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344억 랜드마크 '탈모 나무' 흉물 논란 …"누구의 미적 감각?"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5.11.01 06:00


[땅집고] 민간사업자가 경남 창원시 대규모 공원을 개발해 아파트를 짓는 대신 기부채납한 40m 높이 조형물 ‘빅트리’가 지역 주민들 혹평을 받고 있다. 당초 해외 사례를 본따 나무를 닮은 초대형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며 사업비 344억원을 들였지만, 실제 완공된 모습은 초라하고 볼품없는 외관이라 ‘돈을 써서 흉물을 만들어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

[땅집고] 현대건설과 HB홀딩스가 경남 창원시 대상공원 사업 과정에서 기부채납한 ‘빅트리’ 초기 조감도(왼쪽)과 실제 완공 모습 비교. /이지은 기자


‘빅트리’는 경남 창원시 성산구 일대 대상공원 특례 사업 과정에서 생겨났다. 이 사업은 현대건설과 HB홀딩스가 각각 50% 지분을 갖고 있는 특수목적법인인 ㈜대상공원개발사업단이 장기간 방치됐던 대상공원 전체 95만7000여㎡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부지 중 87.3%는 시민들을 위한 ‘빅트리’ 시설을 포함한 대규모 공원으로 조성해 기부채납하고, 나머지 12.7% 땅에는 총 1779가구 대단지인 ‘힐스테이트 창원 더퍼스트’ 아파트를 지어 사업자가 수익을 내는 구조다.

아파트의 경우 2022년 첫 분양 당시 평균 19대 1 경쟁률을 기록한 뒤 올해 9월 입주를 시작했다. 국민평형인 84㎡(34평) 기준 최고 5억2100만원에 분양했는데, 지난달 분양권이 5억7319만원에 거래됐다. 최초 분양가 대비 5000만원 이상 웃돈이 붙은 셈이다.

[땅집고] 경남 창원시 대상공원 특례사업 개발 조감도. /창원시


하지만 아파트 사업이 성공적으로 끝난 반면, 기부채납 하는 공원시설 중 핵심으로 꼽히는 사업비 총 344억원 규모 ‘빅트리’는 엉망으로 조성돼 지역 주민들 시선이 따가운 분위기다.

‘빅트리’는 싱가포르에서 야경으로 유명한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에 들어선 슈퍼 트리에서 영감을 얻은 조형물이다. 당초 계획상 상부에 20m 높이로 굵직한 기둥이 되는 인공 나무를 세운 뒤, 이 주변에 작은 인공 나무를 빽빽하게 심어 총 40m 높이 아름드리나무 형태로 짓기로 했다.

하지만 창원시 심의 과정에서 조형물의 뼈대가 되는 20m 나무가 사라지면서 디자인이 크게 틀어졌다. ㈜대상공원개발사업단이 2022년 건축 허가를 받고 착공했지만 이후 강풍 등으로 인한 안전 문제가 우려되고 유지 관리가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하자, 창원시가 이런 사업단 의견을 수용해 설계 변경을 허락해준 것.

이 때문에 ‘빅트리’는 풍성한 나무가 아니라 마치 거대한 굴뚝이나 봉화대에 가까운 외관이 되어버렸다. 올해 8월 임시 개관한 모습을 확인한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탈모 트리’, ‘망신 트리’, ‘흉물 트리’ 등 오명이 쏟아지는 분위기다. 더불어 ㈜대상공원개발사업단이 아파트를 지어 분양수익을 올리는 데만 집중하고, 지역 사회에 기부채납하는 시설에는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는 비난도 눈에 띈다.

[땅집고] 경남 창원시 대상공원 정상에 서 있는 ‘빅트리’ 모습. /김동환 기자


창원시가 ‘빅트리’ 임시 개방 기간인 8월 4~17일 진행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 1868명 중 85%가 빅트리 외형 전반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평가 항목별로 투표율을 보면 ‘조감도와 달라 실망’이 28%, ‘특색 있으나 보완 필요’가 27%, ‘조형미 부족’이 25% 등이었다.

논란이 전국적으로 확산하자 창원시는 ‘빅트리’의 외관과 내부 콘텐츠를 개선하기 위해 시민과 전문가로 구성하는 협의체를 결성했다. 앞으로 디자인 설계 공모를 열고 내년 1월까지 보완 범위와 디자인 선정을 마칠 것이라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주)대상공원개발사업단이 아파트를 분양해서 거둔 이익 중 창원시가 환수하는 금액에서 충당할 예정이다.

한편 창원시 감사관실은 ‘빅트리’ 사업 감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비 344억원이 과도한 것은 아닌지, 설계안 변경 과정에서 인허가가 적절했는지, 사업자에 대한 특혜는 없었는지 등 여부를 따져볼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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