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미국 한 달 숙박비 '1억' BTS처럼 산다…서울도 4000만원 월세 등장

뉴스 조영윤 인턴 기자
입력 2025.10.22 06:00

초고가 월세 시대
연예인·유튜버·자영업자 영앤리치 수요
고급 주거시장 구조 바꿀 수도

[땅집고] 올해 초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제이홉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힐스에서 머문 저택의 숙박비가 공개돼 화제가 됐다. 침실 5개와 욕실 5개, 수영장과 짐(운동 공간)까지 갖춘 이 저택의 하루 숙박비는 약 347만원. 청소비·세금 등을 포함하면 한 달 비용이 1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사는 집’이 아니라 ‘빌려 쓰는 집’이 국내에서도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연예인, 외국계 기업 임원, 고소득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초고가 월세, 단기 임대와 같은 주거 문화가 국내에서도 급속히 확산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세금 규제 강화도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매매보다 월세를 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땅집고] 올해 3월 BTS 제이홉이 음악 작업 중 머무는 미국 LA 집을 공개했다./MBC '나 혼자 산다'



☞경매 초보도 돈버는 AI 퀀트 나왔다…땅집고옥션, 백발백중 투자법 제시

◇초고가 월세, 강남에서 성수·한남으로 확산

과거 초고가 월세는 강남·서초구 고급 아파트에 제한돼 있었지만, 최근에는 한강 조망권과 서울숲을 끼고 있는 성수동, 한남동까지 확산하며 고급 주거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전용 241㎡(24층)는 올해 6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4000만원에 임대됐다. 평범한 직장인 연봉이 한 달 월세로 들어가는 셈이다.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 약 8만2800건 중 1000만원을 넘는 계약은 169건으로 집계됐다. 1000만원 이상 초고가 월세는 ▲2020년 25건 ▲2023년 222건 ▲2024년 247건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땅집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나인원한남'. 최근 전용면적 206㎡(7층)가 보증금 10억, 월세 3000만원으로 거래됐다./연합뉴스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198㎡(46층)는 올해 4월 보증금 5억원·월세 3700만원으로 재계약했다. 기존 월세보다 1600만원이나 뛰었다.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 206㎡도 최근 보증금 10억원, 월세 3000만원에 거래됐다. 초고가 월세 현상이 강남에서 성수·한남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평가다.

초고가 월세의 주 수요층은 연예인, 유튜버, 글로벌 기업 고위 임원, 스타트업 창업자 등 소득은 높지만 주거지가 자주 바뀌고 소득 흐름이 일정하지 않은 직업군이 많다. 이들은 매매보다 ‘단기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월세를 선호한다.

◇“사는 것보다 빌리는 게 낫다”…자산가 인식 변화

전문가들은 초고가 월세 확산의 배경을 두 가지로 본다. 가장 큰 이유는 자산가들의 주거 인식 변화다. ‘소유’보다 ‘이용’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100억원대 주택을 매입하는 대신 월세 1000만원을 내면, 연 1억2000만원, 30년간 36억원 수준에 거주할 수 있다. 고액 매입에 필요한 자금을 묶어두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매력이다. 한남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주택을 매입해 세금 부담과 유동성 위축을 감수하기보다, 월세로 거주하며 자산을 운용하는 방식이 고소득층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법인·사업자 명의 활용이다. 고가 주택을 개인이 매입한 뒤 본인이 대표로 있는 법인에 임대하고, 법인이 월세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타워팰리스·시그니엘 등 고급 주거용 오피스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조”라며 “조건을 충족하면 합법적인 세무·자산 관리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초고가 월세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고급 주거 시장의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본다. 고가 주택을 ‘소유’ 대신 ‘이용’하려는 인식, 법인 구조 활용, 투자 수요까지 결합하면서 서울 고급 주거 시장에서 ‘월세 가속화’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안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매매가가 신고가를 기준으로 시장 가격을 끌어올리듯, 월세도 초고가 거래가 전체 시장의 기준점을 높일 수 있다”며 “전세 감소와 월세 상승이 맞물리면서 중산층 이하의 주거비 부담이 확대되고, 주거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ori@chosun.com



화제의 뉴스

"시세 3억대, 분양가는 6억?" 미분양 이천, 아파트 입지도 허허벌판ㅣ이천 증포5지구 칸타빌 에듀파크
모임공간 '상연재 서울역점', 확장 이전 100일 맞아 이벤트 연다
[인사] 한미글로벌
"반도체 팔아 부동산 쇼핑" 한미반도체, 강남 이어 한남동 건물 매입
분상제·비규제지역 '서수원 에피트 센트럴마크', 9일 1순위 청약

오늘의 땅집GO

감정가보다 4억 웃돈에도 "역대급 승자" 송파 아파트서 무슨 일
공사비 못 건진 '현대·반도·한신', 미분양 단지 통째로 임대 전환