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의 중추 역할을 할 한국토지주택공사(LH) 기관장 공백이 길어지는 가운데,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을 지낸 이헌욱 변호사가 차기 사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 검찰 출신 인사 편중에 대해 ‘검사 왕국’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던 데 이어, 이재명 정부에서는 ‘변호사 왕국’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LH 새 수장은 ‘10년 지기 리틀 이재명’ 이헌욱 변호사? 관가에 소문 파다
11일 정치권에서는 이헌욱 변호사가 LH 신임 사장으로 내정됐다는 이야기가 기정사실처럼 퍼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최근 이한준 전 LH 사장의 사표를 2달 만에 수리했으며, LH는 조만간 이사회를 통해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모 날짜와 기간을 명시해 공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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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준 전 LH 사장은 임기 만료를 앞두고 8월 5일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국정감사 이후인 10월 30일에야 면직안이 재가됐다. 사의 표명 후 약 두 달 만이다. LH는 후임 인선을 시작했으나, 국토교통부 1차관 자리까지 공석이 되며 기관장 인선이 지연되고 있다.
도시개발, 주택 공급, 건설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 1차관 자리는 공공기관장 인선과 직결되는 만큼, 차관 인선이 마무리돼야 LH 사장 공모도 본격화할 수 있다. 이상경 전 국토부 1차관은 갭투자 논란으로 지난달 24일 사의를 표명했다.
차기 LH 수장으로 꼽히는 이 변호사는 부산 브니엘고와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지난 1998년 제40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2001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으로 재직했던 2015년 성남FC와 주빌리은행 고문변호사를 역임했다.
주빌리은행은 장기 연체된 부실채권(NPL)을 매입해 채무자의 빚을 줄여주거나 탕감해주는 사회연대금융 프로젝트로, 이 대통령의 대표적인 금융 실험 사례 중 하나다.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로 지냈던 2019년에 이 변호사를 GH 사장으로 임명했고, 그는 이 시기 ‘기본주택’ 정책을 주도해 이름을 알렸다.
이 변호사의 리더십에 대한 호불호는 엇갈리는 분위기다. 최근 LH 사장 내정설이 보도된 이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이 전 GH 사장은 내부에서 ‘리틀 이재명’으로 불렸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법률 자문에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와도, 무조건 밀어붙이거나 법을 바꾸라고 지시했다”며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보직 해임 압박이 있었다”는 내용도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변호사 외에도, 김세용 고려대 교수 역시 유력 후보군으로 보고 있다. 김 교수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GH 사장을 모두 역임한 도시계획 전문가다. 최근에는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밑그림을 그리는 국정기획위원회에 참여해, 대통령의 정책 철학을 공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재명계’ 인사로 분류된다.
◇ ‘변호사 왕국’ 논란… 법조인 출신 인사 잇단 중용에 비판 확산
이 변호사가 LH 신임 사장에 오를 경우, 이 대통령의 ‘변호사 중심 인사’ 논란은 더욱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과 과거 인연이 있는 변호사 출신들이 연이어 정부 요직에 기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조원철 법제처장이다. 이 대통령의 ‘대장동·쌍방울 사건’ 변호인 출신인 조 처장은 지난달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대통령의 12개 혐의는 모두 무죄”라고 발언해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일으켰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논란의 대상이다. 이 원장은 참여연대 활동 당시 “헌법에 다주택 금지 조항을 넣고 싶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서울 서초구 아파트 2채, 성동·중구 상가 2곳을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 비판을 받았다. 국정감사에서 그는 “한두 달 내 정리하겠다”고 밝혔으나, 이후 자녀에게 증여하겠다고 번복해 비판을 받았다.
주유엔 대사에 임명된 차지훈 변호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변호인 출신이다. 차 대사는 외교 경험이 전무한 인물이다. 이처럼 외교·금융 등 비(非)법률 분야에서조차 변호사 인사가 이어지면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재명 로펌’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성보다 친소 관계 위주의 인사라는 비판이다. 개혁신당은 “공직은 충성의 보상이자 방패의 은신처가 아니다”라며 법제처장과 금융감독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야권의 조처장 사퇴 요구는 과거 정치 사법 체제를 유지하려는 방탄 프레임에 불과하다”며 “사법 개혁을 저지하려는 정치 공세”라고 반박했다.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