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권 NPL 더 빨리 증가
“이제는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땅집고] 국내 부실채권(NPL) 시장에 전례 없는 ‘공급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지난 3년간 금융기관이 고객에게 빌려준 대출은 두 배쯤 늘었는데, NPL은 세 배 가까이 폭증했다. 채권 회수를 위해 경매 중인 NPL만 30조원을 넘어섰다. 농협·신협 등 상호금융권은 부실채권이 통제 불가능한 속도로 늘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11일 국내 최초 NPL 거래 플랫폼 엔플랫폼에 따르면 올 10월 말 기준 국내 은행 총여신은 2022년 말 대비 114%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 즉 NPL은 170%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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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문제는 상호금융권이다. 상호금융권 고정이하여신은 2022년 대비 평균 248% 폭증했다. 기관별로 산림조합이 485%로 가장 많이 늘었다. ▲수협 391% ▲농협 369% ▲신협 334% ▲저축은행 192% 순이었다. 지난 1년새 NPL은 더 빠른 속도로 늘었다. 산림조합은 1년 만에 3배 가까운 266%, 신협(193%)과 농축협(189%)도 각각 두 배쯤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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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여신 대비 고정이하여신 비율(NPL 비율)도 상호금융권이 집중적으로 치솟고 있다. 일반 은행이 0.4%에 불과한 반면 저축은행은 9.1%, 신협과 산림조합은 8%를 넘어선다.
법원 경매로 넘긴 NPL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2023년 약 2만1000건이었지만 작년엔 약 3만8000건을 기록했다. 채권 청구액 기준 10조원에서 31조원으로 3배쯤 증가했다. 상호금융권은 17조원에 육박한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NPL 물건이 없어서 못 사는 시대가 아니라 공급이 넘친다며 당분간 NPL 해소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기현 트랜스파머 대표는 “과거에는 공급자가 시장을 주도했다면 이제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었다”며 “최근 엔플랫폼에 매물을 의뢰한 한 신협 지점장은 빠른 채권 회수를 위해 원금의 절반에라도 팔아달라고 할 정도”라고 했다.
최근 NPL 매입 수요는 자산가, 시행사, 대부업체, 중소형 자산운용사 등으로 다양해지는 분위기다. 안영효 바른NPL대부 의장은 “NPL은 기다리는 시장이 아니라, 먼저 움직이는 쪽이 이긴다”면서 “이제는 단순한 할인율보다 ‘리스크를 얼마나 정확히 판별하고 감당할 수 있느냐’가 수익을 결정짓는 핵심 경쟁력”이라고 했다.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