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가 부풀리고, 대출 무리하게…지역농협 부동산 리스크 ‘시한폭탄’ 되나
[땅집고] 최근 지역농협의 부동산 담보대출 부실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담보로 잡았던 강원도 원주시 등 지방권역 대형 토지들이 줄줄이 경매로 넘어가고 있지만 잇따른 유찰로 매각에 실패해 채권 회수에 비상이 걸린 것. 이는 감정가 과다 책정과 이에 기반한 무리한 대출 실행, 사후 관리 부실이 겹친 결과다.
업계에서는 지역농협 부실채권(NPL) 급증으로 ‘농협발 NPL 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말까지 나온다. 지역농협 부실이 결국 농협중앙회로 번지는 구조적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지역농협의 부실 대출 사례로 포천농협이 담보로 잡았던 원주시 반곡동 토지 경매 사건(2024타경1714)이 꼽힌다. 국내 최초 AI기반 NPL 거래 플랫폼 ‘엔플랫폼’(N-Platform)에 따르면 이 땅은 반곡동1916-2 일대 버들초등학교 인근 준주거지역이다. 감정가 150억원에 달했던 이 물건은 4차례 연속 유찰되며 최저입찰가가 36억원까지 떨어졌다. 감정가의 24% 수준이다. 오는 11월 17일 다섯 번째 경매를 앞두고 있다.
입지 자체는 나쁘지 않다. 남쪽으로 30m 도로와 접하고 용적률 500%, 건폐율 70%를 적용받는 준주거지역이다. 문제는 감정가격이다. 2022년 고점 기준으로 평가해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다. 올해9월 기준 반곡동 인근 토지 실거래가는 3.3㎡(1평)당 300만원 수준인데, 해당 물건 감정가는 평당 2310만원으로 7배 이상 높다.
NPL업계에서는 감정가격이 과다 책정된데다 대형 토지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조달이 막혀 사실상 ‘돈이 있어도 못 사는 물건’이 됐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원주혁신도시 부동산 경기 침체도 겹쳤다. 한때 수도권 투자자가 몰리던 지방 투자처였지만, 2023년 이후 상가와 오피스텔 공급이 급증하면서 공실률이 치솟고 토지 거래도 사실상 끊겼다.
이 토지의 담보권자는 포천농협이다. 포천농협이 설정한 근저당 65억원을 감안하면 실제 빌려준 돈은 50억원이다. 통상 실제 대출원금은 근저당권 설정액의 약 120~130%로 설정한다. 다른 가압류와 채권을 모두 합치면 약 78억원이다.
엔플랫폼에 따르면 5회차 최저입찰가 수준에서 낙찰되면 포천농협이 회수 가능한 금액은 35억~36억원으로 예상된다. 결국 전체 빚인 78억원에 비해 예상 낙찰금이 51억원으로 낮아, 원금의 절반인 약 35억원 밖에 회수를 못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운이 나쁜 담보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감정가가 지나치게 높게 잡힌 데다, 지역농협이 이를 근거로 과도하게 대출을 실행한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감정평가에 나선 작년 7월 이미 원주 토지 시장은 하락세였는데도 감정가를 부풀리고 대출을 무리하게 내주면서 결국 NPL로 전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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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포천농협만 손실을 보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농협 구조상 지역농협 부실은 곧 농협중앙회 부담으로 이어진다. 지역농·축협(단위조합)은 별도 법인으로 독립채산제로 운영하지만 단위조합 상호금융의 예금은 농협중앙회가 관리하는 ‘상호금융예금자보호기금’으로 보호·정리되기 때문이다. 지역 부실은 일정 부분 중앙회와 기금으로 전이된다.
이미 지역농협에서 NPL 매물이 쏟아지고 있어 농협중앙회 근심도 커지고 있다. 최근 지역농협들이 담보로 잡은 대형 토지가 잇따라 경매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과다한 감정가 책정, 사후 관리 부실, 리스크 점검 미흡이 반복되면서 ‘농협표 부동산 부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전문가들은 지역농협의 NPL 물건이 외면받는 이유로 ▲감정가와 시세의 괴리 ▲대출 관리 부실 ▲고금리 속 수요없는 공급 등 3박자가 맞물려 벌어진 결과라고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역농협이 보유한 부실 물건이 한 두건이 아니라는 게 문제”라며 “결국 지역농협이 떠안는 손실이 누적돼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대규모 부실 정리 작업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땅집고와 트랜스파머가 공동 운영하는 엔플랫폼은 오는 30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 4층 상연재 서울역점에서 첫 사업설명회를 연다. 행사는 ▲국내 NPL통계와 시장 동향 ▲엔플랫폼 서비스 소개와 사용법 시연 ▲질의응답과 네트워킹 세션 등으로 진행한다. 참가 신청은 홈페이지(nplatform.ai)에서 받는다.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