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다주택 논란 끝에 보유 중이던 서울 서초구 우면동 아파트 두 채 중 한 채를 매각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시세보다 4억원 비싸게 내놨다’는 비판을 받은 직후 가격을 대폭 낮추자, 매물은 반나절 만에 새 주인을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매물은 네이버부동산 인기급상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이 금감원장은 매도 계약금을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국정감사에서 이찬진 금감원장은 “아파트 한 채를 매물로 내놨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실제 매도가는 한 달 전 시세(18억원)보다 4억원 높은 22억원으로 책정돼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 원장은 서울 서초구 우면 대림아파트 두 채를 각각 2002년과 2019년에 매입했다. 총 매입가가 13억원 수준으로, 이번에 처분한 아파트는 시세 기준 약 9억원가량 상승한 셈이다.
과거 이 원장은 강연에서 “헌법에 다주택 금지 조항을 넣고 싶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져, 본인 역시 다주택자임에도 부동산 규제 정책을 주도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국정감사 직후 그는 매도 희망가를 18억원으로 낮췄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흥미로운 점은 매도 대금 일부가 곧장 ‘주식시장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 29일 오후 2시 30분쯤 KB증권 여의도 영업부금융센터를 방문해 매도 계약금 2억원 전액을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찬진 원장은 29일 오후 2시 30분께 KB증권 여의도 영업부금융센터를 방문해 아파트를 판 계약금 2억원 전액으로 ETF 국내 주식 상품에 가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동산이 아닌 자본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생산적 금융이 바람직하다는 정부 기조에 따른 것”이라며 “이 원장이 직접 상품을 경험해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점검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이 선택한 ETF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를 추종하는 대표 주식형 상품 두 종목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수는 다음 날 약 0.7~1.5% 상승해, 전날 2억원을 투자했다면 약 150만~200만원의 평가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산된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를 두고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역시 재테크 귀재 답게 주식에 투자했다” “집 산 사람은 로또, 금감원장은 현명했다”는 긍정적 반응과 “국감 후 보여주기식 쇼”라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