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인천경제청)이 연세의료원 측에 인천 연수구 송도신도시 세브란스병원 건립 지연 책임을 묻기 위해 지연손해금 부과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부과 기준이 20여년 전 땅값인 것으로 드러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들이 개원을 15년 미룬 사이, 송도 일대 땅값이 배로 뛴 점을 감안하면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손해지연금을 실제 부과하더라도 연세의료원 입장에서는 손해볼 게 없는 장사이다. 47만 송도신도시 인구 의료 공백이 예견된 일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연세의료원 측은 1000억원 증액한 사업비가 부족하다며 경자청에 1000억원을 추가 증액해줄 것을 요청해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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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도세브란스, 15년 넘게 개원 미뤄도 이득
최근 인천경제청은 연세의료원에 지연손해금을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성진 인천경제청 투자유치사업본부장은 “송도 세브란스병원이 (준공 시기와 관련한) 계약 내용을 지키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지연손해금을 받아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인청경제청청은 2028년 말 병원이 완공될 경우를 가정해 부지 가격과 연체 이율 등 토대로 지연손해금 부과 규모가 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인천경제청과 연세의료원이 부지 매매 당시 작성한 협약에 따른 것이다. 당시 양 측은 페널티 조항으로 사업자가 사업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땅값의 연 이율 12~15% 수준의 지연손해금을 부과하고, 아예 땅을 환매처리하는 조건을 달았다.
문제는 땅값 기준이 20여년 전이라서 페널티를 적용하더라도 사업자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천경제청에 따르면 페널티 조항 내 땅값은 매매 시점 기준이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매입한 금액으로 (지연손해금을 부과)한다”며 “2026년~2028년 안에 (병원을) 건립하지 못할 경우에는 지연손해금을 부과하고, 부지 환수는 2028년 이후 건립하지 못할 시에 고려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사이 병원이 들어서는 연세대 국제캠퍼스 일대를 비롯해 송도 일대 땅값은 배로 올랐다. 학교와 맞붙은 연수구 송도동 ‘롯데캐슬’ 아파트 전용 84㎡는 2016년 3월 4억3000만원대에 팔렸으나, 최근에는 7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연세대는 2006년 1월 송도 7ㆍ11공구 182만㎡ 부지를 조성원가에 공급받아 국제캠퍼스와 병원, 사이언스파크를 조성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당시 협의 금액은 3.3㎡당 약 50만원이다. 실제로 경자청은 이 가격에 부지를 매각했다. 2008년 인천 경제청은 특수목적법인(SPC)를 거쳐 송도 7공구 61만㎡를 3.3㎡당 조성원가 150만원보다 100만원 싼 50만원에 넘겼다.
이후 연세의료원은 송도 7공구 연세대 국제캠퍼스 내 8만5900㎡ 부지에 걸쳐 지하 3층·지상 13층·800병상 규모 송도 세브란스병원을 짓기로 했다. 당초 내년 말 개원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했으나 건축비 증가와 의정갈등 여파로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며 공사에 차질을 빚었다. 병원동 최고 층수를 15층에서 13층으로 바꿔 먼저 짓고, 기숙사동이나 교수연구동 등 부속건물을 추가로 짓는 설계변경안을 마련했다. 준공 시점이 2024년에서 2026년으로 미뤄졌다.
그러나 2026년 개원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달 기준 송도 세브란스병원의 토목과 지하 골조 공정률은 78%로, 올해 말에나 건축심의·허가가 완료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연세의료원 측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추가 지원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경제청에 따르면 연세의료원 측은 최근 송도세브란스병원과 관련해 2000억원의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 앞서 경자청이 1000억원 증액을 결정했으나, 또 손을 벌리는 것이다.
이로 인해 송도신도시 의료 공백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현재 송도신도시에는 응급실이 단 1곳도 없다. 송도 중심부인 인천대입구역에서 가장 가까운 응급실은 4.6㎞ 떨어진 연수구 동춘동 ‘나사렛국제병원응급센터’다. 송도 외곽이라면 의료시설 접근이 더욱 열악하다. 인천1호선 종착역인 송도달빛축제공원역의 경우 6.5㎞ 이동해야 한다. 차로 20분 가까이 걸린다.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