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임대 주택 완화, 재건축에는 신속 적용 가능
재개발과 형평성 우려, ‘양질의 임대주택’ 정책과 충돌 우려
[땅집고]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 시사한 정비사업 임대주택 물량 완화 구상에 대해 재건축 사업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법령 개정이 선행돼야 하는 재개발 사업은 소외될 수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오 시장은 지난달 30일 2026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정비사업 임대주택 물량 완화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재건축과 재개발에서 사업성 저해하는 임대주택을 줄이는 방안 등을 융통성 있게 조정하는 것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인허가 절차 완화 등 그간의 정책과 달리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이라고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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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대 주택 완화, ‘재건축 상징’ 은마에 적용하면?
임대주택은 재건축, 재개발 사업 추진에 있어서 큰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기존보다 늘어난 가구 수에서 일반분양 물량이 줄어들어 사업 수익이 적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입주 후에는 분양 가구와 임대 가구 간 갈등까지 발생할 수 있다.
서울시 권한 내에서 임대물량 완화는 재건축은 신속하게 적용할 수 있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허용용적률에서 법적상한용적률까지 증가분 중 재건축은 30~50%를 임대 주택으로 건설해야 한다. 서울시 조례에는 50%로 정해놓았는데, 개정된다면 재건축 임대 물량은 용적률 증가분의 30%까지 줄일 수 있다.
오 시장의 말처럼 임대 주택 완화를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적용하면 일반분양 물량을 300가구 가까이 추가 확보할 수 있다. 은마는 최고 49층 5893가구로 재건축되며, 공공임대는 909가구다. 이 중 법적상한용적률 완화에 따른 물량은 676가구(전용 59㎡), 나머지 233가구(전용 59㎡ 137가구·전용 76㎡ 96가구)는 용적률 특례에 따른 물량이다.
조례 개정으로 정비계획안을 변경한다면 법적상한용적률 완화에 따른 임대 주택은 676가구에서 272가구 줄어든 405가구가 된다. 일반분양 물량은 전용 59㎡ 272가구가 늘어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일반분양가 추정치 3.3㎡(1평)당 8000만원을 기준으로 5400억원 이상이다.
강남권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임대 물량을 줄이면 일반분양이 늘어나고 그만큼 사업의 수익이 커지기 때문에 사업 추진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도정법에 따르면 일정 비율을 임대주택으로 건립하도록 했다”며 “그간 서울시는 용적률 상향, 사업성보정계수 등으로 정비사업 인센티브를 부여했는데, 추가로 임대 비율 조정을 논의해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 재개발과 형평성 우려…‘소셜믹스’도 관건
재건축 사업에서는 확실한 이점이 될 수 있지만, 재개발 사업에서는 한계가 있다. 재건축과 달리 재개발 사업은 용적률 증가분의 50~70% 이내에서 조례로 정할 수 있는데, 서울시는 이 역시 50%로 정해놓았다. 조례 개정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조례를 개정해 재건축 사업장 임대 비율을 30%로 완화하면 재개발과 20%포인트(p)가 차이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시는 재건축 임대 완화 이전에 국토교통부에 재개발 사업장 임대비율 변경을 위해 법안 변경을 요청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임대 주택 물량 축소뿐 아니라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혼합 배치하는 ‘소셜믹스’ 방침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등 재건축 단지에서 서울시 소셜믹스로 인한 사업 지연, 갈등이 있었다.
오 시장은 소셜믹스를 양질의 임대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7월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어떻게 공공주택을 더 많이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춘 결과”라며 “결혼과 출산 망설이는 젊은 세대에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숙제이자 목표”라고 말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임대 물량을 줄이고 일반분양 물량을 늘린다면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다”면서도”그간 서울시가 소셜믹스, ‘미리 내 집’(장기전세주택2) 등을 통해 펼친 양질의 공공주택 공급 확대 정책이 흔들릴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