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매각물건 명세서에는 ‘보증금 20%’라고 적혀 있는데, 실제 법원 경매에서는 10%로 계산된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불일치가 낙찰가율을 30~40%씩 뒤흔듭니다. 법원도 틀린다는 얘기죠. 그래서 ‘엔플랫폼’(N-Platform)은 인공지능(AI)이 1차로 분석하고, 전문가가 다시 2차 검증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김기현 트랜스파머 대표는 30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 4층 상연재에서 진행한 국내 최초 NPL 거래 플랫폼 엔플랫폼’(▶바로가기) 사업설명회에서 관련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부실채권 거래 혁신: 더 투명하게, 빠르게, 스마트하게’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금융기관ㆍ자산운용사ㆍ대부업체ㆍ시행사ㆍ개인투자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김 대표는 “등기부등본이나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송달내역 등에서 AI가 1차로 불명확 단어인 ‘불분명’, ‘상이함’, ‘가능성 있음’ 등을 탐지하고, 그 결과를 전문가가 다시 수기로 2차 검증하는 체계를 만들어 실제 낙찰가 오차를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권리 리스크 판별 문제와 관련, “유치권·지상권·대항력 등 특수 권리 조건이 얽힌 경우 AI 분석이 큰 차이를 만든다”고 했다. 그는 “대지권 불분명, 선순위 가등기, 임차권 등 문제를 AI가 미리 경고하고, 투자자는 이를 바탕으로 리스크를 수치화해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엔플랫폼은 최근 화두인 ‘AI 신뢰성’ 문제도 해결했다. AI가 부동산 데이터를 해석할 때 가장 위험한 건 불확실성인데, 이미 ‘사실 기반 데이터베이스’로 문제를 원천 차단했다는 것. 김 대표는 “인공지능은 똑똑하지만 거짓말도 잘하기 때문에 GPT의 검색 기능을 쓰지 않는다”며 “국내 공적장부·법원 문서 등 100억 건 이상의 실제 데이터로 자체 DB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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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엔플랫폼이 제공하는 자체 데이터만을 근거로 분석하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거나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사실인 양 생성하는 이른바 ‘AI 할루시네이션’ 문제나 오류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 NPL 시장의 공급 급증 현황 ▲엔플랫폼 서비스 소개와 사용법 시연 ▲NPL 경공매 통계 인사이트와 턴어라운드 사례 ▲최근 NPL 시장 동향과 전망 ▲질의응답과 네트워킹 세션 등으로 진행했다. 김 대표는 “신협·수협·산림조합 등 상호금융권의 부실채권이 최근 1년 새 200% 이상 급증했다”면서 “지금은 물건이 없어서 못 사는 게 아니라, 너무 많아서 어떤 걸 골라야 할지 모르는 시장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AI가 권리 리스크와 예상 낙찰가를 한 눈에 보여줘 거래 효율성을 높인다”며 AI가 실제로 NPL 매물을 분석하고 추천하는 과정을 직접 시연했다.
엔플랫폼은 기존 NPL 시장의 구조적 한계였던 정보 비대칭, 복잡한 오프라인 절차, 투자자 접근성 제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땅집고·트랜스파머·바른엔피엘대부가 지난 9월 공동으로 출범한 AI 기반 NPL 전문 플랫폼이다.
핵심은 NPL 시장을 AI 자동화 시스템으로 혁신하는 것이다. 등기부등본이나 건축물대장, 법원 문서 등을 PDF로 업로드하면 AI가 표준화된 양식으로 깔끔하게 정리해 준다. 투자자가 입력한 지역·금액·수익률 등 조건에 맞춰 가장 적합한 매물도 추천한다. 매물의 예상 낙찰가, 리스크 요인, 시세 비교 분석 결과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제공해 투자 효율성을 높인 것도 특징이다.
엔플랫폼은 현재 KB국민은행, NH농협, 신협, 토스뱅크, MG신용정보 등과 협력해 AI 밸류에이션 모델을 공급 중이다. 향후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 파트너십을 확대해 NPL 실거래 표준화와 검증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매입·매각사 간 연결을 위한 폐쇄형 로드쇼를 매월 운영해 AI가 검증한 실매물 중심 거래 생태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