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10여년 전, 초대형 복합단지 ‘메가볼시티’를 꿈꾸던 경기 남양주 별내역세권. 시행사 부도로 사업이 엎어진 여파로 사실상 베드타운이 됐다. 최근에는 마지막 부지 개발을 놓고 사업시행자 화이트코리아와 일대 주민들이 갈등을 빚어 논란이 일고 있다. 화이트코리아가 부지 허용 용도에 오피스텔을 추가해 상업시설 개발 움직임을 보이자, 일부 주민들이 업무시설이 들어서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 ‘생숙→오피스텔 신청 취소요’ 화이트코리아, 돌연 입장 바꿨다
지난달 29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화이트코리아는 전날인 28일 남양주시에 별내지구 ‘특별계획구역2’ 부지 허용 용도에 오피스텔을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지구단위계획 입안 제안서 취하를 신청했다.
지난 9월 16일 시에 제안서를 제출했으나, 동의서 등 일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곳은 별내지구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오피스텔 건립이 제한돼 있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사업자가 정부 지침 등으로 (최초 제안) 용도와 달리 오피스텔로 가고 싶다는 뜻에서 제안서를 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현재는 취하 서류를 수리한 상태다”고 말했다.
◇ 내 땅인듯, 내 땅 아닌 별내역세권 부지
화이트코리아가 새로 오피스텔 건립을 추진하는 곳은 상업2(블록)이다. 대지 면적 7만5000여㎡(2만2687평)인 구 메가볼시티 부지 중 마지막 미개발지다. 복합1에는 2023년 12월 아파트·복합 단지 ‘별내자이더스타’가 들어섰다. 다른 3개 블록에서는 내년 1월 생숙·오피스텔로 이뤄진 ‘별내역자이 이그제큐티브’가 준공한다. 남은 1개는 주차장 용지다.
상업2에 오피스텔을 지으려면 지구단위계획 내 허용 용도에 오피스텔을 추가해야 한다. 지구단위계획 변경 입안 제안, 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공공기여금 납부 등 절차를 거친다.
남양주시에 따르면 블록 1개 지침을 바꾸더라도 특별계획구역 전체 구역 소유자 3분의 2 동의를 확보해야 한다. 6개 블록은 별내지구단위 계획 수립 당시부터 하나의 구역(특별계획구역2)으로 묶여있다.
문제는 복합1 면적이 3만5939㎡(1만871평)으로, 메가볼시티 부지 절반가량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복합1에 있는 ‘자이더스타’ 일부 소유주 동의를 구해야 한다. 화이트코리아가 시에 제출했던 입안 제안을 취소한 이유 중 하나다. 화이트코리아는 제안서 제출 당시 지구단위계획에서 정한 3분의 2 소유주 동의를 확보하지 못했다.
‘별내자이더스타’는 2023년 12월 준공했다. 전 가구가 구분 등기를 마쳤다. 전용 84~99㎡로 이뤄진 아파트 740가구, 전용 47~49㎡ 오피스텔 192호실이 있는 복합 단지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화이트코리아가 2/3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아파트나 오피스텔 일부 소유주 동의가 필요하다”며 “최소 동의 가구 수는 가구 별 면적(대지지분)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 “억을 줘도 싫다”…아파트 측 ‘오피스텔 결사 반대’
그러나 ‘별내자이더스타’ 주민 대다수는 강하게 반대 입장을 견지 중이다. 2017년 화이트코리아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땅을 사들일 당시 업무시설을 포함하기로 한 만큼, 마지막 남은 1개 블록에는 반드시 업무시설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아파트 입주자는 “화이트코리아가 가구 당 수백만원 현금을 내세워 ‘특별계획구역 용도변경에 동의해달라’고 하지만, 대다수 주민은 ‘수억원을 줘도 싫다’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일대에 오피스텔이 들어설수록 차량 통행·학급 과밀 등 다수 생활 불편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아파트 입주자들은 사업자의 입안 제안을 시가 수용하면 특별계획구역 내 생숙이 오피스텔로 바뀌는 만큼, 이로 인해 생활 불편함이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배정 초등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가 22.5명(올해 5월 기준)에서 25.3명으로 증가한다고 보고 있다. 2021년 이 일대 생숙이 입주해 자녀들의 통학권 침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2차 피해가 일어난다는 주장이다.
현재 화이트코리아는 상업3~5블록에서 ‘별내자이더스타 이그제큐티브’ 생숙 604호실과 오피스텔 156호실을 짓고 있다. 내년 1월 준공 예정이다. 이 단지는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생숙 용도변경 전환 지원책 대상이다. 남양주는 공공기여 기준으로 토지 감정평가액 15%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화이트코리아가 550억원가량 부담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별내동의 경우 오피스텔이 적게 공급됐으나, 2017년부터 분양했던 생숙들이 하나 둘 오피스텔로 전환하면서 최근 공급이 크게 늘었다. 신세계프라퍼티가 이마트 주차장 부지에 한화 건설부문과 함께 선보이는 생숙 역시 오피스텔로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