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시 1호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이 취소된 노량진 땅에 병원을 비롯해 양로원·실버주택 등 노인복지시설이 들어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주택 사업이 실패하면서 공매로 나온 땅을 한 의료기기 제조업체가 508억원에 사들여 노인 관련 시설로 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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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옥션(▶바로가기)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128-2 일대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지가 올해 6월 약 508억원에 매매계약 체결됐다. 부지 매수자는 경기 남양주시에 본사를 둔 의료기기 제조·유통업체 ‘메디원코리아’다.
이 땅은 2019년 '서울특별시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서울시장이 지정한 첫 번째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지다. 총 3790㎡ 부지에 최고 6층 높이인 고려직업전문학교가 들어서있다. 소유자인 문상주 비타에듀 회장이 이 곳에 지하3층~지상18층, 총 299가구 규모 역세권 청년주택을 건설하는 계획을 세우면서 사업이 출범했다. 지하철 1·9호선이 지나는 노량진역과 가까워 도심·여의도·강남 등 서울 핵심 업무지구 접근성이 좋은 만큼 청년 주거 수요를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모았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자금 조달 문제가 발생하고, 문 회장이 운영하던 기업 사정도 악화하면서 사업이 불발됐다. 결국 부지가 공매 절차를 밟게 됐다. 올해 3월 최저입찰가 911억5000만원에 첫 공매를 진행했지만 줄줄이 유찰됐다. 가격이 반값 수준인 508억4800만원까지 낮아진 시점에서 메디원코리아가 수의계약 형태로 부지를 인수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주인이 바뀌게 됐다.
메디원코리아는 2016년 설립해 올해로 10년차인 의료기기 제조·유통업체다. 지난해 매출액 63억1000만원, 영업이익 10억1000만원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는 알짜 기업이다. 이번에 노량진 부지에 대한 매매대금을 대출 없이 전액 현금으로 납부했을 정도다.
아직 개발 계획이 확정된 상황은 아니지만, 업계에 따르면 메디원코리아는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이 불발된 노량진 땅에 병원과 함께 중장년·노년층을 겨냥한 노유자시설을 지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유자시설에는 노인복지주택, 양로원, 요양원 등이 있다. 메디원코리아가 그동안 쌓은 의료기기 관련 업력을 활용해 실버 산업 도전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땅집고는 향후 개발 계획을 묻기 위해 메디원코리아에 연락했으나 받지 않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구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실버주택, 시니어타운 등 개발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많다”면서 “노량진 사업지의 경우 돈 안되는 청년주택 대신 수요가 풍부하고 자금을 끌어낼 수 있을 만한 노인 관련 시설이 들어서게 되는 셈”이라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