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기상도] 두산건설 분양 성적 갈림길
이정환 대표 체제 ‘데이터 선별 수주’로 완판 행진
9월 인천 신규 분양 부진으로 주택 사업 전략 시험대
[땅집고] 지난해 10년 만에 최대 경영 실적을 올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두산건설의 ‘데이터 기반 선별수주 전략’이 최근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9월 강화군과 미추홀구 도화동 등 인천에서 동시 진행한 신규 분양 단지에서 부진한 청약 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두산건설은 이정환 대표 중심으로 데이터 기반 선별 수주 전략을 도입한 2023년 이후 작년까지 전국 분양 사업지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서울, 인천, 부산에서 분양한 자체 사업장에서 100% 완판에 성공한 것. 지난해 수주액 총 4조1684억원,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2조3966억원을 기록하는 등 수주 실적도 좋았다.
하지만 올 들어 분위기가 나빠졌다. 상반기 실적이 뒷걸음질친 것. 매출 8684억원, 영업이익 536억원, 당기순이익 35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 1조1438억원, 영업이익 535억원, 당기순이익 333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매출은 24% 줄었고 이익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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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건설 측은 상반기 실적에 대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여파로 분양 일정을 순연해 일시적으로 1분기 실적 부진을 겪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반기 이후 분양 사업이 정상화돼 매출을 회복한다면 지난해와 비슷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올 1분기 이후 분양한 아파트 단지에서 잇따라 완판에 성공하며 실적 회복 기대감이 높아졌다. 지난 3월 분양한 경남 창원시 ‘창원 메가시티 자이&위브’(대야구역 재개발), 지난 4월 분양한 경기 남양주시 ‘두산위브더제니스 평내호평역 N49’ 등이 단기간에 전 가구 계약을 완료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두산건설은 이 대표 지휘 아래 힘을 쏟아왔던 데이터 기반 전략 수주로 재미를 보고 있었다. 당장의 매출을 늘리기 위한 무차별 수주보다 데이터에 기반해 선별적으로 사업장을 고르는 전략이다. 외부 전문가와 협업해 만든 객관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업장 입지, 인근 신규 공급 물량 등을 분석해 분양 가격과 시기 등을 정밀하게 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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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후 분양 사업지에서 들쑥날쑥한 성적으로 불안감이 커졌다. 6월 분양한 광주광역시 남구 월산동 ‘두산위브 트레지움 월산’(남구수박등지역주택조합)은 총 320가구 중 67가구를 일반분양했지만 54명만 접수해 청약 미달했다.
하반기에도 분양 실적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월 분양한 인천 강화군 선원면 ‘두산위브 센트럴파크 강화’(강화2지역주택조합 사업)는 강화 지역에서 모처럼 공급한 새 아파트였지만 각종 세제 혜택을 받는 세컨드홈 특례를 제외하면 메리트가 적었다. 그 결과 특별공급은 청약 신청자가 없었고, 일반공급 371가구 모집에도 16명만 접수했다.
같은 날 진행한 미추홀구 도화동 ‘두산위브 더센트럴 도화’(도화4구역 재개발)도 일반공급 380가구 모집에 91명만 신청했다. 서울 용산역까지 30분대에 이동할 수 있다는 교통 입지를 강조했으나, 실제 도화역까지 거리를 고려하면 이동시간은 1시간 이상이다. 여기에 인근 도화구역 도시개발사업으로 6000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점까지 고려하면 단기간에 분양 성공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다행히 지난달 진행한 ‘두산위브앤수자인 부평더퍼스트’(부개4구역 재개발), ‘두산위브더제니스 구미’(구미중앙숲지역주택조합)는 준수한 청약 성적을 올려 완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29일 진행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신봉동 ‘두산위브더제니스 청주 센트럴파크’도 1·2순위 청약에서 545가구 모집에 1146건이 접수됐다.
두산건설은 향후 분양 사업장 성적이 올해 실적을 좌우할 전망이다. 재개발 사업지인 경기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 '두산위브 더센트럴 수원'(556가구)이 분양할 예정이다. 일반분양 물량은 275가구다. 향후 전철 신분당선 연장, 전철 인덕원~동탄선 수혜지로 꼽히는 지역이지만,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의 10·15부동산 대책으로 장안구도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탓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 규제를 적용받고 전매제한과 실거주 의무도 있다. 이 때문에 두산건설은 당초 10월 분양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11월로 일단 연기했다. .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