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대통령의 가천대 책사들, '부동산 투기 달인'이라는 오명 쓰고 퇴장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5.10.28 09:55 수정 2025.10.28 10:54

[땅집고]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기본소득 제도와 국토 보유세 등을 설계하며 대통령의 ‘책사’로 불린 가천대 라인 교수 출신들이 ‘부동산 투기’란 오명을 쓰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재명 정부는 갭 투자를 막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 이 정책의 핵심 설계자들이 정작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해 시세차익을 거두면서 부동산 대책 신뢰도가 추락하는 모양새다.

[땅집고]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 르엘' 완공 후 예상 모습. /롯데건설


◇ 이재명의 책사 가천대 출신 공직자들, 알고보니 ‘부동산 투자 달인’

이상경 전 국토부 1차관은 가천대 도시계획 조경학부 교수로 활동했으며 2021년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부동산개혁위원장을 맡았다. 이 전 차관은 이 대통령의 부동산 멘토로 알려지며 주목받은 인물이다.

그는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에 재임했을 때 주도했던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을 두고 ‘획기적 시도’라고 극찬하는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 밖에도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상임이사,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국토부 공공주택통합심의위원 등을 거쳤다.

최근 이 전 차관이 차관직 사퇴 압박을 받은 것은 그동안 해온 부동산 투자 때문이다. 이 전 차관 부부는 작년 7월 29일 경기도 성남시 백현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 117㎡(이하 전용면적)를 33억5000만원에 샀다.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기 전인 10월 5일 집 주인이 14억8000만원에 2년간 전세를 살기로 계약한 덕분에 이 차관이 치러야 할 잔금은 18억7000만원으로 감소했다. 이 집은 1년 새 10억원 가까이 올라 호가가 42억원에 달해 논란이 커졌다. 이재명 정부는 10.15대책을 통해 전세를 낀 매매거래 즉, 갭투자를 하지 못하게 하는 정책을 폈는데, 정작 정책을 주도한 국토부 차관은 갭투자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린 것이 드러나면서 반발을 샀다.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이한주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이 이달 말 원장직을 내려놓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지난 26일 민주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에게 재차 사의 표명을 했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이 원장 역시 가천대학교 석좌교수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 맡은 지난해 4월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에 임명됐다. 임기는 2년으로 내년 4월 중순까지였으나 임기 만료를 6개월 앞두고 사의를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지난 8월 출범한 정청래 대표 체제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자리에서 물러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한주 위원장도 이상경 전 국토차관 못지않은 투자의 달인이란 점이 사퇴의 근본 이유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위원장이 이재명 대선 캠프 정책본부장을 지내던 시절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인 적이 있다. 당시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03년 6월, 이 위원장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삼익아파트’ 35평형(전용 107.21㎡) 한 채를 매입했다. 실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 목적이었다는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2002년 8월부터 현재까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에 있는 본인 소유 아파트에 살고 있다.

청담 삼익아파트는 1980년 입주한 노후 단지로 2021년 재건축 공사를 시작해 올해 말 ‘청담 르엘’로 완공돼 입주할 예정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는 2005년 영등포구 영등포동5가에 있는 주상복합 동남아파트 상가도 사들였으며, 이 일대는 영등포1도시환경정비구역에 포함됐다. 2005년 대비 시세는 7~8배 뛰었다는 평가다. 그밖에도 배우자 명의로 수원 영통구 아파트 3채, 용인 아파트 1채, 경기 성남 분당구 야탑동 건물내 상가 2개 등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국민의힘의 한 최고 위원은 이 원장에 대해 “정부·여당 부동산 투기의 진짜 숨은 고수, 레전드 큰손”이라며 “(이 원장은) 어린이날 초등학생, 중학생이었던 두 아들에게 부동산을 선물했던 적이 있다. 아빠 잘 만난 탓에 누군가는 어린이날 선물로도 받는 부동산, 우리 서민은 진정 꿈조차 꾸면 안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 본인들은 갭 투자 하면서, 왜 국민은 못하게 했나

업계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책사들이 부동산 투자를 억제하는 대책을 펼친 동시에, 정작 자신들은 부동산 투자 전문가 수준의 행보를 보인 것에 대해 아이러니하다는 반응이다.

서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서민 지지층에 대한 왜곡된 보호 본능과 정책 설계 엘리트로서의 특권 의식이 결합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지층을 위한다고 하지만, 지지층이 주택 시장에 진입하려는 시도를 탐욕이나 무지로 규정하고 있다”며 “마치 자신은 서민을 위한 우수한 제도를 설계하는 조물주이고 서민들은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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