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인천지하철 1호선 예술회관역 5번 출구로 나와 100m가량 걸으면 커다란 공사장 펜스가 나온다. 인천 대표 구 도심인 남동구 구월동 옛 롯데백화점 부지다. 2002년 개점 후 인천 대표 명소로 불렸던 롯데백화점은 2019년 문을 닫았다. 이후 이 땅을 산 부동산 개발회사가 우여곡절 끝에 6년여 만인 내년 1월 주상복합 아파트 착공을 앞두고 있다.
◇폐점 6년만에 37층 주상복합 착공 앞둬
11일 업계에 따르면 예술회관역복합개발프로젝트주식회사(구 엘리오스구월)는 구월동 옛 롯데백화점 부지에 내년 1월 주상복합 아파트 착공을 준비 중이다. 이 곳에는 지하 6층~최고 지상 37층 4개 동, 480가구 규모 주상복합이 들어선다. 연면적 13만4406㎡(4만658평)규모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한다. 지상부 건물 철거 공사가 끝나 현재는 허허벌판이다.
사업 부지는 남동구 구월동 1455번지로, 2002년부터 2019년까지 롯데백화점 인천점이 있던 자리다. 지하6층~지하8층, 연면적 9500평 규모였다. 맞은 편에 있던 연면적 1만3000여평 신세계백화점 인천터미널점(현 롯데백화점 인천점)에 이어 인천에서 2번째로 큰 백화점이었다.
◇시행사 1200억에 토지 매입…리모델링 계획은 무산
그러나 구월동 상권 랜드마크였던 롯데백화점 인천점은 2013년 공정거래위원회 시정명령을 받으면서 위기를 맞았다. 롯데쇼핑이 인천점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신세계 인천터미널점을 9000억원에 매입하자, 공정위가 롯데의 인천 지역 대형 유통망 독점을 우려해 부평점과 인천점 매각 시정 명령을 내린 것이다.
이후 롯데쇼핑이 부랴부랴 백화점 매각에 나섰으나, 수십번 공고를 올려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모바일로 소비 중심이 옮겨가면서 백화점 매수자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결국 2019년 초 시행사 타디그레이스홀딩스가 감정가 2299억원의50%를 밑도는 1149억원에 백화점 부지와 건물을 매입했다. 타디그레이스홀딩스는 리모델링을 통해 CGV 등을 유치하고 백화점 운영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계획이 무산됐다. CGV 측이 입점 면적 축소 등을 요구했고 입점을 협의하던 업체들이 하나 둘 철회한 것. 현대백화점과 용산아이파크몰 등 유명 백화점 시공 경력을 보유해 백화점 리모델링에 자신을 보이던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공사 중지를 통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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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에 밀린 인천의 중심
구월동은 1970년대 논밭이었으나 도시 개발로 인천광역시청, 인천지방경찰청, 인천종합버스터미널 등 주요 행정기관이 밀집하게 됐다. 2000년대 이를 쫓아 형성된 상권의 경우 월세 700만원도 거뜬할 정도로 활황을 이뤘다.
그러나 구월동 상권 존재감은 예전같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로데오거리 곳곳에는 여전히 임대문의 현수막이 붙어 있고, 판매시설 점포 자리는 대부분 비어있다. 가시성이 높은 1층 상가 중에서는 ‘무권리’ 매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젊은 층 수요가 높은 주요 복합쇼핑몰은 모두 신도시를 택했다. 송도현대프리미엄아울렛 등 신세계는 2027년 개점을 목표로 청라신도시에 ‘스타필드 청라’를 짓고 있다. 롯데쇼핑 역시 송도신도시에서 ‘타임빌라스 송도’를 준비 중이다.
사업비 2조원에 달하는 ‘구월롯데타운’역시 복합문화공간 대신 아파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롯데쇼핑은 구월동 1446번지 일대에 위치한 구월농산물시장 부지 5만8663㎡를 매입해 최고 49층, 2300여가구 규모 주거시설을 공급할 예정이다.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