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택 조합원 모집 기준, 토지매매계약 90% 이상으로 강화 예정
업계에서는 “신규 사업 진입 장벽 될 것, 사실상 폐지 수순”
[땅집고] 일명 ‘지옥주택’으로 불리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현재보다 사업 초기 추진 요건을 크게 강화해 부실 지주택을 예방하겠다는 계획인데, 업계에서는 새로운 사업 추진을 막는 장벽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토부가 지주택 사업 제도 개선을 위해 구상 중인 조합원 모집 요건 강화 방안이 사실상 ‘지주택 폐지 방안’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부실 조합 설립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사업을 시작하는 것조차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병폐가 심각한 지주태 제도는 폐지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 김윤덕 국토부 장관의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주택 업계에서는 “기존 지주택 중 부실 사업은 정리하고 신규 지주택 진입 장벽을 높여서 사실상 지주택 사업을 폐지하는 수순”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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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최근 지주택 간담회를 개최해 조합원 모집 신청 기준을 토지매매계약서 90% 이상 확보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물러난 이상경 전 국토부 제1차관은 “지주택 제도가 조합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주거 안정을 실현할 수 있는 제도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택 사업은 공동주택 건립을 목적으로 모인 조합원들이 조합을 설립해 추진한다. 구역 내 토지 등 소유자가 조합원이 되는 일반 정비사업과 달리 조합원을 모집하고 토지를 매입하는 등 과정을 거친다.
현행법상 지주택 조합원 모집 신청을 하기 위해서 사업 추진 주체는 주택건설대지의 50%에 대한 토지 사용권원을 확보해야 한다. 사업 부지 내 토지의 소유주들에게 추후 매입을 약속하고 사용 승낙만 받으면 된다. 조합원 모집이 이루어지고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할 때는 사용권원 80% 이상, 토지소유권 15%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그 외에도 국토부는 용도지역, 용적률 등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선행된 경우에만 조합원 모집 신고를 할 수 있도록 기준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모집 공고문에는 토지 매입비, 공사비, 대행 수수료 등 추정 사업비 자료를 포함하도록 했다.
국토부 구상대로 주택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부실 조합과 관련된 지주택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국토부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국 지역주택조합 618곳 가운데 187곳(30.3%)이 분쟁을 겪고 있는데, 부실한 조합 운영이 52건으로 나타났다. 부실 조합의 원인은 대부분 토지 미확보에 따른 추가 분담금, 사업계획승인 지연 등이다.
하지만 지주택 업계에서는 국토부의 제도 개선 추진은 사실상 지주택 폐지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합 설립 이전의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자금을 집행해 계약금 10%를 지불한 토지매매계약서를 90%까지 확보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서울의 한 지주택 추진위 관계자는 “조합원 모집 신고 후 조합원을 모으는 과정에서부터 홍보비 등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며 “모집하기 전 업무대행사가 사업에 참여해 자금을 조달할 수는 있겠지만, 오히려 조합원들이 주도권을 잃고 끌려다닐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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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단위계획이 선행돼야 하는 조건도 큰 걸림돌이라는 의견도 뒤따른다. 현행 주택법 조합설립 단계 이전에 지구단위계획구역을 지정하도록 한다. 현재로선 ‘서울형 지역주택조합 관리방안’을 시행하는 서울시에서만 조합원 모집 신고 이전에 지구단위계획을 사업 주체가 수립해 제안해야 한다.
경기도의 한 지주택 조합 관계자는 “서울에서 진행하는 지주택은 까다로운 조건에서도 사업을 추진할 자금과 동력이 충분하다”면서도 “그 외 지역은 지구단위계획 수립, 토지매매계약 90% 이상 확보 등 부담이 커서 신규 지주택 사업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 차원에서 지원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8월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지주택 제도 개선 정책 세미나에서는 임대주택 공급 등 공공성 확보 시 사업계획승인을 위한 토지확보 요건을 현행 95%에서 80%까지 완화해주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 세미나에 참석한 경기 화성남양 지주택조합 관계자는 “부실 조합을 원천 차단하는 국토부의 의지 표명은 반갑지만, 현재 거론되는 방안으로는 지주택 사업을 사실상 폐지하는 것”이라며 “사업 초기 단계에서 공공에서 저리로 대출을 해주거나, 사업계획승인을 수월하게 해 조합이 사업비 압박에서 자유롭게 해줘야 각종 비리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