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에서는 대지면적 74.1㎡ 단독주택이 17억954만원에 팔리는 등 10월 들어서만 3채가 새 주인을 맞았다.

☞ 관련 기사 : 재건축-재개발 투자자 '현금 청산' 공포..10.15대책 소급 적용 논란

업계에서는 10·15대책으로 등장한 조정대상지역 등 3중 규제가 있는 한 빌라 시장 양극화 시장이 이어진다는 전망이 나왔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빌라의 경우 재개발 가능 여부에 따라 매수세가 크게 갈리는 만큼, 이번 대책으로 인해 한동안 침체기를 겪게 됐다”며 “결국 재개발 사업을 확정한 지역만 관심을 받고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정부가 아파트 공급 한계를 느끼고 빌라 정책을 대폭 완화할 경우 실수요를 중심으로 소폭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부동산 양극화는 어지간한 정책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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