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느티마을3단지 리모델링, 국평 27억에도 흥행 대박
재건축 단지 호재, “평당 8000만원도 가능, 선도지구 빨라질 것”
[땅집고]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한복판에 30여 년 만에 신축 분양한 단지가 청약에서 1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했다. 주목도가 떨어졌던 리모델링 단지가 ‘강남급’ 분양가에도 분양에 성공하면서 지지부진한 분당 선도지구 재건축도 동력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13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더샵 분당티에르원’ 1순위 청약에서 47가구 모집에 총 4721명이 접수해 전 타입 마감됐다. 주택형에 따라 최고 16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초 이 단지는 고분양가 때문에 청약 실패를 점치는 전망이 많았다. 최고가 기준으로 84㎡(이하 전용면적) 26억8400만원, 74㎡는 23억1800만원, 66㎡ 19억7400만원에 분양했다. 같은 시기 분양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트리니원' 84㎡ 26억3700만~27억4900만원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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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이 단지는 재건축이 아닌 리모델링 사업으로 건립하는 아파트라 시장의 관심이 덜했다. 1994년 준공한 느티마을3단지 12개동 770가구를 수직 증축해 최고 28층, 873가구를 건립한다. 구축 아파트의 구조를 유지하기 때문에 처음 아파트 구조도가 공개됐을 때 “리모델링의 한계가 보인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분양가는 84㎡ 기준 27억원가량이지만, 실제 입주 후 시세는 30억원을 넘길 것이 유력하다고 본다. 그 덕분에 분당 부동산 시장도 흥분된 상태다. 국내 최대 부동산 커뮤니티 ‘부동산스터디’ 카페에서 한 네티즌은 “리모델링 단지임에도 정말 대단한 성적을 거뒀다”며 “이제 분당도 국평 30억원 시대를 열게 됐다”고 했다. “분당이 과천을 넘어 강남급으로 진입했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 “분당이 저 정도면 판교를 리모델링하면 강남권 가격에 근접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리모델링 단지임에도 청약 흥행에 성공한 배경에는 눌려있는 분당 신축 수요가 있다. 1990년대 조성돼 30년이 넘은 1기 신도시인 분당신도시에는 신축 공급이 거의 없었다. 한국가스공사 분당사옥 부지에 2021년 들어선 ‘더샵 분당파크리버’가 있긴 하지만, 통상적으로 말하는 분당신도시로 분류되진 않는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대표는 “그간 판교 아파트를 보면서 집값 상승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만 있었다”며 “분당 내 신축, 그것도 리모델링 단지가 고분양가에도 청약 성공하면서 부동산 가격 천장을 뚫어줬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단지에도 호재라는 분석이다. 현재 분당에서는 양지마을, THE시범, 샛별마을이 선도지구로 선정돼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낮은 사업성으로 인해 소유주들간 갈등이 발생해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
더샵 분당티에르원 청약 흥행으로 선도지구에서 분양가를 과감하게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각 구역의 주민설명회 자료에 따르면, 선도지구는 신축 분양 시 일반분양가를 3.3㎡(1평)당 5800만~6000만원으로 책정했다. 84㎡(34평형) 기준 19억7200만~20억4000만원 정도다. 더샵 분당티에르원은 평당 7600만원에 분양했다.
정비업계에서는 일반분양 물량을 늘리는 것보다 분양가를 높이는 것이 사업 전체 수익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제경 대표는 “입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재건축 단지를 30억원 이상, 평당 7000만~8000만원에 분양해도 충분하다는 인식이 자리잡을 것”이라며 “분양 수익이 커지면 조합원들의 추정분담금 부담이 작아져서 사업 추진이 빨라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분당의 한 재건축구역 관계자는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던 리모델링 단지가 청약에서 흥행한 것을 보고 재건축 선도지구에서 추정 분양가를 올리는 데 부담이 적어졌을 것”이라며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지 않는 이상 30억원 정도에 분양해 입주 후에는 40억원까지 가격이 치솟을 것”이라고 말했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